일주일 밥상 - 남는 재료 없이 알뜰하게 차리는 일주일치 장 보기 & 레시피
나희주 지음 / 미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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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리를 잘하지도 못하고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먹는 거라도 좋아하면 내가 먹기 위해서라도 움직일텐데 딱히 그렇지도 않으니 문제다. 주부 20년차를 넘어서도 아침 먹고 돌아서면 점심때 뭘 먹을까 걱정하고 어찌어찌 점심을 때우고(?) 돌아서면 또 저녁 걱정이다. 나만 그런가? 둘러보면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주부라면 대체적으로 공감할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라는 말만 보이면 목을 길게 빼고 들여다보기를 몇 번, 하지만 내 미덥지 못한 요리솜씨를 포장해 줄만한 요리책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요리책, 정말 간단하다. 이렇다하게 특별할 것도 없이 흔히 먹는 반찬들을 초간단 레시피로 소개해주고 있다. 덕분에 책을 본 다음날은 걱정없이 밥상을 차렸다. 그저 따라했을 뿐인데 아주 간단하게 해치운 것 같아 왠지 뿌듯함마저 생긴다. 주부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내가 하는 밥말고 남이 해주는 거면 뭐든 맛있다고. 얻어먹는(?) 사람들이야 그게 뭐 걱정이고 고민이냐고 하겠지만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다. 시장엘 나가봐야 맨날 그게 그거라 선뜻 손내밀어 잡지 못한다. 그렇다고 매일처럼 색다른 반찬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닌데 장바구니 들고 시장엘 간다는 게 어떨때는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결국 식구들 좋아하는 걸 선택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맨날 그 타령인 것이다. 한때는 누군가 식단을 짜주면 그것에 맞춰 먹어야지 했었다. 그런데 그것도 맘처럼 쉽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께서 해주는 밥상만 받아 먹었다는 말에 살풋 웃음이 난다. 다 그런거지 뭐....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계량법이었다. 계량스푼이 어쩌고 계량컵이 어쩌고 하면 솔직히 머리 아프다. 그런데 숫가락으로 대충 맞춰주는 계량법이 정말 맘에 들었다.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양념들도 특별할 게 없다. 그야말로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양념들뿐이다. 국물 맛을 내기 위한 재료들 역시 그렇다. 어떻게 보관하면 좋은지까지 알려주고 있다. 장보는 법이야 늘 주변을 맴도는 정보만으로도 충분하다. 낚이지만 않으면 된다. 곁다리로 붙어오는 것에 눈길 주지 않으면 되고 싸다는 이유로 두세개씩 사지 않으면 된다. 나같은 경우에는 목록을 메모해서 그것만 사면 끝이니 별다른 걱정은 없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샌드위치를 잘 해먹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바나나 샌드위치나 으깬 감자 샐러드 샌드위치는 아들녀석이 좋아할 것 같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분식이나 여유롭게 주말에 해 먹을 수 있는 것, 색다르게 먹는 한 그릇 스페셜과 같은 요리는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아 좀 아쉽다. 크게 사계절로 나누어 밥상을 차려내는 맛이 정말 일품이다. 그럴듯하게 포장만 요란한 요리보다는 이렇게 특별할 것 없어 보여도 밥상을 차려내는 사람의 마음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요리책은 많지 않을듯 하다. 그야말로 집밥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밥상 차려내는 게 고민인 주부라면 이 책만 따라해도 괜찮을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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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0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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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0일생 ㅣ 소설NEW 1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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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만나게 되어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소문처럼 나로부터 비롯되어진 것들은 찾지 않아도 내게 돌아오는 게 인지상정이다. 25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장소에서 죽을 수 밖에 없었던 두 여자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어진 것인지, 비굴한 인간의 욕망에 대해 외면할 수 없는 강한 공감을 형성하는 건 왜인지... 내가 잘하면 자손이 복을 받는다는 말은 그저 옛이야기에 불과한 말일까? 그러나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으며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든 것이 내게서 끝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소설은 상당한 매력이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왠일인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말드라마나 아침드라마를 보고 난 듯한 여운처럼.

 

2월 30일생이라는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달력에도 없는 날짜에 태어난 사람이 누구일까? 제목속에 숨겨두었을 많은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심하게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듯이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이나 복잡한 복선을 깔아 놓을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나름대로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굴곡이 느껴지지 않는 흐름은 안타까웠다. 딱히 이렇다하게 느껴지는 감정선 하나없이 책장이 넘어갔다. 반전이었을지도 모를 부분조차도 그저 그런 느낌으로밖에 다가오지 않았다. 현재와 미래라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이채로웠다. 현재를 통해 과거를 보고 그 과거와 현재속에 미래가 들어있다는 설정은 흥미로웠다. 이 작은 이야기속에서조차 역사는 이긴자의 기록일 뿐이라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책속의 말처럼 인간의 삶은 힘있는 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진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간은 끝없이 욕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나에게 가장 큰 잘못이 있다면 지난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예리하게 파고드는 시선은 없는 것 같다. 한사람의 과거로 말미암아 나열하듯 펼쳐지는 죽음의 현장을 보면서도 어떤 긴장감이나 짜릿함은 찾을 수 없었다는게 솔직한 나의 말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미리 예측되어버리는 다음 장면은 아무래도 좀 그렇다. 이 책을 통해 뉴웨이브 문학이라는 말을 다시 보게 된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간소설을 의미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한마디로 말해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갖춘 문학 장르라는 말인 듯 하다. 어쨌거나 2월 30일에 태어난 한여자의 아픔과 슬픔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른다. 해결되지 못한 채 현재의 우리에게 고스란히 넘어온 역사의 한페이지인 것이다. 이제 알게 된 이상 우리에게는 그것을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로 떠안을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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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곽효환 지음, 이인 그림 / 교보문고(교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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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수선화에게>,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서정윤의 <홀로서기>,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연탄재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고 묻던 안도현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와 같은 시들은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내 곁을 맴도는 시들이다. 진정한 교복세대였던 나의 학창시절에는 광화문 거리에 나가면 예쁜 그림과 어울어진 시를 손글씨로 모양을 내서 표구를 하던 표구점이 많았었다. 어디 그것뿐일까? 그 뒤로 환상적인 그림과 함께 시한구절씩 적힌 껌종이를 모으는 것이 하나의 취미처럼 자리잡을 때도 있었다. 가끔 근현대사를 주제로 다루는 박물관에 가면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이다. 감히 말하건데 그 때는 지금처럼 이렇게 삭막한 세상은 아니었다. 한 줄의 싯구에도 가슴 절절함을 전해받을 수 있는 따스함이 우리에게는 있었다는 말이다.

 

詩, 어찌보면 참 쉬운듯도 한데 작정하고 들여다보면 그것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인생이나 자연현상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느낌을 언어로 표현했다고는 하지만 같은 것을 보고도 각자의 느낌으로 달리 표현하니 그것을 읽는 사람조차도 그 느낌은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석이 달린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온전히 나만의 감정으로 해석하고 받아 들이고 싶은 욕심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해석이 필요한 시도 많다. 교묘하게 비틀린 사상이 그 안에 담겨있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많은 사람이 한편의 시를 보며 공감을 하고 그것으로부터 작은 위안을 찾아내는 경우는 대체적으로 시가 어렵지 않다는 거였다. 자기만의 어떤 사상을 詩속에 담기보다는 더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도록 쉽고 편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닌듯 하다. 책속에서 같은 봄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의미가 서로 다른 작품을 보게 된다. 김종해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와 김종철의 <봄날은 간다>처럼 말이다. 상처없는 사랑과 삶은 없는 거라고, 삶의 여정에는 어쩔 수 없이 喜怒哀樂이 있으니 순리대로 살면 되는거라는 말인텐데 와닿는 느낌이 다른 걸 보면 詩라는 게 참 묘하다.

 

이 책속에 소개된 시는 중앙일보에 연재되었었다. '시가 있는 아침' 이라는 제목이 좋아서 즐겨보았던 부분인데 다시 책으로 보니 반갑다. 하지만 어려운 시는 다시 읽어도 어렵다. 역시 내게는 쉽게 다가오는 느낌의 언어들이 맞는 모양이다.

 

오일마다 어김없이 열리는 관촌 장날

오늘도 아홉시 버스로 장에 나와

병원 들러 영양주사 한대 맞고

소약국 들러 위장약 짓고

농협 들러 막내아들 대학등록금 부치고

시장 들러 생태 두어마리 사고

쇠고기 한근 끊은 일흔다섯살의 아버지,

볼일 다 보고 볕 좋은 정류장에 앉아

졸린 눈으로 오후 세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기력조차 쇠잔해진 그림자가 꾸벅꾸벅 존다

이런 시를 가만히 읽다보면 마음 한켠이 따스해진다. 이병일의 시로 제목이 <어떤 평화>다. 머리속에 그려지는 그림을 따라가다보면 늙으신 아버지의 작은 평화를 나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정철훈의 시처럼 묘한 끌림이 느껴지는 시도 있다.

 

​폭풍 몰아치는 밤

빼꼼히 열린 문이 쾅 하고 닫힐 때

느낄 수 있다

죽은 사람들도 매일밤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는 걸

내 흘러간 사랑도 그러할 것이다

<자정에 일어나 앉으며> 라는 제목을 보면서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보았음직한 상황인데 짧은 문장속에 숨겨놓은 말하지 않은 어떤 의미들로 인해 문 닫히는 소리가 내게도 들려오는 것만 같다. 정말이지 詩라는 게 참 묘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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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이력 - 평범한 생활용품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
김상규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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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끔씩은 하늘을 보자고, 어쩌다 가끔씩은 무릎 아래 피어난 꽃한송이의 미소에 답해보자고, 어쩌다 가끔씩은 스치는 바람결에 마음을 맡겨보자고, 그리고 한번쯤은 천천히 천천히 거리를 걸어보자고 ... 언제부터인지 우리 곁을 맴도는 하나의 주제다. 세상이 빠름빠름만을 외쳐대는 디지털시대에 지쳐가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두가 빠르게 달리기만 하니 그들을 이기려면 더 빨라져야 한다는 게 현재의 모순이다. 날듯이 뛴다는 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뒤돌아본다는 건 결코 뒤처지는 게 아닐텐데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뒤돌아봄에 대해 이상한 편견을 갖기 시작한 듯 하다.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하다는 말은 이론에 불과할 뿐이다. 일상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도 그저 글자와 소리로만 머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소소한 것들로부터 작은 위안을 찾아낼 수 있는 순간이 우리에게 찾아오기도 한다. 별 것도 아닌 게, 그저 그런 것일뿐이라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들이 가끔씩 보내오는 위안의 순간은 특별하다. 잃어버린 어떤 것에 대한 향수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한창시절에 너무나도 갖고 싶어했었던 삼성 마이마이카세트를 떠올렸다. 그거 하나만 가져 봤으면 원이 없겠다고 생각하다가 손에 넣었던 순간, 벅차오르던 그 환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때는 카세트테이프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만 골라 녹음해주던 레코드방도 있었다. 그랬던 카세트테이프들이 지금도 우리집 한구석에 남아 있는데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무용지물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책속에서 소개해주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 지나간 것들에 대한 향수는 진했다. 늘 곁에 있어주었지만 그것이 어떻게해서 생겨났는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작은 관심조차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 그 많은 것에 대해 미안함이 몰려온다.

 

일단 사라지는 것에 대한 예의부터 시작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오호, 그랬단 말이지? 하는 마음이 생겨나게 한다. 그러고보면 많은 것은 서로 공존한다. 공생관계라는 말이다. 사라진 듯 하지만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는 것들이 새삼스럽다. 도시의 일상에 뿌리내렸다는 생산라인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동물을 닮은 것에 대한 것들을 말할 때는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건 지나간 것들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그것들이 내미는 이력은 대단하다. 그랬었구나, 하며 공감하게 된다. 마지막 장에서 보여주는 관계와 상호 작용의 의미는 내 주변의 사물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언제부터였는지 거기 어딘가에 놓여있던 것들도 모르는 새 그자리를 떠난다. 하지만 그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우리는 살아간다. 무슨 까닭일까? 뭐 이런것까지 관심을 두고 바라보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럼으로해서 내게는 지나간 것들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해 주었으니 나쁘진 않다. 사물의 이력, 새삼스럽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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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식인의 독서 노트 - 책 읽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ㅣ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엄윤숙 엮고 씀 / 포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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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도 무슨 비법이 있을까? 아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책읽는데 무슨 비법? 하지만 독서를 잘하는 방법쯤은 있지 않을까? 간서치라는 말이 있다.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이다. 책만 보는 바보.... 가만히 생각해본다. 책을 왜 볼까? 독서는 꼭 해야하는 거라고 말하지만 도대체 왜 책을 봐야만 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진리가 담겨있고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책이라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 하다. 良書가 있으면 분명코 惡書도 있을 것이기에. 어떤 이는 굳이 양서와 악서를 구분할 필요가 있느냐 하기도 하지만 책을 펴낸 이의 의도가 어떠했는지는 분명 중요해보인다. 그래서 독서의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독서... 어떻게 해야 할까?

 

예나 지금이나 독서는 일상생활이라고 한다. 지금도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방법론이 있는 것처럼 옛날 사람에게도 다섯 가지 방법이 있었다고 한다. 그 첫번째가 박학博學이다. 널리 배운다는 것이다. 두번째가 심문審問으로 자세히 묻는다는 뜻이고, 세번째가 신사愼思로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네번쨰는 명백하게 분별한다는 명변明辯, 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실천한다는 독행篤行이 다섯번째다. 이는 다산의 말이다. 그런데 그 뒷말이 시선을 끈다. 오늘날 독서하는 사람은 널리 배운다는 '박학'에만 집착한다는 말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이라고 뭐가 다를까 싶은 생각에 살풋 미소짓게 된다. 하지만 그로 인한 병폐를 지적하는 옛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오로지 자신만이 널리 듣고 많이 기억하며, 시나 문장을 잘 짓고 논리나 주장을 잘 펼치는 것을 자랑삼아 떠벌리면서 '세상은 고루하다'고 비웃고 다닌다... 어떤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하고 있는 말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이다.

 

작금의 우리가 말하는 독서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가벼운 마음으로 빨리 읽는다는 속독, 전체를 차근차근 모두 읽는다는 통독, 자세히 주의깊게 읽는다는 정독....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읽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 되었든 글속에 담겨있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논했던 연암의 말속에서 많은 것이 느껴진다. 책을 베개로 쓰지 말라, 책장을 넘길 때는 침을 바르지 말라, 그릇을 덮지 말며, 찢어진 곳이 있으면 붙여주고, 책 앞에서 하품을 하거나 기지개를 켜거나 침을 뱉지 말라 는 말은 단순히 행동만을 조심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책 한 권을 다 보기 전에는 다른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이덕무의 말도 시선을 끈다. 독서가 立身의 이치와 같으니 그 시작과 끝이 분명해야 한다는 말인데 대충 훑어보고 실증을 내어 내팽개쳐 버린다면 어리석고 거칠어 갈팡질팡 헤매게 될 것이라는 말을 허투루 듣기에는 그 울림이 강하다.

 

책을 공경하고 사랑하라, 시간이 갈수록 게을러지는 것이 책 읽는 일, 좋은 종이로 만든 책이라고 독서가 잘 되겠는가?, 독서에 지각생은 없다,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도 되풀이해서 생각하라, 옛사람의 학문과 책을 찌꺼기라고 하지 말라, 틈틈이 독서하는 습관, 닥치는 대로 마구 읽지 않는다, 성독誠篤, 성실하고 진실하게 읽는 것이 독서의 기준, 독서는 어른이 된 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것, 독서란 앎과 실천을 결합한 말, 어린아이에게 글을 읽힐 때 많은 분량을 강요하지 말라 와 같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 가득하다. 독서를 할때 주석과 해석을 먼저 읽지 않는다는 말이나 책을 빌려주는 일에 인색하지 말라는 말은 나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한다. 가끔씩은 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핑게로 주석과 해석을 먼저 읽었던 기억이 있는 까닭이다. 책을 빌리기도, 빌려주기도 싫어하는 내게 책 빌려주기를 인색하게 하지 말라는 말은 새삼스럽다. 독서가 학문은 아니다. 사실과 다른 책도 있다, 감추어진 진실을 알려면 야사野史를 읽어라, 마음에 와닿은 구절을 옮겨 적는다, 독서는 지혜를 더해 주지만 때로는 정신을 해치기도 한다는 말처럼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말도 많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딱히 두가지만 뽑는다면 험담하기 좋아하는 병에는 독서가 약이라는 말이 하나요, 독서는 여행을 안내하는 노정기일 뿐이라는 말이 또 하나다. 예나 지금이나 독서의 중요성은 말하는 입만 아프다. 전체적으로 딱딱한 느낌이 들어 책장을 넘기는 것이 쉽진 않았어도 끝까지 책을 놓지 않는다면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한가지 흠이라면 반복되는 내용이 있다는 것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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