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0일생 소설NEW 1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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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만나게 되어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소문처럼 나로부터 비롯되어진 것들은 찾지 않아도 내게 돌아오는 게 인지상정이다. 25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장소에서 죽을 수 밖에 없었던 두 여자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어진 것인지, 비굴한 인간의 욕망에 대해 외면할 수 없는 강한 공감을 형성하는 건 왜인지... 내가 잘하면 자손이 복을 받는다는 말은 그저 옛이야기에 불과한 말일까? 그러나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으며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든 것이 내게서 끝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소설은 상당한 매력이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왠일인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말드라마나 아침드라마를 보고 난 듯한 여운처럼.

 

2월 30일생이라는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달력에도 없는 날짜에 태어난 사람이 누구일까? 제목속에 숨겨두었을 많은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심하게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듯이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이나 복잡한 복선을 깔아 놓을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나름대로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굴곡이 느껴지지 않는 흐름은 안타까웠다. 딱히 이렇다하게 느껴지는 감정선 하나없이 책장이 넘어갔다. 반전이었을지도 모를 부분조차도 그저 그런 느낌으로밖에 다가오지 않았다. 현재와 미래라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이채로웠다. 현재를 통해 과거를 보고 그 과거와 현재속에 미래가 들어있다는 설정은 흥미로웠다. 이 작은 이야기속에서조차 역사는 이긴자의 기록일 뿐이라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책속의 말처럼 인간의 삶은 힘있는 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진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간은 끝없이 욕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나에게 가장 큰 잘못이 있다면 지난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예리하게 파고드는 시선은 없는 것 같다. 한사람의 과거로 말미암아 나열하듯 펼쳐지는 죽음의 현장을 보면서도 어떤 긴장감이나 짜릿함은 찾을 수 없었다는게 솔직한 나의 말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미리 예측되어버리는 다음 장면은 아무래도 좀 그렇다. 이 책을 통해 뉴웨이브 문학이라는 말을 다시 보게 된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간소설을 의미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한마디로 말해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갖춘 문학 장르라는 말인 듯 하다. 어쨌거나 2월 30일에 태어난 한여자의 아픔과 슬픔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른다. 해결되지 못한 채 현재의 우리에게 고스란히 넘어온 역사의 한페이지인 것이다. 이제 알게 된 이상 우리에게는 그것을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로 떠안을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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