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정거장 -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펼쳐보는
박성철 엮음 / 러브레터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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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거장에서는 버스가 멈추듯이 행복정거장에서는 행복이 멈출까? 정말 행복이 멈추어줄까? 아니면 내가 손을 들어 그 행복에게 멈추라고 해야하는 걸까? 행복이 버스처럼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라면 차라리 좋겠다. 그렇다면 아무런 고민도 없을테니.. 하지만 어디 그런가? 아주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전해주는 행복이라는 이름은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것을 받아들인 사람만이 느낌으로 알 수 있을 뿐. 그렇다면 그 행복은 어떻게 알아볼 수가 있을까? 쉽게 얘기하자면 이 책이 바로 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행복은 이렇게 생겼답니다, 행복은 이렇게하면 불러서 세울수가 있답니다, 행복은 누구라도 부를 수 있는거랍니다 등등등...

이 책속에서 소개되어진 행복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는 정말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각자에게 딱 맞춤인것처럼 그렇게. 내 행복을 찾아보기 위해 책장을 펼쳐들었을 때부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책속의 행복에게 너무 무관심해지고 말았다. 정말 흔한 이야기들의 집합소같다는 생각이 행복으로 가는 나의 지름길을 막아버린 거다. 이전부터 박성철님의 글에 대한 느낌이 좋아서 무리없이 <행복정거장>을 선택했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입견의 파도속으로 휩쓸려버리고 말았던 거다. 잠시 쉬어가는 공간, 행복정거장... 잠시 쉬어보기로 한다.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무언가가 내 뒤를 따라오느라 헉헉거리고 있을지도 모를테니...

우리는 어디서 태어났을까? 사랑으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멸망하는가?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무엇으로 자기를 극복하는가? 사랑에 의해서.
우리를 울리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
우리를 결합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
본문중 인용되어졌던 괴테의 시를 잠시 생각해본다. 마음이 따뜻해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필수품,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지만 잠시 쉬어가기엔 충분한 행복정거장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고 외치면서 나를 위한 팁 하나를 던져주고 갔던 또다른 이야기속에서는 가족이란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라고 나의 마음을 살짝 어루만져주기까지 한다. '아버지,어머니,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Father and mother, I love you)' 의 각 단어의 첫글자를 합성해보라, 무엇이 나오는가! 기가 막히다! 나는 하루중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몇번이나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내 엄마와 내 남편과 내 아들에게 최소한 한번씩만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것인지... Family... 그야말로 새삼스럽게 나를 아프게 했던 말이 아닌가 싶다.

이 책속에 나를 싣고 가다보니 몇번을 멈춰가면서 손님을 태우듯이 그렇게 내 마음속에 또다른 느낌을 하나씩 태워준다. 지금 나에게 무엇이 소중한가를 생각하게 하고,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큰가를 생각하게 하고, 행복을 만나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되짚어보게 하고, 힘들 땐 희망의 이름으로 이겨내라 한다. 그리고 내 영혼을 맑게 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배려.. 남을 먼저 생각해주는 마음을 잊지 말라는 말.. 너무 쉬운듯하면서도 너무 어려운.. 항상 그렇다. 그런가보다. 행복 역시도 너무 어렵게 잡으려하지 말고 쉬운 방법으로 잡으려하면 된다는... 늘 부족하기만 한 나 자신에 대하여 생각한다. 완벽하려고 하기보다는 누구라도 다가서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지 못한 나의 삶에 대하여 생각한다. 다시 만난 박성철님의 글은 역시 훈훈하다. 착한 천사가 되기 위해 자신이 쓰던 무기를 팔았다던 악마가 '절대 팔지 않음'이라는 팻말을 붙여 놓았던 것이 있었다. 사람을 완전히 파멸시킨다는 것, 그것은 바로 '자존심 짓밟기', '사기 죽이기'라는 거였다는 이야기를 한번 더 기억속에 챙겨두며 책장을 덮는다. 그리고 나는 오늘 또 누구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는가 생각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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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자욱 정채봉 전집, 생각하는 동화 4
정채봉 지음, 이성표 그림 / 샘터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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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속에서 느껴지던 긴 여운을, 흔한듯한 이야기속에 감춰 둔 커다란 울림을, 낙서같은 그림속에 담겨진 작은 설레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굳이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좋은, 책 속에 가득 담긴 여유와 감사와 행복을 당신께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말은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해본 후의 느낌이기도 한 글이고 마음가는 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며 쓴 글이기도 하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정채봉님의 글을 다시 만난다는 설레임에 그저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을 구입하고 또한 선물하였다. 그런데 내가 소장하고 있는 처음의 책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듯하다. 뭐랄까... 물론 좋아진 점도 있겠지만 왠지 낯선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선은 일러스트가 바뀌었다. 처음 김복태님의 그림을 보면서 뭔지 모를 강렬함을 느꼈었다면 이번 이성표님의 그림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는 그런...  그림 하나가 저토록까지 다른 느낌을 전해줄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같은 이야기를 배경으로 두고도 읽는 이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이렇게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채봉님의 글을 너무 좋아한다. 생각하는 동화 시리즈가 나왔을 때 정말 이런 느낌을 전해주는 책도 있구나 싶었었다. 지금도 내가 아끼는 책 중 단연 으뜸이지만 이 시리즈만큼 강하게 나에게 울림을 전해주었던 책도 없었지 싶다. 사실 책 속의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울 건 없었다. 뻔한 이야기같기도 하고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흔한 이야기라고도 말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문체들이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고 있음이다. 마치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처럼 다가가기에 너무도 편한 책.. 하지만 책장을 빨리 넘기려고 하면 알 수 없는 부족함이 나를 따라온다. 아주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생각해가며 음미해가며 읽어볼 일이다.

다시 개정판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도 기뻤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채봉님의 글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도 생겨나고... 오롯이 나 하나만의 느낌일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따스한 느낌을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우리곁에 많았으면 좋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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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계 - 중국의 4대 미녀
왕공상.진중안 지음, 심우 옮김 / ODbooks(오디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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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은 귀에 익었던 미인들을 기억해보라면 이렇다. 주지육림() 이란 말도 연못을 술로 채우고 놀던 주왕과 달기의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유흥행위에서 나왔다는 일화가 있는 여인, 중국 역사상 가장 음란하고 잔인한 대표적인 독부(毒婦)로 기록되었다던 주왕의 애첩 달기가 있다. 잘 웃지 않던 애희를 위하여  전시에나 올려야 했던 봉화를 올렸다는 주나라 유왕이 당황하던 신하들의 모습을 보고 포사가 웃자 좋아했다던 일화가 있는 또하나의 여인 포사가 있다.  하나라 걸왕을 꼼짝못하게 했고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를 즐겼다던 미인 말희가 있다. 또하나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우희.. 우미인이라고도 부르는 그녀는 사면초가에 빠진 항우를 위하여 최후의 연을 베풀었고 그 자리에서 자진하였다는 일화가 있는 여인이다. 우리에게는 패왕별희를 통하여 쉽게 다가오는 이름이기도 하다.  중국의 4대미녀라는 말을 들으면서 문득 떠오른 이름들이다. 그녀들이 과연 얼마나 미인이었을지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책장을 펼치면서 주요 인물소개 그림속에 나온 서시, 양귀비, 왕소군, 초선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달라진 미인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의 소개글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여인들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재조명쯤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의 예견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물론 그 여인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야 당연하겠지만 일단은 그 여인들의 한많은 삶에 촛점이 맞춰진듯 보여진다. 여자로서, 한 여인으로써 단지 미인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거부할 수 없었던 운명의 수레바퀴에 철저하게 뭉개져버렸던 그녀들의 일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왕의 비로 선택되어져 사랑을 받았든, 그렇지 못한 채 다른 여건속으로 말려들어갔든 그녀들이 꿈꾸었던 것은 오로지 한 남자의 사랑속에서 결실을 맺고 싶어했던 소박한 꿈이었을 뿐이라고 역설적인 대변을 해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랬을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면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인들의 싯점에서 시절을 바라보는 까닭인지 이야기의 흐름은 약간 더딘듯 하다. 그러니 거두절미하고 이 여인들의 사랑이 어느쪽을 향하고 있는가만 알아채면 될 것 같다. 과연 그 여인들은 어떤 사랑을 원했고 또한 어떻게 사랑을 했을까? 아들의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종내는 자신의 비로 맞아들였던 현종의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양귀비라는 여인을 등장시킨다. 하지만 흔히 뇌쇄적인 이미지를 생각하게 되는 양귀비가 여기에서는 오롯이 한 남자의 사랑속에서만 존재하는 여인 그 자체로써만 표현되어지고 있다. 그것도 정신적인 사랑을 우선적으로 그리고 있다. 범려와의 사랑을 뒤로 하고 구천의 복수를 위하여 오나라로 가게 되는 서시의 사랑 역시도 정신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왕을 유혹하고 육체적인 사랑만을 앞세웠던 여인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그 사랑을 위하여 목숨을 거는 사랑말이다.

안타깝게도 결실을 보지 못했던 초선의 사랑은 어느쪽으로도 가닥을 잡지 못했다. 양아버지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하여 동탁과 여포를 유혹하게 되지만 어느 누구에게서도 잠시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니 그또한 마음이 아프다. 동탁과 여포, 그리고 조조에게서 관우에게로... 하지만 미인이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그 쳇바퀴를 돌아야 했으니 누굴 탓할까 싶기도 하고. 욕심을 앞세웠던 화사의 농간으로 인하여 타국에서 반생을 보내야 했던 왕소군 역시도 생각해보면 아련하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적인 속물들은 변함이 없다. 모든 것은 다 변하는 데 어찌 인간만이 변하고자 하질 않는지.. 이런 류의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은근슬쩍 화가 나기도 한다. 인간으로써의 의미보다는 도구처럼 전락해버리고 마는 여인의 굴레가 너무도 슬프기 때문이다. 지금세상이 더 나은 것인지 아니면 그 오래전의 세상이 더 나은 것인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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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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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가 세상을 점령했다? 어떻게? 하면서도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바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던 나조차도 지금은 왠만한 자리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니 말이다. 청바지.. 어쩌다 시내라도 나가서 돌아다니다보면 그야말로 청바지 세상이라는 말이 맞다. 종류는 왜 또 그리 많은지.. 같은 청바지라도 색이 다르고 워싱처리가 다르고 무엇을 장착했는가에 따라 달라보인다. 거기다 주머니 종류도 많다. 주머니 위치에 따라 청바지의 이미지가 달라보이는 것도 그런데 스티치 기법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보이는 것도 참 신기하다. 스티치를 줄 때 어떤 색의 실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또한 청바지의 느낌이 확 달라지는 걸 보면 청바지라는 이름을 가지고 마법을 보여주는 것도 같다. 그 유행에 따라 요즘처럼 밑위길이가 너무 짧아서 자리에 앉았을 때 뒤에서 보기가 민망한 경우도 있지만 청바지를 자신의 개성에 맞게 정말 멋지게 입은 경우는 다시한번 쳐다보게 된다.  

청바지.. 과연 어떻게 탄생되었던 걸까? 단순히 노동자들이 일하기 쉽고 편하게 만들어졌던 옷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탄생의 배경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런데 천막천이 청바지의 원조였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천막천이 청바지로 변했다는 거야?... 처음 책을 받아보고 후루룩 넘겨보았을 때 이건 뭐지? 싶었다. 무슨 잡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것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광고지면처럼 보여졌다. 에구, 정신없겠다 도중에 포기하고 싶어지면 어쩌지?... 했었는데 왠걸! 오히려 그렇게 조잡스럽게만 보여지던 편집이미지들이 이 책을 읽으며 청바지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주 작은 그림하나까지도.. 그리고 내가 알 수 없었던 사실들이 그 그림속에 들어 있었으니 새롭게 세계사 공부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청바지는 왜 블루일까? 의외로 참 간단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청바지를 청색으로 물들였던 인디고라는 염료가 무엇인가를 알면 바로 알 수 있다.  인간의 오줌으로 발효시켜 사용하는 인디고는 값이 쌌고 햇볕에 잘 바래지도 않았으며 거친 노동으로 긁히고 때가 타도 티가 잘 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육체 노동자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청색의 옷을 즐겨 입었다는 이 책의 설명은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다. 청바지의 역사속에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종교적인 것도 함께 들어 있었다. 그 청바지 하나로 인하여 많은 것들이 변화되고 또한 많은 문화가 창조되기도 했다는 사실 앞에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도 참 놀라운 느낌을 갖게 만들었던 청바지의 역사.. 지금이야 블루진뿐만 아니라 블랙진, 화이트진도 많이 보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청바지는 블루진이 원조다. 역시 가장 청바지답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가장 놀랍고도 화가 났던 점은 청바지를 통해서 보았던 미국이란 나라의 입김이었다. 미국의 역사와도 나란히 견줄만하게 느껴지던 청바지의 역사속에는 노동자들의 삶 뿐만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와 청바지를 통해 또하나의 식민정신이 분포되었으며 은연중에 그들을 추앙하게끔 만들어버렸던 점에 대해서는 경악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실리주의를 추구했던 미국이란 나라의 기업 이윤 추구의 속성이 청바지속에 아주 촘촘하게 박혀져 그것에 대해 감히 저항할 수도 없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사그러들지 않을 청바지에 대한 세계인의 사랑과 관심.. 마지막 장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이제는 청바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청바지에게 선택을 당해야 하는 우리가 되어버렸다는 게 사실로 여겨지니 참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요즘 유행어처럼 누가 그랬을까? 하고 묻고 싶었다. 정말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그만큼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느껴지던 대목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잡지속에서나 보았음직한 말들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패션이니 스타일이니 하는 말 따위에는 사실 그다지 관심이 없기도 했거니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겠거니 했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바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참 재미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 워싱처리 기법이 일본에서부터 시작되어졌다는 것을.. 청바지 하면 대체적으로 미국을 떠올리게 되지만 스톤 워싱 기법이 처음으로 개발된 나라가 일본이며 그 일본의 구라보 인더스트리라는 섬유회사의 제품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데님 제조회사란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브랜드를 가진 청바지회사로 원단이 공급된다는 말에는 부러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MP3플레이어인 애플의 아이팟에 내장된 플래시 메모리가 알고 보면 우리의 삼성전자 제품이라는 말에 그 부러움을 애써 눌러보기도 한다. 

실용과 멋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청바지.. 이제 나는 그 말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패션을 모르는 나에게도 그렇게 보여지니 말이다. 대중성의 대명사, 청바지.. 하지만 청바지에 의해 선택되어진다는 마지막 장에서는 이의를 달고 싶어진다. 정말 미친짓처럼 보여지는 청바지의 가격을 보면서 그것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아무리 각자의 개성이고 취미이고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좀 그렇다. 남들과는 다른 좀 더 독특한 그 어떤 것을 추구한다고는 해도 그 가격을 보면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거다. 청바지속에 그것을 입는 사람의 정신이 있다고는 해도, 청바지가 만들어낸 문화 코드가 다양해졌다고는 해도, 너나 잘하세요 라고 말한다고 해도 서민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좀 그렇다는 얘기다. 어찌되었든 새로운 상징과 스타일로 태어날 청바지의 무한한 에너지라는 말에는 공감한다. 청바지만큼 젊음을 표현해주는 매개물도 없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또 어떤 문화를 창조해 낼지도 궁금하다.

청바지.. 우리나라 백화점의 청바지 편집 매장에는 9개 나라,50여 브랜드, 450여 가지 스타일의 바지가 가지런히 걸려 있단다. 이제부터 청바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약간의 변화가 오지 않을까 싶다. 왠지 청바지의 새로운 마력앞에 지름신이 강림하실것만 같은... 옷장을 열어보니 내게도 꽤나 많은 청바지가 있다. 입어야 할 상황에 따라 다르게 구입했으니 나름대로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청바지들이. 청바지의 새로운 면을 알 수 있었던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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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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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고 표지그림을 한동안 바라보았었다. 뭘까 이 느낌은? 누군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게 해주던 표지그림을 바라보면서 작가 김정현의 전작 <아버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았던 중년의 남자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죽음에 대하여 묵묵히 받아들이던 모습.. 그 죽음을 앞에두고 감정적인 처리를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던 주변 사람들의 모습.. 그랬다. 사람은 정말이지 누구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혼자였다는 걸 알았었다. 어쩌면 늘 그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받아들이기 싫어 외면하거나 인정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건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가족간에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었다. 내가 만약 저런 상황이 된다면 나에게도 저 주인공과 같은 처방을 내려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그럴수는 없다는 둥, 할 수 있을만큼은 해봐야 한다는 둥, 본의아니게 가족간의 다툼이 일기도 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랬던 그가 다시한번 눈물 적시는 이야기를 들고 나온 것 같아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미리 마음을 다잡는다.

서용준.. 대학재학중 입대하고 제대에 맞추어 아버지가 쓰러진다.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아버지를 대신하여 예정에도 없던 가장의 자리에 앉게 되었지만 용준은 묵묵히 그걸 받아들였다. 다시 복학할 수 있겠지 하며 기다리던 시간들조차도 그에게는 어쩌면 사치였을까? 아버지를 대신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그에게 모든 꿈과 자신의 인생을 포기해야만 하는 길이 되고 말았으니.. 17년이라는 세월을 그렇게 움직일 수 없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던 용준에게 가장 힘이 되어주었던 것은 어머니와 그의 아내였다. 존재자체만으로도 그에게 하나의 힘이 되어 주었던 어머니,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그의 힘겨움을 안아줄 수 있었던 아내의 그 포근함이 있었기에 그가 그 긴 세월을 버티어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힘겨워하는 용준에게 아내는 이렇게 말했었지. 어머니는 어떡하라구요? 당신이 이렇게 마음을 놓아버리면 어머니는 누구에게 마음을 기대고 살아가라는 말인가요? ..  어머니를 위하여, 그리고 묵묵하게 자신 곁에 있어주며 하나의 위안으로 자리했던 아내를 위하여 그는 마음을 내려놓지 않았었다. 그러던 그에게 죽음의 사신이 찾아왔다는 건 정말이지 가혹한 현실이었다. 당신 얼굴이 왜그렇게 까맣게 보여요?  그리고 아내와 친구에게 떠밀리듯이 찾아갔던 병원에서 그는 간암 판정을 받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는 자신의 죽음마져도 묵묵하게 받아들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내와 친구의 가슴은 찢어질듯한 아픔으로 통곡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도 울었다. 내 아버지가 생각나서 울었고,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야 했던 내 오라버니가 생각나서 울었고,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으며 지금까지 살아오신 내 어머니가 생각나서 울었고... 그랬다. 이 책속에서 나를 울렸던 것은 아버지에 대한 용준의 마음이 나를 아프게 했고,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내 오라버니의 아픔이 생각나 정말 꺼이꺼이 울었다.  책을 읽는 내내 용준과 그 어머니의 끈끈한 믿음이 가슴 한가득 느껴졌었다. 내 어머니.. 지금까지 5,6년동안을 아무런 표현조차 하지 않으시지만 먼저 간 자식에 대한 서러움을 어찌 달래고 계시는가!  평생을 자신 하나만을 위해 살아오셨던 내 아버지.. 아직도 아버지를 용서해드리지 못한 채 그저 붙잡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한 질책이 느껴져 나는 그렇게 울었었나 보다.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이 책을 통하여 배울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많았다.  "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산다는 거, 부부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거, 그렇게 요란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는... 친구같이 서로 의지가 되고,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하고. 다만 잘 모를 때에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될 테고, 굳이 모든 걸 알려고 들지 않아도 언젠가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될테니 서두를 것 없다는 생각이면 되지 않을까. 난 속속들이 말하는 쪾은 아니지만 그래도 속이거나 배신하는 일은 결코 없을 테니 믿어도...." (75쪽) 속정 깊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 표현은 안해도 행동속에 그리고 가끔씩 하는 말속에 가슴속의 정이 표현되어지는 그런 사람. 부부라는 게 정말 용준의 말처럼 살아질수만 있다면 백점 만점에 백점일게다. 용준과 그의 아내는 처음 만났을 때 나누었던 말처럼 함께 있는 날까지는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못하는 나를 다시한번 더 돌아볼 일이었다. 굳이 사랑한다는 말 하지 않아도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라면 욕심부릴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생각도 하면서...

소중한 느낌. 그래, 사랑은 결국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사랑한다는 건, 그래서 그가 없으면 안절부절 못하는 그 마음도 실상은 소중하게 여겨지는 바탕일 것이다. 그런데 처음 사랑이라는 불꽃 앞에 눈이 멀어 내면의 그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면 끝내는 그림자마저 푸석해져 버리는 것이리라. (132쪽) 사랑에 대한 정의가 이렇게까지 깊은 공감을 자아내게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말없이 힘겨운 용준의 곁에 서 있어준 아내의 깊이가 아마도 저와 같았을 것이다. 한편의 영화처럼 살아 온 그들 부부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마치도 그들 부부의 손잡은 뒷모습을 내가 바라보고 있는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었다. 인간의 속성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그랬으리라. 변질될 수 없는 속성, 사랑이라는 이름과 함께 했을 때 좀 더 강해지고 좀 더 아름다워지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점점 영악해져 가는 세상이었다. 말 한마디로 천 냥빚을 갚는다는 건 아마도 이 시대에서는 아득한 전설이 된 게 분명할 것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가슴속 공허함에 진저리를 치며 마음을 털어놓고 위안 받을 그 무엇인가에 간절히 목말라 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 백 마디의 진심어린 따뜻한 위안보다도 눈앞에 보이는 손톱만큼의 이익에 더 현혹된다.(180쪽)  정말 그렇다. 영악해져 가는 세상도 사실이고, 저마다의 공허함을 달래지 못해 위안 받을 그 무엇인가에 목말라 하는것도 사실이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진심보다는 거짓을 더 앞장세워야만 하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힘겨운 삶의 여정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이 책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그러니 더 절절할 밖에.. 그러니 더 아플 수 밖에.. 그들이  힘겨울 때마다 하나의 위안으로 삼았던 친구 서용준을 보내면서 얼마나 가슴 깊은 절망을 느껴야 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말, 사람은 누구나 철저하게 혼자라는..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남편과 아내의 사랑, 친구와 친구의 사랑,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 채 묵묵히 삶을 인정했던 용준이 내게 가르쳐주고 간 것은 너무도 많다. 그중에서도 그의 아내와 그가 말없이 나누었던 부부의 사랑만큼은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문득, 잠시 비워두었던 자리에 찾아드는 사람처럼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와 어느 결에 내 몸 안에 스며든 사람. 내가 줄어든 것이 아닌데도 그녀는 내 절반이 되었고, 그녀 또한 그대로인데 나는 그녀의 절반이 되어 있었다. 아무런 이물감도 없었고 무겁지도 않았다.(240쪽)  나 역시 내 남자에게 그런 사람으로 그렇게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마지막 책장을 다 읽고 눈물을 훔치면서 책장을 덮었다. 다시 보이는 표지그림.. 그 그림을 내가 저만큼 위에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생겨나기도 했고,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을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심코 접혀진 책장을 쭈욱 펼쳐보았다. 앞뒤로 그려진 표지그림이 이어지며 하나의 세상이 되어 펼쳐졌다. 고향사진관,중화반점,숙다방,양지이발소....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표지그림안에서 숨쉬고 있었구나... 잊혀지는 사람이 가장 슬프다는 말을 떠올린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누군가에게 기억되어질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일게다. 서용준..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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