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걸 읽다니! - 한자 한 글자로 삶이 바뀌는 기적
나인수 지음 / 유노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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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찌되었든 우리가 살아가면서 좋든 싫든 기억해야 할 것은 무궁무진하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학습을 따라가려면 자기만의 기억법이 필요할 듯도 하다. 지금이야 학습법이 많이 달라지고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해도 기억을 잘한다는 건 확실히 플러스 요인이다. 책의 소개글을 보다가 책에서 소개하는 한자 암기법이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시인 시모니데스가 발명한 최초의 기억법(기억의 궁전)을 근거로 한다는 말이 보여 한번 찾아보았다. 기억의 궁전이라.... 흠, 결국 연상기억법이로군. 하지만 내가 알기로 그 기억법은 쉽지가 않다. 자신에게 익숙한 특정장소를 하나 정해서 그 동선에 따라 기억하고자 하는 것들을 배치해서 떠올리게 하는 방법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말이다. 특정장소를 외운다는 것도 그렇지만 만약에 기억해야 할 것이 짧은 단어가 아니라면 그것조차도 고난의 연속으로 들어가버리기 때문이다. 공부라는 게 말처럼 그리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중일을 묶어서 한자문화권이라 한다. 그러니 한자는 우리와 뗄레야 땔 수 없다. 나 학창시절만해도 한자수업을 정규적으로 받았었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한자문화권이지만 오히려 영어를 더 필수로 여기는 문화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니 한자가 오죽 어려울까? 하지만 한국문화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한자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자와 마주치는 순간이 너무나도 많은 까닭이다. 나 역시 한자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았던 기억이 있다. 뭐든 꾸준히 하지 않으면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다. 아마도 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시선이 갔을 것이다. 내가 이걸 읽다니! 라는 제목이 어쩌면 우습기도 하고, 내 기억속에 잠재되어져 있는 한자가 쓰고 읽으며 밖으로 나올 때는 정말 놀랍기도 하다.

 

확실히 한자의 음과 부수만을 가지고서는 한자를 쉽게 기억할 수는 없다. 그러니 자기만의 기억법을 찾는게 중요할 것이다. 한자를 조금씩 공부하다보니 참 신기했다. 그 하나의 글자속에 엄청난 의미를 숨겨둔 것도 그렇고, 한자의 모양새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글자도 많다. 안타까운 건 읽는 것과 쓰는 것이 함께 동행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읽는만큼 쓰지 못하니 한자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열심히 다가가려고 노력중이다.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는 방법대로 몇 번을 따라해 보았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한가지에 의존하기보다는 이것저것 써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한자, 내게는 또 하나의 숙제다. 밀린 숙제....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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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 노자 <도덕경> 나를 살리는 마음공부
구로사와 이츠키 지음, 박진희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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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를 가지고' 사는 게 아니라 물 흐르듯 '섭리에 따라'... 

의도를 갖지 않은 채 섭리에 따라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먹고 자는 것까지도 무언가에 귀속되어져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배고파서 먹는게 아니라 '때'가 되었으니 먹고, 더 자고 싶으나 따라야 할 세상의 규칙이 정해져 있으니 맘놓고 잘 수도 없다. 오죽했으면 '살아진다'라고 표현을 할까?  '살아냈다'라는 말과 '살아진다'라는 말을 보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팍팍하고 여유가 없는지를 보여주고 있음이다. 얼마전 어느 기사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어디였느냐는 물음에 많은 사람이 자연과 삶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곳을 꼽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삶에서의 선택은 자연과는 너무도 먼 아파트였다는 모순을 지적했었는데, 그게 바로 '의도를 가지고' 살아가는 昨今의 우리 모습이 아닐까 싶다.

 

도는 그저 '있는 그대로' 자연의 섭리를 따를 뿐이다.

그저 세상에 묶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갈 뿐이다.

사랑도 그렇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사랑하고, '보이는 그대로'를 인정해 준다면 그게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책을 아무리 가까이해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마음은 그렇게 하지 못하니 그것으로부터 비롯되어지는 삐걱거림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도'라는 게 그리 특별할 것도 없어보이는데, 우리의 일상속에도 흔하게 존재하는 것인데 마치 특별한 것인양 그렇게 정의내린 우리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인다.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세상의 잣대에 무관하게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친 적이 있었다. 세상의 잣대라는 게 나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 같은 서걱거림이 너무 싫어서.  생각보다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 굳이 내가 그것을 의식하며 살 필요가 있을까? 그저 있는 그대로 살아가면 그 뿐인 것을.

 

나만의 해석과 판단으로 가득찬 마음을 비워야만 거기에 새로운 것을 유연하게 받아 들이고 수용할 수 있는 우리의 본래 기능이 살아날 수 있다.

사람은 갓 태어났을 때는 유연하고 보드랍지만 죽음을 맞이할 때는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다. 초목이나 다른 것들도 막 생겨났을 때는 나긋나긋하고 무른 상태지만, 죽음이 가까워지면 말라서 퍼석퍼석해진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살아가는 것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결국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 童心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아름다워질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이 주는 話頭는 명백해 보인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또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일찌기 공자가 주나라로 가서 노자에게 禮를 물으려 하였는데, 노자가 '그대는 교기(驕氣), 다욕(多欲), 태색(態色)과 음지(淫志)를 버리라'고 꾸짖었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驕氣라 함은 남을 업신여기고 잘난 체하며 뽐내는 태도이고, 多欲이라 함은 욕심이 많음을 말하고, 態色은 잘나 보이려는 얼굴빛을 말하며, 淫志라 함은 세상을 내 뜻대로 해보려는 의도를 말함이니 너무나도 많은 뜻을 담은 한마디의 대답이다.

 

노자의 '도덕경'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주저함없이 선택한 책이었다.  노자는 고대 중국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동양철학의 큰 인물이다.  그가 실존했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안 것도 사실은 얼마되지 않았기에 누가, 왜 이런 책을 썼을까 꽤나 궁금했었다. 이 책에 의하면 사마천이 쓴 역사서 <史記>에 정체불명의 인물로 서술되어 있었다는 말이 보인다. '노자'라는 두 글자도 '위대한 선생'을 뜻하는 존칭일 뿐이라고 하지만, 세간에 노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세 명이나 존재하고 있었다고 하니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무언가로 구속하고자 하는 욕망이 많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에 이름을 내세우지 않은 큰 인물은 많을 것이다. 그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점 또한 모두가 다르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아마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이 책의 내용들은 한층 더 마음에 와 닿는 듯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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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조정자들 - 리더는 혼자 성공하지 못한다
김준태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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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예정치않게 하조대를 다녀온 적이 있다.  고려 말에 하륜과 조준이 숨어지냈던 곳이라는 것에서 하조대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하륜과 조준조선 초에 이방원을 도와 왕위에 오르게 하였던 인물들이다. 다시말해 조선의 개국공신이라는 말이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두사람의 이름이 반갑게 느껴졌던 이유다. 책표지에 보이는 한줄의 문장이 눈길을 끈다. 리더는 혼자 성공하지 못한다... 그만큼 한나라의 왕이나 지도자는 곁에 두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일터다. 한때는 왕의 곁에서 장자방의 역할을 해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끝까지 자신의 위치를 지키지는 못한 예가 수두룩하다. 주변에 의해서 혹은 자신의 욕심에 의해서 뜻을 펼치지 못하고 끝내는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이들이 더 많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왕의 곁에 머물면서 자신을 지켜냈던 이들도 많다. 그들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듯 하다.

 

하륜, 황희, 김종서, 신숙주, 류성룡, 이원익, 최명길, 남구만, 채제공, 김조순...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들이 보인다. 낯이 익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보거나 들었다는 것이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탁월한 조정자라는 말처럼 그들이 왕과 백성을 위함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그 안에서 자신을 다루기에도 허술함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끝내는 자신의 고집으로 삭탈관직을 당해야 했던 사람들도 물론 있다. 낮게 엎드려 뜻하는 바를 이루었던 사람 조준, 리더가 원하는 틀에 자신을 맞추었던 사람 하륜, 올바름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 정광필,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나라와 백성을 생각했던 사람 최명길 등과 같이 단 한줄로 그 사람을 표현한 것이 이채롭다. 그렇다면 여러 명의 왕을 모셨다는 신숙주는 어떻게 끝까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일까?  저자는 겸손과 실력으로 왕의 의심을 극복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살아서도 사당에 받들어 모셔질만큼 백성을 사랑했다는 이원익의 이야기는 볼 때마다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혼탁한 이 시대에 저토록 탁월한 인물이 있어준다면 정말 고마운 일일텐데...

 

책을 읽다보면 이인자라는 말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2인자였을까? 마치 위인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금의 우리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인물의 이름도 보인다.  재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름도 꽤나 있다. 중간 중간에 위징, 안영, 장거정과 같은 중국의 2인자들을 끼워넣었다. 한 시대를 호령하던 사람들이 처신을 잘못하여 한순간에 모든 걸 잃게 되는 경우, 그 사람 하나에서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세상에 대한 처세술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말해주고 있음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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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10-29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제공을 ‘체‘제공으로 잘못 표기돼서 수정해야겠네요~^^
좋은 글 잘 읽은 보답으로...♥
 
퀘스트 (표지 : 2종 중 랜덤) - 작고도 빛나는 삶을 위한 111가지 일상탐구서
체로키 지음 / 웨일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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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도 빛나는 삶을 위한 111가지 일상탐구서, 라는 부제만 보고 흔한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싶었다. 그럼에도 이 책에 손을 내밀게 된 이유는 지은이의 이름에 체로키라는 말이 보여서였다. 내가 체로키라는 말에서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인디언이었다. 인디언들의 삶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었기에 그들의 삶속에서 배운 어떤 것들이 이 책속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우습게도. 책속에는 부제에서 보여주듯이 살아가면서 우리가 놓친 소소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 가득 담겨있다. 우리의 삶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아주 단순하다. 평범한 것이 위대하다는 말처럼 스쳐 지나가는 작은 것들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 행복해지고 싶다면, 마음이 따뜻한 삶을 살고 싶다면,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묻고 있다.

 

quest라는 말은 탐색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행복해지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까 찾아보고, 평온하고 따뜻하게 살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 지 그걸 찾아보자는 말일터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말은 필요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것이 필요치는 않다. 오직 하나 나의 마음, 나의 생각만 다스리면 되는 것이다. 내 감정에 충실하고, 내가 배려받고 싶은 것처럼 타인을 배려하고, 때로는 게으르게, 때로는 기다리며....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은 즐겁지 않다. 할 일이 많은데 안 하고 있는 것이 즐거운 것이다. 112쪽에 나와 있는 말이다. 게으름에 관한 일침이다. 게으름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게으를 권리를 누리라는 말인데,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게으르다는 말의 참뜻을 생각해보게 된다. 게으름속에서 자신을 돌아보자는 말인데 그게 쉬울까 싶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문득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떠올랐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이 버킷리스트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까지 버킷리스트라는 것에 대해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꿈을 좇는 인간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간인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죽기 전에 무엇을 보고 싶어할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꼭 죽기전, 이라는 말을 붙일 필요는 없어보인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면서 하나씩 하나씩 내가 원하는 걸 하고, 또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하게 세계여행을 한다거나, 무언가를 크게 이루어보고 싶다는 그런 계획보다는 차라리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작고 소소한 것들을 하나씩 실천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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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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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실제 카페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쓴 소설.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뚜렷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여기서 <검은 강>이라는 제목은 커피에 대한 은유이며, 오염된 강물이며, 또 더러운 물을 대중에게 끼얹는 언론 기사를 상징한다는 후기글이 내게는 많은 공감을 불러왔다. 각 장마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 말소리를 들려주고 있는데 마치 바로 옆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기시감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남의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은 昨今의 현실이 바로 그런 사회라는 말일 터다. 앞뒤 상황이 어찌되었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버리는... 이미 정해진 어떤 규칙에 얽어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을 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무엇으로부터 왔는가에는 관심이 없고 이미 벌어진 상황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해버리는... 그리고는 제 멋대로 떠들어대기에 급급한...  작가는 묻는다. 우리가 과연 윤리적이며 도덕적이라고 말하는 것들의 정의는 무엇인가, 라고.

 

소설은 하나의 사건을 두개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법정에 선 여자와 죽어가는 여자가 엇갈리는 구성이 이채롭다. 뒤늦게 찾아온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인을 해야만 했던 여자 자전과, 명품으로 자신을 치장하기 좋아하고 남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는 중년의 여자 홍보의 시선이다. 홍보의 남편 홍타이로 인해 자전은 살인을 결심하게 된다. 살인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두 여자의 시선을 빌려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살인의 원인은 얼핏 보면 상당히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치정에 의한, 혹은 돈을 노린 살인이라는 세상의 말과는 다르게 남에게는 말할 수 없었던 두 여자의 속내가 그 사건속에 깊숙히 숨겨져 있는 것이다. 두 여자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결핍과 절망이었다. 채워지지 못한 채 끝내는 체념에 이르게 될 그녀들의 결핍이 내내 가슴 한켠을 서늘하게 했다.  행복해지고 싶었던 두 여자의 이야기.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을 두 여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만큼이나 그녀들의 가슴속에는 사랑이라는 의미가 너무나도 피상적인 것인 까닭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평가한다.  그 위험성은 간과한 채.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미 끝난 사건을 들춰낸 이유는 세상사람들의 말속에 가려져버린 그녀들의 아픔을 한번쯤은 어루만져줄수도 있어야 하는 거라고.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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