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대만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실제 카페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쓴 소설.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뚜렷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여기서 <검은 강>이라는 제목은 커피에 대한 은유이며, 오염된 강물이며, 또 더러운 물을 대중에게 끼얹는 언론 기사를 상징한다는 후기글이 내게는 많은 공감을 불러왔다. 각 장마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 말소리를 들려주고 있는데 마치 바로 옆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기시감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남의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은 昨今의 현실이 바로 그런 사회라는 말일 터다. 앞뒤 상황이 어찌되었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버리는... 이미 정해진 어떤 규칙에 얽어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을 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무엇으로부터 왔는가에는 관심이 없고 이미 벌어진 상황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해버리는... 그리고는 제 멋대로 떠들어대기에 급급한...  작가는 묻는다. 우리가 과연 윤리적이며 도덕적이라고 말하는 것들의 정의는 무엇인가, 라고.

 

소설은 하나의 사건을 두개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법정에 선 여자와 죽어가는 여자가 엇갈리는 구성이 이채롭다. 뒤늦게 찾아온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인을 해야만 했던 여자 자전과, 명품으로 자신을 치장하기 좋아하고 남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는 중년의 여자 홍보의 시선이다. 홍보의 남편 홍타이로 인해 자전은 살인을 결심하게 된다. 살인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두 여자의 시선을 빌려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살인의 원인은 얼핏 보면 상당히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치정에 의한, 혹은 돈을 노린 살인이라는 세상의 말과는 다르게 남에게는 말할 수 없었던 두 여자의 속내가 그 사건속에 깊숙히 숨겨져 있는 것이다. 두 여자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결핍과 절망이었다. 채워지지 못한 채 끝내는 체념에 이르게 될 그녀들의 결핍이 내내 가슴 한켠을 서늘하게 했다.  행복해지고 싶었던 두 여자의 이야기.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을 두 여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만큼이나 그녀들의 가슴속에는 사랑이라는 의미가 너무나도 피상적인 것인 까닭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평가한다.  그 위험성은 간과한 채.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미 끝난 사건을 들춰낸 이유는 세상사람들의 말속에 가려져버린 그녀들의 아픔을 한번쯤은 어루만져줄수도 있어야 하는 거라고.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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