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 노자 <도덕경> 나를 살리는 마음공부
구로사와 이츠키 지음, 박진희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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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를 가지고' 사는 게 아니라 물 흐르듯 '섭리에 따라'... 

의도를 갖지 않은 채 섭리에 따라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먹고 자는 것까지도 무언가에 귀속되어져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배고파서 먹는게 아니라 '때'가 되었으니 먹고, 더 자고 싶으나 따라야 할 세상의 규칙이 정해져 있으니 맘놓고 잘 수도 없다. 오죽했으면 '살아진다'라고 표현을 할까?  '살아냈다'라는 말과 '살아진다'라는 말을 보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팍팍하고 여유가 없는지를 보여주고 있음이다. 얼마전 어느 기사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어디였느냐는 물음에 많은 사람이 자연과 삶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곳을 꼽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삶에서의 선택은 자연과는 너무도 먼 아파트였다는 모순을 지적했었는데, 그게 바로 '의도를 가지고' 살아가는 昨今의 우리 모습이 아닐까 싶다.

 

도는 그저 '있는 그대로' 자연의 섭리를 따를 뿐이다.

그저 세상에 묶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갈 뿐이다.

사랑도 그렇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사랑하고, '보이는 그대로'를 인정해 준다면 그게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책을 아무리 가까이해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마음은 그렇게 하지 못하니 그것으로부터 비롯되어지는 삐걱거림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도'라는 게 그리 특별할 것도 없어보이는데, 우리의 일상속에도 흔하게 존재하는 것인데 마치 특별한 것인양 그렇게 정의내린 우리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인다.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세상의 잣대에 무관하게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친 적이 있었다. 세상의 잣대라는 게 나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 같은 서걱거림이 너무 싫어서.  생각보다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 굳이 내가 그것을 의식하며 살 필요가 있을까? 그저 있는 그대로 살아가면 그 뿐인 것을.

 

나만의 해석과 판단으로 가득찬 마음을 비워야만 거기에 새로운 것을 유연하게 받아 들이고 수용할 수 있는 우리의 본래 기능이 살아날 수 있다.

사람은 갓 태어났을 때는 유연하고 보드랍지만 죽음을 맞이할 때는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다. 초목이나 다른 것들도 막 생겨났을 때는 나긋나긋하고 무른 상태지만, 죽음이 가까워지면 말라서 퍼석퍼석해진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살아가는 것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결국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 童心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아름다워질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이 주는 話頭는 명백해 보인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또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일찌기 공자가 주나라로 가서 노자에게 禮를 물으려 하였는데, 노자가 '그대는 교기(驕氣), 다욕(多欲), 태색(態色)과 음지(淫志)를 버리라'고 꾸짖었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驕氣라 함은 남을 업신여기고 잘난 체하며 뽐내는 태도이고, 多欲이라 함은 욕심이 많음을 말하고, 態色은 잘나 보이려는 얼굴빛을 말하며, 淫志라 함은 세상을 내 뜻대로 해보려는 의도를 말함이니 너무나도 많은 뜻을 담은 한마디의 대답이다.

 

노자의 '도덕경'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주저함없이 선택한 책이었다.  노자는 고대 중국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동양철학의 큰 인물이다.  그가 실존했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안 것도 사실은 얼마되지 않았기에 누가, 왜 이런 책을 썼을까 꽤나 궁금했었다. 이 책에 의하면 사마천이 쓴 역사서 <史記>에 정체불명의 인물로 서술되어 있었다는 말이 보인다. '노자'라는 두 글자도 '위대한 선생'을 뜻하는 존칭일 뿐이라고 하지만, 세간에 노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세 명이나 존재하고 있었다고 하니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무언가로 구속하고자 하는 욕망이 많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에 이름을 내세우지 않은 큰 인물은 많을 것이다. 그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점 또한 모두가 다르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아마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이 책의 내용들은 한층 더 마음에 와 닿는 듯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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