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돼지
심상대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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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림자 놀이>,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저스티스맨>, <우리 사우나는 JTVC 안봐요>... 근간에 내가 읽은 세계문학상 작품들이다. 이 책 역시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김별아의 <미실>이나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도 세계문학상 수상작들이다. 사실 베스트셀러나 ㅇㅇ상 수상작이라는 작품을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세계문학상 수상작들을 자주 읽게 되었다. 잘 읽혔다. 소설인데도 우리네 현실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느낌을 작품들이 가지고 있었다. 고단한 우리네 삶을 똑바로 바라보는 관점이 좋았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또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심상대라는 작가의 이름때문이다. 어디선가 많이 보고 들었던 느낌인데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는 것. 찾아보니 많은 작품이 보인다. 여태 그의 작품을 왜 읽어보지 못했을까?

 

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낄낄거렸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듯이 그 장면들이 머리속에 그려지고 툭탁거리는 그들의 말이 귀에 들리는 것 같아서. 소설의 배경은 빵이다. 먹는 빵이 아니라 감옥, 다시말해 죄수들의 은어로 '빵'이라 불려지는 감방이다. 그러니 당연히 재소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같은 방에 배치된 털보와 빈대코는 59년생으로 돼지띠 동갑이다. 털보는 이곳에 오기 전에 주유소를 했고, 빈대코는 산골마을에서 과수원을 했던 사람이다. 앞으로 감옥살이를 같이 하게 될 사람들에게 신고식을 하면서 그들은 둘이 같은 나이라는 걸 알게 되고 바로 친구가 된다. "우리는 돼지띠 동갑이다! 앞으로는 누가 뭐래도 잘 살아보자. 우리는 죽어도 돼지고 살아도 돼지다!" (-29쪽) 그러다가 나중에 신입이 하나 더 들어오게 되는데 그게 빠삐용이다. 이 교도소에서 한가지 좋은 점은 자신이 졸업한 대학의 이름이 박힌 우유가 나오지 않아서, 라고 말하던 빠삐용은 정치를 하던 사람이었다. 이렇게해서 셋은 죽어도 돼지, 살아도 돼지인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꿈을 꾼다. 어느 바닷가 작은 마을 국도변에 주유소를 하면서 혼자 살겠다는 털보의 꿈에, 그 주변의 산에서 과수원을 하면서 같이 살자고 빈대코를 슬쩍 끼워주고 나중에 들어온 빠삐용의 조용하고 공기좋은 섬에서 살고 싶다는 꿈이 거기에 보태졌다. "그래.... 어딘가 있을거다. 정 없으면 우리 셋이 그런 마을을 만들면 되지 무슨 걱정이냐." (-279쪽)  이 돼지띠 '사장님'들과 같이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재소자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으면서도 눈물겹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돼지띠 친구들의 일상을 쫓아가면서 우리네 삶의 여정을 돌아보게 된다. 저마다의 사연을 듣다보면 세상의 비정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들의 어이없는 행동때문에 피식거리기도 했지만 웃는게 웃는게 아니라는 말처럼 한편의 희극을 보고 있으면서도 눈물이 나는 듯한 서글픈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세사람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은연중에 돼지띠 친구들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책장을 넘겨가면서 하아~~ 한국사람들이란! 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일단 관등성명부터 묻고 바로 서열정리에 들어간다. 나이가 한살이라도 많으면 형님이 되는 건 당연지사다. 한국에 찾아온 외국인들이 가장 의아해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오히려 더 많은 정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으니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게 마련인 듯 하다. 그런 정서가 있었기 때문에 털보와 빈대코와 빠삐용은 서로에게 이렇게 외칠 수 있었던 거다. "힘내라 돼지야!" "그래... 힘내라 돼지!" (-304쪽)  작가는 책의 말미에 작가의 말을 빌어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보여주고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리니, 마음은 앞날에 살고 지금은 언제나 슬픈 것이라, 모든 것은 덧없이 사라지고 지나간 것은 또 그리워지나니...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이 말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고 말 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한편의 시로 위로받고 마음의 위안으로 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선택과 결정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삶. 어느 누군가가 전해주는 단 한편의 시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힘내라 돼지>, <울어라 돼지>, <기쁘다 돼지> 등 세권으로 이루어진 연작 장편소설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말이 보인다. 앞으로 펼쳐질 두번째, 세번째 돼지들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돼지들의 행로에 응원을 보낸다. 힘내라 돼지! 그리고 나도!  /아이비생각

 

 

"天地不仁이라지 않소. 사장님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래도 세상살이는 공평하지 않습니다. 하늘이 이 사람 저 사람 가리고 살펴 복을 주고 화를 내리는 게 아니라는 건 우리가 겪어봐 알잖아. 그러니 맘 편히 먹고 여기나 저기나 다 같은 징역살이라 생각하면 그만이요."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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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세트 - 전2권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알베르 카뮈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 생각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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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 "  우리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우스개소리처럼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사람도 있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해보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단 하루라는 시간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하고 되묻게 된다. 나라면 그냥 평소처럼 내일을 맞이할 것 같다. <페스트>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페스트>는 알베르 카뮈의 작품으로 역대 최연소의 나이에 노벨문학상을 받게 했다. 1947년에 쓰여졌다는 <페스트>는 그의 작품 <이방인>과 함께 당당히 세계의 명저속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세계명작에 빠져 닥치는대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느낌이 어땠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금도 이렇게 무겁게 다가오는 주제를 어린 나이에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페스트>에는 인간이 공포에 대처하는 모습과 길들여짐이 함께 하고, 희망과 절망이 평행선을 달리며, 나와 우리가 함께 한다.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몰고 온 공포가 덮쳤을 때 사람들은 설마했다. 그들은 절망했다가 괜찮아질거라는 희망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사그러들기는커녕 사망자의 수치는 겉잡을 수 없이 늘어가고, 어느새 그 상황에 익숙해져버린 사람들은 오히려 평온함을 되찾게 된다. 인간의 적응력은 얼마나 대단한지!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쥐를 보며 페스트를 의심했던 의사 리외.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오랑시의 사람들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환자를 돌보며 평온한 듯 평온하지 않은 그의 일상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오랑시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했던 랑베르에게 리외는 이렇게 말했었다. "어쩌면 저 역시 행복을 위해 뭔가 하고 싶기 때문"(-54) 이라고.  그의 한마디가 랑베르에게 혼자만이 행복을 추구한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결말을 불러왔지만 나는 랑베르가 탈출시도를 멈추겠다고 말했을 때 왠지 모를 단절감과 절망이 느껴졌다. 그건 아마도 랑베르의 직업이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기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페스트라는 전염병은 그렇게 오랑시의 사람들에게 공토와 희망과 절망을 안겨주었다. 오래전에 읽었던 마릴린 체이스의 <격리>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페스트>의 배경이 프랑스의 오랑시였다면 <격리>의 배경이 된 도시는 샌프란스시코라는 점이다. 이 작품과 마찬가지로 전염병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지쳐갔다. '남의 불행을, 남의 고통을 이렇게까지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이 속히 끝나기를 바랐다. 마음을 다해.  전염병과 맞서 싸우며 끝까지 함께 했던 친구 타루를 희생시키고 드디어 페스트의 기세가 사그러들며 희생자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 책이 전하는 메세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페스트라는 전염병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온갖 부조리함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카뮈는 자신을 실존주의 작가라고 규정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는 말이 시선을 끈다.  /아이비생각 

 

화자이기도 했던 의사 리외에게 친구 타루가 했던 말이다.

" - 중략-  그래요. 저는 이 세계를 알아요. 리외, 저는 단언할 수 있어요. 사람은 저마다 자기 안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요. 왜냐하면 그 누구도 페스트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니까요. 자칫 방심하면 다른 사람의 얼굴을 향해 오염된 숨을 내쉬죠. 타인을 전염시키지 않으려면 늘 자기 자신을 단속해야 해요. 병균은 이 세계의 섭리고, 따라서 치명적일 정도로 자연스럽죠. 그외 것들,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건강, 성실, 결백, 정직, 순수 따위는 의지, 그러니가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 의지의 산물인 거죠. 존경할 만한 사람, 거의 아무도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이란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절대 방심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한 의지와 긴장이 필요하죠. 페스트 환자의 삶은 번거롭습니다. 그러나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는 삶은 그보다 훨씬 더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피로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페스트 환자니까요. 더군다나 감염된 페스트와 싸우기 위해서는 극도의 피곤을 경험해야 하죠. -중략- " ( -119~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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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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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것일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도대체 우리는 사랑이라는 의미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린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다.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엄청난 스트레스와 수면부족이 불러왔던 부주의로 인해 리즈는 이웃집 아이 찰리를 차로 치고 말았다. 찰리는 이제 겨우 세살이었다!  뒤에서 무엇인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고 차에서 내려 확인한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지, 아이를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지... 그러자니 어쩌면 늦을수도 있는 시험시간이 자꾸만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번 시험을 위해서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결국 그녀가 내린 결론은 자기자신이 먼저였다는 거다. 그러나 그런 상태에서 그녀가 시험을 제대로 치룰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녀는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 시험장에 도착했다. 그렇다면 이미 늦어버린 사고의 뒷처리를 어떻게 했을까? 아니 그녀는 시험을 제대로 치르기는 했을까?

 

누구나 실수는 한다. 누구나 부주의로 사고를 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실수를, 그런 부주의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각자 다를 것이다. 혼란스러움속에서 그녀가 의지하고 싶은, 아니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남편 오웬은 아내의 사고가 불러올 자신의 앞날을 먼저 걱정한다.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돼. 성공이 바로 앞에 있다고! 그러니 이번 사고는 없었던거야. 방수포에 덮여있던 어린 찰리의 희미한 숨결을 확인했으면서도 오웬은 아이가 죽은 것처럼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시체를 마을 후미진 곳에 유기한다. 그리고는 차에 남아있던 사고의 흔적을 모두 없애버린다. 어린 아이를, 그것도 친하게 지내던 이웃집의 어린 아이를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속에 리즈는 점점 폐인처럼 되어버리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찰리의 엄마 캐롤은 리즈에게 의지를 하고....

 

우리는 잘 안다.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불러온다는 것을. 작은 거짓말을 덮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책감에 빠진 아내가 혹시라도 사실을 인정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남편 오웬의 모습은 작금의 우리 모습인 듯 하다.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었다는 상황이 주변 사람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비추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지만 누구나 자신의 내면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과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둔 표정이 다르다는 것을. 그 사고가 들춰낸 이면에는 부부라는 끈으로 이어진 남녀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기합리화의 늪에 빠져버린 사람들. 인간에게 부와 명예는 얼만큼이나 중요한 것일까?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게 그토록이나 어려운 일인 것일까? 돈앞에 모든 것을 놓아버린 인간의 추악한 면을 보게 되어 뒷맛이 쓰다.

 

이야기의 흐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왠일인지 살짝 지루함이 느껴졌다. 아마도 작가는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다' 는 말이 불러올 인간의 숨겨진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나만 아니면 되고, 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그 사고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20년전 어린시절의 리즈가 겪었던 일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사고의 유형만 달랐지 다를 게 없어보인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은 똑같다.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모두가 가해자인 세상의 모순을 보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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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세계민족 도감 지도로 읽는다
21세기연구회 지음, 전경아 옮김 / 이다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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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미리 눈치챘어야 했다. 세계민족도감... 이 한마디에 모든 걸 담았다는 걸. 사진이나 그림으로 실물을 볼 수 있도록 만든게 도감이다. 한조각의 픽션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니 딱딱할 것이고, 그러니 어느정도 흥미가 없다면 지루할 것이고... 그래서 조금은 힘들었다.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아서.  어쩌면 너무 쉽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한눈에 세계의 민족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말을.  중국의 소수민족을 따라 여행하던 프로그램을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그들이 살아가는 생활속에 독특함이 묻어 있었다. 꽤나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남아 있다.  일정한 지역에서 같은 말을 쓰고 같이 생활하면서 만들어냈던 그들만의 문화. 바로 그런 문화를 공통적으로 가진 사회집단을 민족이라고 한다는데... 문득 우리 사회에서 툭하면 튀어나오는 단일민족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오랜 세월동안 수도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아야 했던 대한민국은, 조선은, 고려는, 혹은 그 위의 선조들은 정말 단일민족이었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일까? 가끔은 정색을 하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수많은 민족을 만날 수 있다. 더러는 같은 종교로, 더러는 같은 언어로, 더러는 같은 지역이라는 이유로.  이 책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한족을 제외한 중국의 소수민족은 55개나 된다. 그 민족들이 분리와 독립을 원하고 있는 까닭에 중국은 끝도없이 골머리를 앓아왔다고 한다. 가장 가까운 예로 티베트를 보면 알 수 있다.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워 지금까지도 국제사회에 호소를 하고 있지만 이 책은 말한다. 티베트는 이미 중국화되어가고 있다고.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가며 난민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란의 현실도 생생하게 들려준다. 사실 그렇게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소수민족의 유래와 그들만의 신화를 알고 싶었다. 그 때 방송으로 보지 못했던 그 어떤 부분들에 대한 아쉬움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궁금했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다. 단지 아주 재미없는 선생의 강의를 들은 듯한 뒷맛이 조금 씁쓸할 뿐. 

 

왠만하면 모두를 포용했다던 힌두교에 대해 다시한번 들여다보는 건 흥미로웠다. 아울러 고대인도에서 '베다'경전을 근거로 했다는 브라만교와 그에 따른 카스트제도에 대해 속깊이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토착민족과 소수민족의 차이는 뭘까? 이민족에 의해 자신들이 살던 땅에서 쫓겨났거나 홀대받았던 그들의 문화가 이제는 관광상품으로써 새롭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건 현대사회의 모순일까? 과거에는 민족과 언어가 밀접한 관계였다는 말이 보인다.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언어중 90퍼센트가 앞으로 100년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말도 보인다. 세계사에서 그토록 자랑스럽다는 우리의 한글. 과연 살아남기는 할까? 작금의 세태에 비추어보니 왠지 서글퍼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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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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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겐지모노가타리를 읽었었다. 일본문화의 단면을 보고 싶다는 욕심에 읽은 책이었다. 헤이안시대에 무라사키시키부라는 작가가 쓴 연애소설이다. 후궁의 아들로 태어난 겐지라는 남자의 이야기지만 당시 일본의 시대적 배경이 흥미롭기는 했다. 400년정도 이어졌다는 교토의 역사를 헤이안시대라고 한다. 일본은 이 시기에 문학적으로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고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대립의 시기이기도 했으니, 헤이안시대를 거쳐 막부시대가 열린다. 국유지는 귀족들의 사유지가 되어가고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다이묘를 중심으로 한 무사계층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경호를 담당했던 사무라이는 먹고 살기 위해 자신의 주군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실질적으로 무사들을 움직일 수 있었던 쇼군들이 세력다툼을 벌이면서 가마쿠라 막부, 무로마치 막부, 도쿠가와 막부의 시대를 거친다. 일본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우리의 역사속에서도 임진왜란을 통해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다. 바로 그 때가 이 소설의 시대배경이다. 우리에게는 울분을 토하게 하는 역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조선 통신사 황윤길과 김성일을 통한 엉뚱한 당파싸움의 현장. 결국 임진왜란은 일어났고, 그 당시 가토 기요마사를 따라 선봉장으로 조선으로 들어왔으나 귀순하여 역으로 왜군을 치게 되는 사가와라는 인물을 그렸다. 그가 조선으로 귀화해 받은 조선이름이 김충선이다. 책의 말미에 김충선에 대한 연혁이 보인다. 이기고 싶으면 적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속에 그려지는 시대적인 배경이야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조선 관료층의 아들 석운으 태어났으나 일본인 히로로 길러지는 아이. 그에게 찾아왔던 정체성의 혼란에서 안타까움이 전해지기도 한. 팩션이기에 어느정도는 작가의 상상력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사실처럼 느껴진다. 흥미로웠던 점은 조선의 입장이 아니라 일본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굵직한 둥지에서 가지처럼 뻗어나오는 이야기들은 책장을 넘길때마다 살짝 궁금하게도 하지만 왠지 진부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뒷맛은 그리 개운치가 않았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만나지는 일본문화의 단면들이 시선을 끌었다. 노가쿠, 앵앵전, 가케무사, 데루마사의 그림자... 노가쿠는 중국의 경극과 같은 일본의 전통 가면극이다. 지금은 일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것이라 하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 보고싶은 욕심이 생긴다. 가케무사는 말 그대로 그림자무사다. 적을 속이기 위해 자신과 비슷한 무사를 자신처럼 꾸며 비상시를 대비하는 것이다. 앵앵전을 찾아보니 장생과 앵앵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로 중국 당나라 시대의 소설이라고 나온다. 덕분에 노가쿠의 시작이 중국의 산가쿠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대배경을 같이 하는 조선의 역사와 일본의 역사를 함께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 난은 말이야. 습도가 높은 것을 좋아하나 뿌리가 늘 젖어 있으면 썩고 만다.

귀하고 비싼 것이라고 생각되어 매일 애지중지 들여다보면서 물을 주는 초보자는

난을 반드시 죽이게 되지.

그렇다고 해서 너무 오래도록 물을 주지 않으면 탈수로 죽고.

그래서 언제가 물을 주기에 적합한 때인가를 안다는 것은

난을 키우는 첫걸음이면서 이해와 교감의 첫 관문이라는 거지.

2~3일에 한번씩 분의 표토로부터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깊이의 식재를 뒤적여 본 뒤

젖어있지 않으면 그 때가 물을 줄 적기라는 거야."

105쪽. 히로를 아꼈던 겐카쿠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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