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것일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도대체 우리는 사랑이라는 의미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린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다.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엄청난 스트레스와 수면부족이 불러왔던 부주의로 인해 리즈는 이웃집 아이 찰리를 차로 치고 말았다. 찰리는 이제 겨우 세살이었다!  뒤에서 무엇인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고 차에서 내려 확인한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지, 아이를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지... 그러자니 어쩌면 늦을수도 있는 시험시간이 자꾸만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번 시험을 위해서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결국 그녀가 내린 결론은 자기자신이 먼저였다는 거다. 그러나 그런 상태에서 그녀가 시험을 제대로 치룰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녀는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 시험장에 도착했다. 그렇다면 이미 늦어버린 사고의 뒷처리를 어떻게 했을까? 아니 그녀는 시험을 제대로 치르기는 했을까?

 

누구나 실수는 한다. 누구나 부주의로 사고를 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실수를, 그런 부주의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각자 다를 것이다. 혼란스러움속에서 그녀가 의지하고 싶은, 아니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남편 오웬은 아내의 사고가 불러올 자신의 앞날을 먼저 걱정한다.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돼. 성공이 바로 앞에 있다고! 그러니 이번 사고는 없었던거야. 방수포에 덮여있던 어린 찰리의 희미한 숨결을 확인했으면서도 오웬은 아이가 죽은 것처럼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시체를 마을 후미진 곳에 유기한다. 그리고는 차에 남아있던 사고의 흔적을 모두 없애버린다. 어린 아이를, 그것도 친하게 지내던 이웃집의 어린 아이를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속에 리즈는 점점 폐인처럼 되어버리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찰리의 엄마 캐롤은 리즈에게 의지를 하고....

 

우리는 잘 안다.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불러온다는 것을. 작은 거짓말을 덮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책감에 빠진 아내가 혹시라도 사실을 인정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남편 오웬의 모습은 작금의 우리 모습인 듯 하다.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었다는 상황이 주변 사람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비추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지만 누구나 자신의 내면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과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둔 표정이 다르다는 것을. 그 사고가 들춰낸 이면에는 부부라는 끈으로 이어진 남녀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기합리화의 늪에 빠져버린 사람들. 인간에게 부와 명예는 얼만큼이나 중요한 것일까?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게 그토록이나 어려운 일인 것일까? 돈앞에 모든 것을 놓아버린 인간의 추악한 면을 보게 되어 뒷맛이 쓰다.

 

이야기의 흐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왠일인지 살짝 지루함이 느껴졌다. 아마도 작가는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다' 는 말이 불러올 인간의 숨겨진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나만 아니면 되고, 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그 사고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20년전 어린시절의 리즈가 겪었던 일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사고의 유형만 달랐지 다를 게 없어보인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은 똑같다.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모두가 가해자인 세상의 모순을 보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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