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이력 - 평범한 생활용품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
김상규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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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끔씩은 하늘을 보자고, 어쩌다 가끔씩은 무릎 아래 피어난 꽃한송이의 미소에 답해보자고, 어쩌다 가끔씩은 스치는 바람결에 마음을 맡겨보자고, 그리고 한번쯤은 천천히 천천히 거리를 걸어보자고 ... 언제부터인지 우리 곁을 맴도는 하나의 주제다. 세상이 빠름빠름만을 외쳐대는 디지털시대에 지쳐가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두가 빠르게 달리기만 하니 그들을 이기려면 더 빨라져야 한다는 게 현재의 모순이다. 날듯이 뛴다는 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뒤돌아본다는 건 결코 뒤처지는 게 아닐텐데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뒤돌아봄에 대해 이상한 편견을 갖기 시작한 듯 하다.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하다는 말은 이론에 불과할 뿐이다. 일상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도 그저 글자와 소리로만 머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소소한 것들로부터 작은 위안을 찾아낼 수 있는 순간이 우리에게 찾아오기도 한다. 별 것도 아닌 게, 그저 그런 것일뿐이라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들이 가끔씩 보내오는 위안의 순간은 특별하다. 잃어버린 어떤 것에 대한 향수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한창시절에 너무나도 갖고 싶어했었던 삼성 마이마이카세트를 떠올렸다. 그거 하나만 가져 봤으면 원이 없겠다고 생각하다가 손에 넣었던 순간, 벅차오르던 그 환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때는 카세트테이프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만 골라 녹음해주던 레코드방도 있었다. 그랬던 카세트테이프들이 지금도 우리집 한구석에 남아 있는데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무용지물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책속에서 소개해주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 지나간 것들에 대한 향수는 진했다. 늘 곁에 있어주었지만 그것이 어떻게해서 생겨났는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작은 관심조차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 그 많은 것에 대해 미안함이 몰려온다.

 

일단 사라지는 것에 대한 예의부터 시작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오호, 그랬단 말이지? 하는 마음이 생겨나게 한다. 그러고보면 많은 것은 서로 공존한다. 공생관계라는 말이다. 사라진 듯 하지만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는 것들이 새삼스럽다. 도시의 일상에 뿌리내렸다는 생산라인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동물을 닮은 것에 대한 것들을 말할 때는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건 지나간 것들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그것들이 내미는 이력은 대단하다. 그랬었구나, 하며 공감하게 된다. 마지막 장에서 보여주는 관계와 상호 작용의 의미는 내 주변의 사물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언제부터였는지 거기 어딘가에 놓여있던 것들도 모르는 새 그자리를 떠난다. 하지만 그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우리는 살아간다. 무슨 까닭일까? 뭐 이런것까지 관심을 두고 바라보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럼으로해서 내게는 지나간 것들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해 주었으니 나쁘진 않다. 사물의 이력, 새삼스럽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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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식인의 독서 노트 - 책 읽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엄윤숙 엮고 씀 / 포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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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도 무슨 비법이 있을까? 아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책읽는데 무슨 비법? 하지만 독서를 잘하는 방법쯤은 있지 않을까? 간서치라는 말이 있다.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이다. 책만 보는 바보.... 가만히 생각해본다. 책을 왜 볼까? 독서는 꼭 해야하는 거라고 말하지만 도대체 왜 책을 봐야만 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진리가 담겨있고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책이라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 하다. 良가 있으면 분명코 惡書도 있을 것이기에. 어떤 이는 굳이 양서와 악서를 구분할 필요가 있느냐 하기도 하지만 책을 펴낸 이의 의도가 어떠했는지는 분명 중요해보인다. 그래서 독서의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독서... 어떻게 해야 할까?

 

예나 지금이나 독서는 일상생활이라고 한다. 지금도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방법론이 있는 것처럼 옛날 사람에게도 다섯 가지 방법이 있었다고 한다. 그 첫번째가 박학博學이다. 널리 배운다는 것이다. 두번째가 심문審問으로 자세히 묻는다는 뜻이고, 세번째가 신사愼思로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네번쨰는 명백하게 분별한다는 명변明辯, 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실천한다는 독행篤行이 다섯번째다. 이는 다산의 말이다. 그런데 그 뒷말이 시선을 끈다. 오늘날 독서하는 사람은 널리 배운다는 '박학'에만 집착한다는 말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이라고 뭐가 다를까 싶은 생각에 살풋 미소짓게 된다. 하지만 그로 인한 병폐를 지적하는 옛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오로지 자신만이 널리 듣고 많이 기억하며, 시나 문장을 잘 짓고 논리나 주장을 잘 펼치는 것을 자랑삼아 떠벌리면서 '세상은 고루하다'고 비웃고 다닌다... 어떤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하고 있는 말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이다.

 

작금의 우리가 말하는 독서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가벼운 마음으로 빨리 읽는다는 속독, 전체를 차근차근 모두 읽는다는 통독, 자세히 주의깊게 읽는다는 정독....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읽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 되었든 글속에 담겨있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논했던 연암의 말속에서 많은 것이 느껴진다. 책을 베개로 쓰지 말라, 책장을 넘길 때는 침을 바르지 말라, 그릇을 덮지 말며, 찢어진 곳이 있으면 붙여주고, 책 앞에서 하품을 하거나 기지개를 켜거나 침을 뱉지 말라 는 말은 단순히 행동만을 조심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책 한 권을 다 보기 전에는 다른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이덕무의 말도 시선을 끈다. 독서가 立身의 이치와 같으니 그 시작과 끝이 분명해야 한다는 말인데 대충 훑어보고 실증을 내어 내팽개쳐 버린다면 어리석고 거칠어 갈팡질팡 헤매게 될 것이라는 말을 허투루 듣기에는 그 울림이 강하다.

 

책을 공경하고 사랑하라, 시간이 갈수록 게을러지는 것이 책 읽는 일, 좋은 종이로 만든 책이라고 독서가 잘 되겠는가?, 독서에 지각생은 없다,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도 되풀이해서 생각하라, 옛사람의 학문과 책을 찌꺼기라고 하지 말라, 틈틈이 독서하는 습관, 닥치는 대로 마구 읽지 않는다, 성독誠篤, 성실하고 진실하게 읽는 것이 독서의 기준, 독서는 어른이 된 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것, 독서란 앎과 실천을 결합한 말, 어린아이에게 글을 읽힐 때 많은 분량을 강요하지 말라 와 같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 가득하다. 독서를 할때 주석과 해석을 먼저 읽지 않는다는 말이나 책을 빌려주는 일에 인색하지 말라는 말은 나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한다. 가끔씩은 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핑게로 주석과 해석을 먼저 읽었던 기억이 있는 까닭이다. 책을 빌리기도, 빌려주기도 싫어하는 내게 책 빌려주기를 인색하게 하지 말라는 말은 새삼스럽다. 독서가 학문은 아니다. 사실과 다른 책도 있다, 감추어진 진실을 알려면 야사野史를 읽어라, 마음에 와닿은 구절을 옮겨 적는다, 독서는 지혜를 더해 주지만 때로는 정신을 해치기도 한다는 말처럼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말도 많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딱히 두가지만 뽑는다면 험담하기 좋아하는 병에는 독서가 약이라는 말이 하나요, 독서는 여행을 안내하는 노정기일 뿐이라는 말이 또 하나다. 예나 지금이나 독서의 중요성은 말하는 입만 아프다. 전체적으로 딱딱한 느낌이 들어 책장을 넘기는 것이 쉽진 않았어도 끝까지 책을 놓지 않는다면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한가지 흠이라면 반복되는 내용이 있다는 것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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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퍼즐퀴즈 도전! 고사성어 - 재미 쑥! 어휘력 쑥! 즐기면서 익히는 신개념 퀴즈북!
박영수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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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일단 재미있다. 하지만 퀴즈를 풀어 볼까요? 라는 말에는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못맞춰서 부끄러울까봐' 라는 답이 솔직한 말일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퀴즈풀기를 좋아한다. 특히 퍼즐맞추기는 더 재미있다. 끝말잇기와 같은 형태지만 감질나는 힌트가 더 매력적이다. 더군다나 퍼즐맞추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시간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누군가가 옆에서 같이 풀어준다면 그것도 괜찮다. 그렇게 재미있는 퍼즐맞추기에 고사성어를 끼워넣는다는 발상이 흥미로웠다. 분량이 많지도 않고 길게 가지도 않는다. 단 몇개의 고사성어를 생각해내기 위해 눈을 굴려야 한다. 그동안 이런 것쯤이야 하고 생각했던 간단한 고사성어를 놓치고나면 허탈하기까지 하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들에 대한 배신감에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막연하게 느끼는 것과 확실하게 아는 것이 이렇게 다른 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착각아닌 착각을 하는 듯 하다. 말속에 영어단어나 고사성어 하나쯤 집어넣을 수 있어야 있어보인다고... 무슨 의미를 지녔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말들이 우리 곁에는 너무나 많다. 그게 다 보여주기 식의 사회적 폐단에서부터 비롯되어진 것이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씁쓸한 우리의 일상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런 씁쓸함을 이렇게 놀이형식을 빌려 조금이나마 만회해보자고 한다면 억지일까? 일곱개의 고사성어를 맞추기까지 몇분이나 걸리는지 한번 풀어보았다. 하지만 몇분이 걸리면 어떠랴... 감질나는 힌트속에서 찾아낸 고사성어는 그야말로 환희다. 그리고나서 그 고사성어가 나오게 된 유래를 이야기로 풀어주니 더 좋다. 그 말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안다면 제대로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니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한자공부도 하고 역사공부도 하니 一石二鳥요 一擧兩得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필수 고사성어라고 하니 더 눈길이 간다. 240개가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닌 까닭이다. 학생은 국어 성적 올리고, 아빠는 화술이 늘고, 할아버지는 기억력 감퇴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 재미있다. 뭐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지만 단순히 끝말잇기의 개념이라면 그런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을런지도 모르겠다. 공부를 하겠다고 작정하고 덤벼드는 것도 심적인 부담이 있을테니 재미로 시작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크기가 작은 책이라 가방속에 쏙 집어넣고 다니면서 틈나는대로 하나씩 풀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고사성어를 많이 안다는 것은 상식을 많이 안다는 말도 될 것이다. 읽을 수는 있어도 쓸 수 없는 한자가 많다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닐테지만 그렇다해도 고사성어를 공부하는 시간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 하나를 해보자. 옛날 중국에 비위라는 명궁이 살았다. 어느 날 기창이라는 사람이 비위에게 활쏘는 법을 배우겠다고 찾아왔다. 비위가 눈을 깜빡거리지 않는 방법을 익힌후에 오라고 하자 기창은 2년동안 수련을 한 후 다시 찾아갔다. 그러자 비위가 작은 게 크게 보이고 희미한 게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훈련한 뒤 다시 오라고 했다. 기창은 머리카락에 이를 매달아 놓고 날마다 바라보다가 3년이 지난 후 그 이를 정확하게 쏘아 맞췄다고 한다. 더이상 비위의 가르침이 필요치 않은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여기서 나온 말이 '貫蝨之技'다. 작은 이를 맞출 정도로 활쏘는 솜씨가 대단하다는 말인데 신궁같은 활솜씨를 이르는 말이지만 기창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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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만들고 싶은 리버티프린트 이지룩 & 소품 54 두근두근 손바느질 레슨
실업지일본사 지음, 김수정 옮김, 박상희 감수 / 참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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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정말 이쁘다! 사진만 봐도 귀엽고 깜찍한 옷을 보면서 바로 동대문 원단시장으로 달려갈 뻔했다. 평소 자잘한 꽃무늬가 괜찮아 마음을 빼앗기면서도 왠지 다가갈 수 없었던 옷이었는데 이 책의 제목처럼 꼭 한번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옷만들기에 도전했었다.(정말 오래전의 일이지만!) 물 뜨개질을 할 줄 알아 모자며 가방따위의 소품들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옷을 만들기에 도전한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았었다. 어느정도 배워 조금 할 줄 안다고 동대문으로 달려가 이것저것 사기부터 했던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집안 어느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 많은 원단을 볼 때마다 속쓰린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초보자라면 누구나 한번씩 겪어봤음직한 일이지만... 열정을 불태워도 재봉틀이 없으면 난감해진다. 박음질을 해놓고도 오바로크를 칠 수 없어 시장으로 들고 뛰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책의 말미에 실사이즈 패턴이 들어있어 느닷없이 도전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른다. 거기에 만드는 법까지 자세히 소개해 주고 있어 어렵지는 않을 것 같지만 예로 나와 있는 신체사이즈는 조금 생각해보아야 한다. 실상은 그것과 다른 경우가 더 많을테니까. 아이들이야 허리가 없어 어느정도는 민자형의 체형이지만 어른의 경우는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소소한 부분들이 꽤 많은 까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옷들은 한번쯤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전체적인 느낌이 정말 깔끔하다. 자투리 천으로 만들 수 있는 소품들도 앙증맞다. 홀터넥 조끼처럼 멋진 작품 하나도 자투리 천을 이용할 수 있으니 실패하더라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천에 대해 소개한 부분이 참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면 100% 제품이라 더 관심을 두게 된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원단 구입을 해외 직접 구매로 해야 한다는 것인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 재미삼아 발품을 팔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원단도 보면서 단추같은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나쁘지 않을테니까. 아이들이 입고 있는 깜찍한 옷들을 보면 어느 엄마가 탐내지 않을까? 세상에 하나뿐인 옷을 입히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것 같다. 아무리 실사이즈 패턴이 있고 옷만드는 법이 나와 있다고는 하지만 초보자가 도전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다. 어느정도는 배워 연습한 후에 도전한다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하는 말이다. 42쪽에서 보여주고 있는 프릴 달린 브라우스가 시선을 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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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 기행 - 고개를 들면 역사가 보인다
김봉규 글.사진 / 담앤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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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 뜻부터 새겨봐야 할 것 같다. 현판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편액과 주련을 통칭해 일컫는다는 말. 지금까지 편액과 현판을 같은 의미로 써왔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간단하게 말해서 건물의 명칭을 나타내는 표지가 편액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편액의 글씨를 아무나 쓰지 못했다.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말일 터다. 굳이 4대명필이라 하지 않더라도 명필로 유명했던 이름은 꽤나 많다. 詩, 文, 畵, 에 능했던 사람들 역시 당대의 명필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명필을 논하기보다는 어떤 연유로 편액의 글씨를 썼는가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건 나만의 욕심일까? 그래서인지 글씨체보다는 그 안에 얽힌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게 들려온다. 부록으로 실린 서체의 종류와 변천사는 흥미로웠다. 갑골문에서 왔다는 전서는 선이 직선적인 것이 특징이란다. 전서가 너무 복잡해 쉽고 간편하게 고친 것이 예서이고(내가 볼 때 예서는 한껏 멋부린 글씨체다), 예서에서 비롯된 해서는 초서가 표준없이 난무하는 것을 바로잡고자하여 만들어졌단다. 모범이 될만한 글씨가 해서라 하니 우리가 보기에 깔끔하고 정갈해보이는 서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거기에 비해 뭔가에 쫓기듯 휘갈려 쓴 글씨를 초서라 하는데 글씨를 쓰는 속도와 글자의 크기, 점획의 모양등을 미루어 볼 때 그것을 쓴 사람의 개성이 가장 잘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또 행서가 있다. 가장 실용적인 글씨체라는 행서는 너무 간략한 탓에 알아보지 못하는 초서에 예서의 형태를 붙여놓은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단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글자체에 대해 다시한번 공부해 볼 수 있던 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액이나 주련을 볼 때마다 똑같은 타령을 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답사를 다니면서 수많은 현판을 보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담양 소쇄원의 글자들이다. 담벼락에 새겨진 글씨도 그렇고 '齊月堂' 이나 '光風閣'이란 당호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찾다가 유학자 주돈이의 사람됨을 평하여 "흉회쇄락여광풍제월 (胸懷灑落如光風霽月)"이라고 한 데서 유래한 것이라는 말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렸었다. 그의 마음이 시원하고 깨끗하여 마치 맑은 날의 바람과 비갠 날의 달과 같도다, 라는 의미이니 선비로써 그와 같음을 좇고자 했음을 익히 알수 있게 해주는 당호가 아닌가 싶다. 주변에 있던 息影亭은 단순히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뜻으로만 알았었는데 그것과 얽힌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되어 좋았다. 크게 나누어 정자와 누각에 걸린 현판, 서원과 강당에 걸린 현판, 사찰에 걸린 현판으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지만 첫머리에 밝혀둔 글쓴이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라의 명필 김생이 썼다는 마곡사의 대웅보전도 그렇고 공민왕의 글씨로 전한다는 많은 편액도 문화유산으로 대접을 받지 못한 채 홀대를 당하고 있다는 말이었는데 글쓴이의 안타까움에 공감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현판의 모양이나 장식등도 차이가 있어 시대적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 말에 기억을 더듬어 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편액을 바라보면서도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싶어서다. 옛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이나 사상을 그 안에 담았을 수도 있기에 그것을 쓴 사람에 대한 지식이나 역사적인 단편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편액 역시 그저 그런 하나의 글자에 불과한 까닭이다. 찾는 사람 모두가 공부를 한다면 좋을 일이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안내글에 설명구 한두줄 더 끼워넣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부려보게 된다. 耳懸鈴鼻懸鈴.. 문득 생각난 말이다. 사찰의 편액은 보통 그 성격에 맞춰 당호를 붙이거나 주련 역시 부처님의 말씀을 쓴 경우가 많아 어느정도는 이해하기 편한 부분도 있는 듯 하지만 정자나 누각 혹은 서원과 같은 곳에 걸린 편액이나 주련은 그것을 만든 사람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의미가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참 어렵다. 책을 보는 내내 고집스러운 옛선비들과 마주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풍류를 알았으나 제 멋에 겨운 아집으로 똘똘 뭉친 그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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