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To kill a monckingbird'
<앵무새 죽이기>는 하퍼 리의 유일한 작품이다.
그녀에게 왜 두번째 작품을 발표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게 히트를 하고나면 그 다음에는 아래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그녀는 두번째 작품을 아직도 출간하지 않고 있다.
<폭풍의 언덕>,<바람과 함께 사라지다>,<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이 작품도
처녀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앵무새 죽이기>..
사실 이 책은 이미 오래전에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던 책이다.
문고 진열대에서 <앵무새 죽이기>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다시 만난다면
한번은 꼭 되새김질 해보겠다던 어느날의 다짐을 되짚어냈다.
왜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 일까?
처음부터 그 의아심을 풀어주지는 않았다.
서문도 없이 시작되어지던 글속에서 아무것도 예측할 수가 없었다.
중간쯤부터였던 것 같다. 이야기의 핵심으로 들어가던 부분에서 나는 아하! 하는 순간
너무 편하게 읽어내려가며 몰입되었던 그 느낌을 잃게 될까봐 노심초사했다.
話者인 소녀를 통해 너무나도 솔직담백하게 그려내던 인간의 내면심리에 빠져들게 되는
나를 만나게 된다.
아울러 사회라는 통념속에 어울어지며 어른이 되어간다고 자부하는 순간
우리가 잃어버리게 되는 순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던 작가의 문체에 사로잡혀
(솔직히 말하자면 번역해주신 분의 문체가) 마치도 내가 그 소설속에 들어가 메이콤의
한 일원이 되어버린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마치도 그 소녀'스카웃'이라도 되는 양.
"난 네가 뒤뜰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될 거야.
맞출수만 있다면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것을 하면 죄가 된다고 아빠가 말씀하시는 걸 들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모디 아줌마에게 물어보았다.
"너희 아빠 말씀이 옳아"
아줌마가 말씀하셨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지.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철저하게 실리주의적인 아메리카인들의 속성.
어쩌면 그 우월성때문에 저들이 오늘날까지 버텨내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동화같이 가볍게 깊이있는 무게를 지탱해나가는 <앵무새 죽이기>는
정말 베스트셀러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굳이 드러나는 인종차별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혹은 살아내야 할 모든 것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흑인을 위해 변론을 펼치는 아빠의 모습에서 껍데기를 표현하는 그 모든것들이
하나의 인간존엄성 자체를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와
동시에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맞서 절절한 호소라도 하는양 애처롭기까지 하다.
흑인을 변호하는 백인 아빠는 아마도 국선변호인인듯 하다.
법정에 선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그 진지함속에서 아빠가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를
서서히 알아가는 아들 '젬'의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결국 '젬'은 어른들 세계의 부조리와 억지성에 상처를 입어 얼만큼의 열병을 앓게 되지만
그 이후로 어른이 되어갈 '젬'의 모습이 상상되어져 안타까웠다.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워 준 아빠 '애티커스'변호사에게 마음으로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순수와 또 그에 따른 아름다운 열정을 잃어간다는 건 참 서글픈 일이다.
마치도 한편의 동화를 읽고 난 느낌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난 어른이 되어도 하늘빛 고운 눈망울
간직하리라던 나의 꿈, 고운 꿈이 생각나네...
지나간 유행가를 떠올린다.
껍데기속에 감추어진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마치도 그것이 없으면 안된다는 양 너무도 두꺼운 껍데기들.
두꺼움마져도 숨기기 위해 색칠을 하기 시작하고
그 껍데기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애벌레처럼 산다.
겹눈을 하고 보는 세상은 아마도 인간의 세상이 아닐 것이다.
엄마, 이 책제목은 왜 앵무새 죽이기예요?
정말로 앵무새를 죽이는 이야기인가요? 아들녀석이 묻는다.
그래, 안타깝게도 정말 앵무새를 죽이는구나... /아이비생각
mockingbird에 대하여...
monckingbird는 '앵무새'가 아니라 '흉내쟁이지빠귀'라는 새입니다.
몸 길이가 20~30cm정도 되는 이 새는 부리가 가늘고 강하며 날개가 짧고 둥글며 꼬리가 깁니다.
움직임이 활발하고 선명한 회색이나 갈색을 띠는 흉내쟁이지빠귀는
산림지에서 곤충이나 나무 열매를 먹으며 삽니다.
이 새의 무엇보다 큰 특징은 다른 새들의 소리를 잘 흉내낸다는 것입니다.
이미 '앵무새'라는 이름이 독자 여러분에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굳이 번역은 바꾸지 않고 여기에 실제 뜻을 밝혀 둡니다.<책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