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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의 역습 - 대중문화가 어떻게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었나?
스티븐 존슨 지음, 윤명지.김영상 옮김 / 비즈앤비즈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역습이란 게 무엇인가?
당하고 있다가 기회를 봐서 다시 공격하는 것을 말할때 쓰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이 책은 너무나도 미국적인 그야말로 미국에서나 베스트셀러였을 그런 책이었다.
추천 리뷰 명단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보스턴 글로브 북 리뷰
-월터 컨,뉴욕 타임즈 북 리뷰
-제임스 포니에워직,타임
-말콤 글래드웰,뉴요커
굳이 이 책을 빌려 말하지 않더라도 어느정도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할 수 있는 혹은 하고 있을지도 모를 그런 생각들이
이 책에 녹아있는 게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게임의 역습,TV의 역습,인터넷의 역습,영화의 역습...
이 책의 목차만 본다면 그야말로 황홀하지 않을수가 없다.
아주 쉽게 말한다면 게임이나 TV,인터넷이나 영화의 장단점을 파헤쳐보는 것 같다.
무엇이든 그 안에 담겨진 속성속에 좋은 점과 나쁜점을 동시에 갖고 있게 마련이다.
가끔씩은 아주 나쁘거나 아주 좋은 속성만을 가진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답답했다.
책의 뒷쪽에 주석을 달아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답답함이었다.
<사인필드><스크럽스><홈 임프루브먼트><3인의 상자><드라그넷><아이러브 루시>
<소프라노스><ER><올 인 더 패밀리><웨스트 윙><서바이버><쇼아>등등등...
듣도 보도 못한 미국의 드라마나 쇼프로그램의 제목들이다.
TV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것들은 제목만 듣고 그 프로그램의 성격을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힘들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당장 미국 방송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일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속에는 저런류의 말들이 즐비하다.
그러니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다가갈 수 없는 책의 진실앞에서 허덕이게 된다.
차라리 드라마를 한국의 것으로 살짝 바꿔주는 센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차피 예로 들어주는 것이었으므로.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알아 들을 수 있는 말들이 보여질 때의 반가움이라니!
그나마도 이 책을 마지막장까지 읽을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 바로 그 말들이다.
그 알아들을 수 있던 말들만큼은 한번쯤은 생각해보았고 한번쯤은 접해보았음직한
그런 내용들이 아닐까 싶어 공감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첫째로 게임의 역습에서 공감하는 것들.
게임은 혼란과 무질서를 경험하고 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게임은 질서와 의미를 찾아내고,질서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플레이어가 '무슨(what) 생각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how)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이다.
주의력결핍장애와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요즘 세상에서,
이유없는 폭력과 싸구려 자극이 난무하는 요즘 세상에서,
가장 많은 두뇌활동을 요하는 게임이 가장 인기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해가 갈수록 게임들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맞는 말이다. 아주 쉽게 요즘 아이들의 게임을 한번 생각해보더라도 상당히 지능적이다.
짧은 게임이라 할지라도 머리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너무나도 많이 보인다.
팩맨이라든가 테트리스같은 단순한 게임들은 이미 아이들의 호기심 대상이 아니니 말이다.
게임을 조금 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머리쓰는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다.
둘째로 TV의 역습에서 공감하는 것들.
집중력,인내,기억력,이야기 얼개 분석으로 요약되는
독서의 인지발달 효과를 기억하는가.
믿기 어렵겠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대중문화를 지배해온 TV 역시
집중력과 인내심,기억력,이야기 분석 능력의 향상을 돕고 있다.
장면마다 다뤄지는 인간관계는 복잡하다.
복잡한 인간관계를 이해하려면 집중해야 하고,
집중하다 보면 사회적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우리 뇌의 특정부위가 활성화된다.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가 배우는 것은 전혀 의외의 것-인간관계다.
나는 사실 게임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tv드라마와는 더 거리가 멀다.
가끔씩 내가 tv앞에 앉는 것은 다큐멘터리나 스페셜코너등이다.
생각없이 앉아서 그저 화면만 바라보는 그 자체가 너무 싫은 까닭이다.
그래서 어쩌다 가끔씩 만나지는 생각하며 보는 이를테면 책을 읽는듯한 느낌을 주는
미니시리즈같은 류의 드라마들은 정말 반갑기도 하다.
셋째로 인터넷의 역습에서 공감하는 것들.
텔레비전과 자동차가 사람들을 거실에 가둬버렸다면 인터넷은 이를 바꾸려 한다.
반세기를 거쳐 이제 우리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 관한 이야기는 굳이 내가 공감한다 말하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을 것 같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한 만남의 場이 현실적으로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웬만한 사람이라면 인터넷세상속에 뛰어들어 직접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감상문을 쓰면서도 나의 기대감을 생각하니 너무 씁쓸하다.
되돌려 말하자면 제목과 짧은 자료만으로 책을 평가하려고 했던 나의 앞질러간 생각이
더 씁쓸하다. 약간은 조급해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면에서 공감할 수 있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책을 읽는동안 나에게 커다란 느낌으로 다가온 글들이 있기에
여기에 옮겨본다. /아이비생각
실생활에는 여러 종류의 상이 있을 수 있다.그러니 중독의 종류도 다양해질 수 밖에 없다.
사랑이나 사회적 관계,금전적 성공,약물남용,쇼핑,초콜릿,운동경기 관람 등
여러가지를 통해 보상심리를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슈퍼마켓이나 쇼핑몰을 제외하면, 내가 앞으로 어떤 보상을 얻을 수 있는지
확실한 것은 없다. 하루 하루의 일상에서 보상은 보잘 것 없는 것들뿐이다.<44쪽>
일상과 달리 게임세상에서는 보상이 널려 있다.
게임 속 세상에서는 라이프가 늘어나거나,새로운 레벨로 올라갈 수 있거나,
새로운 아이템을 얻는 것처럼 보상이 너무나 확실히 눈에 보인다.
대부분의 게임은 우리 일상보다 더 크고, 더 생생하고, 더 명확하게
정의된 보상으로 가득 찬 가상세계를 제공한다.<45쪽>
편안히 뒤로 기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바짝 당겨 앉도록 만드는 소프트웨어.
대중문화는 정녕 더 복잡하고 지능화될 것인가?
대답은... 그렇다.<1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