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 블루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권민정 옮김 / 강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virgin....을 찾아보았다.
[the Virgin] 동정녀 마리아
[a Virgin] 성모 마리아의 그림
《속어》 미경험자...
아마도 깨끗하다거나 순결하다거나 뭐 그런 뜻으로 쓰여진게 아닐까 싶었다.
virgin blue...성모마리아의 옷을 그릴때 사용했다는 색.
하지만 파랑색은 두가지 의미를 안고 있다지? 따뜻함과 차가움.
어쩌면 감정과 이성의 속성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진주 귀고리 소녀>를 보고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작품을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그녀의 특징은 역사적인 사실 하나를 찾아내어 거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접목시키는 듯 하다.
하지만 그녀의 글은 소설속의 세계로 나를 끌어들이는 마력을 지녔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똑같이 느꼈던 그 느낌.
마치도 내가 그 세상속에 들어가 어느정도의 거리를 두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나는 좋았다.
어느때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또 어느때는 그 한켠으로 물러선 타인의 시선으로.

<버진 블루>는 하나의 종교적인 심리상황을 묘사해준 책이 아닐까 싶다.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종교를 끝까지 가슴속에 담아두고 그 존재와 끊임없이 교감을 이루어가는.
<여왕 마고>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시대적 배경이 그 때라고 보여지기에.
그 영화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던 장면이 책장위에 오버랩 되었다.
카톨릭과 기독교의 종교전쟁이 배경으로 다가온다. 모두가 내것만이 옳다고 소리지르고 있다.
가슴이 조여왔다. 사람들은 왜 자신이 가진 것만이 진실하다고 우겨대야 하는것일까?

과거와 현재가 같은 선에서 출발하고 있다. 평행선...
그 평행선의 한쪽끝에서부터 이자벨이 그리고 또 한쪽 끝에서는 엘라가
과거와 현재의 끈을 잡고 똑같이 출발하고 있다.
어쩌면 아래에서 위로 혹은 위에서 아래로 뻗어내려온 사다리의 양쪽 끝에서
두사람이 동시에 타고 오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속에서 녹아들던 진실한 사랑의 그림자를 보았다.
사랑은 좋아해서 즐겨듣던 음악처럼 늘 내 곁에 멈춰선 것이 아니라
듣는 순간마다 다르게 느껴질수도 있는 그 느낌들을 함께 마음으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어쩌면 작가가 종교적인 개념을 빌어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 따로 있지는 않았을까?
내가 가진 나만의 것만을 소중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것까지도 함께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자벨과 엘라는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두개의 몸을 가진 한사람이다.
과거의 이자벨은 모든 것을 가슴속에 묻어둔채 스스로를 불태우지만
현재의 엘라는 그것으로 인해 너무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결국 이자벨과 엘라가 한 지점에서 마주섰을 때 엘라가 해야할 일은 한가지뿐이었다.
묻어둔채 아파할것이 아니라 자신이 내는 내면의 소리를 따라 움직여야만 한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 멀리로 뻗어나가는 기찻길을 생각했다.
시작은 다르지만 저기 저 멀리에서 결국 한점으로 만나지는 기찻길을.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간다는 것이 어쩌면 너무 아스라하게 먼 것은 아닐까?
우리는 너무 자신의 틀에만 얽매여 살면서 그것만이 옳다고 우겨대는 것은 아닐까?
다른 이를 배려하고 인정해주는 것이 어쩌면 저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것들 속에서 과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 또한 나 자신의 몫이 아닐까 싶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똑같은 아픔을 느껴야 했다.
여자라는 틀을 깨고나와 하나의 인간으로 거듭 태어나야만 한다고. /아이비생각
 

"파란색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요. 먼저 윗부분은 선명한 파란색이에요. 빛이 가득하고...."

"그 파란색은 빛과 함께 움직이죠. 하지만 동시에 아래편에는 어둠이 있어요.
 매우 음울한 어둠이죠. 이 두 색조가 서로 다투어요.
 그래서 이 색깔이 그렇게 생생하고 선명하게 기억되나 봐요.
 
이 파란색은 아름답지만, 그러면서도 슬퍼요.
 마치 성모가 항상, 심지어 예수가 탄생했을 때조차도,
 아들의 죽음을 비통해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듯 하죠.
 마치 앞으로 다가올 일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요.
 하지만 예수가 숨을 거두어도 이 파란색은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희망을 안겨줘요.
 
이 파란색을 보면
 세상 어떤 것도 완전히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양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빛과 행복이 있을 때도 그 아래에는 항상 어둠이 존재하죠
." <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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