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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미스 프랭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그날이 그날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날 누군가가 와서 너희들중에 하나를 죽여주면 부와 권력을 주겠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동요한다. 부와 권력을 주겠다고?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야 하지만 과연 누구를?
결국 가족이 없는 사람,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려도 아무도 찾지 않을 사람을 선택하게 되고
그들은 그 희생양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다. 그들은 총을 쏘았을까?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악마는 과연 웃을 수 있었을까?
<베로니카,죽기로 결심하다>를 읽고 그 현실적인 문체에 반하게 되어
다시한번 코엘료의 작품을 읽고 싶었다.
그 중에서 선택되어진 이 책은 나에게 또다른 인간의 뒷모습을 만나게 해 주었다.
사람들은 곧잘 묻곤한다. 성선설을 믿느냐, 성악설을 믿느냐?
본래는 善과 惡이 쌍둥이로 태어났다고 한다.
善이 형님으로 나와할 각본이었으나 惡이 꽤를 부려서 먼저 나왔다는...
그래서 신은 인간을 善의 편에 서게 했다는 말도 있다.
"신이 심심풀이로 우주를 창조한 자신을 벌하기 위해 찾아낸 방법이 바로 나라고 해두죠"
이 책속에서 악마는 이렇게 자신을 정의한다.
하지만 악마는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나타난 적이 없었다고 주인공은 말하고 있다.
과연 악마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야 뻔하지 않은가? 善과 惡이 쌍둥이라고 하니 당연히 선과 손을 잡고 있을테고
내 안에 善이 있으니 惡 또한 내 안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인간이 사회가 요구하는대로 행동하는 것은 법을 따르겠다는 의지 때문이 아니라
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본성 말이오."
善의 손을 들어주느냐, 惡의 손을 들어주느냐는 온전히 내 몫이라는 말이 아니고 무엇일까?
善意란 존재하지 않는다.
비겁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지상에도,
악으로부터 해방시켜달라고 빌면서 평생을 보내게 할 목적으로
닥치는 대로 우리에게 고통을 쏟아붓는 전능한 신이 사는 하늘에도.<57쪽>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여정은 짧을까 길까?
물론 짧을수도 있고, 길수도 있다. 모든 것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을 뿐.
아직과 벌써라는 말의 차이처럼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일게다.
이방인의 등뒤에 숨어 들어온 악마가 미스 프랭(샹탈)에게 말한다.
나의 거래를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준다면 너에게는 따로이 금하나를 더 주겠다고.
만약에 악마가 나에게 와서 미스 프랭(샹탈)에게 했듯이 똑같은 유혹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고민에 고민을 하던 샹탈은 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에게 주겠다던 금덩이 하나만을 가지고
도망을 치고자 하지만 악마의 비웃음을 보고는 마음을 바꿔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는 말한다. 악마가 당신들중에 누군가 하나를 죽이면 부와 권력을 주겠다 하니 어쩔거냐고.
처음엔 사람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천사가 이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희생양을 찾아내고 총부리를 겨누게 된다.
하지만 샹탈에게로 마지막 선택의 바톤은 이어지고 그녀의 입을 통해 작가는 말하고 있다.
善은 惡이며, 惡 또한 善이니 善과 惡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모든 것이 통제의 문제, 그리고 선택의 문제일 뿐, 다른 그 무엇도 아니었다고.
코엘료의 작품을 읽다보면 마치도 내가 주인공이 되어버린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너무나 현실적으로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까닭이다.
너무나 직설적으로 우리의 내면을 미사여구없이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까닭이다.
두 권의 책만을 만났을 뿐인데도 나는 내 안의 무엇인가가 꿈틀거리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내 안의 나는 어느쪽의 손을 들어주었을까? /아이비생각
"만약 여기에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창녀가 갑자기 들어온다면
그녀가 아름답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소?"
"아니오, 하지만 나 자신을 통제할 수는 있을거요"
"내가 엄청난 양의 금화를 주며 산을 떠나 우리와 함께 지내자고 제의한다 해도
그 금화들을 자갈 보듯 바라볼 수 있겠소?"
"아니오, 하지만 난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거요"
"두 사람이 당신을 만나러 왔는데, 한사람은 당신을 경멸하고,
또 한사람은 당신을 성인으로 우러러 받든다면, 그 둘을 똑같이 대할 수 있겠소?"
"힘들긴 하겠지만, 나 자신을 통제해 그 둘을 똑같이 대할 수 있을거요" <2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