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쓸쓸하다
박범신 지음 / 푸른숲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산문집이다. 그것도 중년의 아저씨가 썼다는...
우선적으로 남자들의 이야기일것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했던 책이다.
아주 딱이다.
그야말로 남자들의 이야기.
속아픈 남자들, 그것도 우리시대의 아버지를 대변하여 글을 써내려간다.
남자가...남자니까...남자다워야...
남자여서 해서는 안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우리의 아버지들.
그래서 는 지금도 유난스럽게 유교적인 관습을 싫어한다.
이 책에서 얘기했듯이 장남의 아내역시 장남으로 살아야했기에.
오죽했으면 대종손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친정아버지께서는
당신께서 제사를 주관하시고 얼마되지 않아 제사를 반으로 줄이셨었다.
매일처럼 혼자서 일을 하시는 엄마도 엄마였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 제삿날들이
여러사람을 힘들게 해서 안되겠다고 욕먹을것을 각오하셨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어찌알까?
어쩌면 스피드시대를 숨가쁘게 살아내야 하는 우리들의 아버지에 대해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아니 알려고 한 적이나 있었느냐고
큰소리로 야단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책속의 남자들이 견뎌내야 할 아픔은 절절하다.
이제 중년의 나이로 접어드는 남편의 힘든 어깨를 바라보면서
왠지 쓸쓸하고 서글퍼보인다고 느꼈던 때가 있었다.
아마도 그 느낌때문에 이 책을 선뜻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만약 덮고 있던 이불속에서 쏙 빠져나가듯 무탈하게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가족으로부터 빠져나가고 싶다는 것이다
.<100쪽>
왜 안그럴까?
가족만 없다면 그야말로 처자식만 없다면 처해진 이 현실속에서 냉큼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그야말로 남자들이 불쌍해져가는 이 시대가 아닌가 말이다.
그 힘겨움을 이겨내고 평안이라고 이름지어진 집으로 돌아온다 한들
그 아버지들이 쉴곳은 없다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닌가 말이다.
장남으로 태어나 모든 것들의 집결지가 되어버린 남편의 모습이 문득문득 안되보여서
가끔씩 때아닌 애교도 부려보고 그야말로 이런저런 서비스를 해줄때가 있다.
물론 그것만으로 그 허한 것을 어찌 채울수 있을까만 이 책속에서
사랑으로 나눠야 할 것이 있다면 맛있는 과실이 아니라
마음 아픈 '상실'이자 '결핍'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상실과 결핍의 모양새를 어찌 표현해야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데
부부라는 이름하나로 알아서 척척 해결해줄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년이라는 나이를 바라보면서 부부라는 테두리가 점점 의미를 상실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부부보다는 누군가의 남편,혹은 누군가의 아내
부부보다는 누구누구의 아버지, 혹은 누구누구의 엄마로만 불리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에게 해야만 하는 의무만이 강조되어진 세상속에서
이제 아이들을 다 키워낸 여자들이 자아찾기를 하기 위해 몸부림을 칠때
남자들에게는 그럴수 있는 희망조차 없다는 것에 왠지 미안스러웠다.
살면서 너무나도 다르게 느껴져 이건 아니잖아를 외쳤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그런 내게 함께 사는 일이란 마치 서로 맞지않는 것들을 하나씩 둘씩 찾아내고
쌓아가는 일인것 같다는 저자의 말은 참으로 멋진 가르침이었다.

마치도 강단에 선생님을 모셔두고서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연스러운 문체와 여자와 남자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는 저자의 글들은
너무 편하게 생각하려했던 나의 책읽는 태도에 변화를 주었다.
삐딱하게 앉아 강의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정좌를 하고 듣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남자들, 정말 쓸쓸하겠다...
예로 들어진 아버지의 모습속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가 잊고 지내는 혹은 잃어버리고 지내는 것들을 하나하나씩 짚어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쓴 저자가 남자를 대변하기 위한 변호사같다는 우스운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배심원이 되어볼 만하다.
남자가 말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볼만하다.
단, 배심원이 되기 위해서는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인간의 마음으로 그 변호를 들어야한다는 것이다.
이편도 아니고 저편도 아닌 똑같은 인간의 입장에서 말을 들어야한다는 것이다.
우연히 선택하게 된 책이었지만 내게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남편을 위한 책이 아니라 나를 위한 책이 된듯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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