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페셜 꽃의 비밀 - 꽃에게로 가는 향기로운 여행
KBS 스페셜 <꽃의 비밀> 제작팀 지음, 신동환 엮음 / 가치창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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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꽃으로 선물을 받는다면 어떨까?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할까?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아니올시다이다. 꽃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 꽃이 화병에서 시들어가는 모습이 싫은 탓이다. 혹자는 그렇게 시든 꽃을 예쁘게 말려서 걸어놓으면 되지않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완전히 성격상의 문제일뿐이다. 그다지 TV보기를 즐겨하지 않는 까닭에 KBS스페셜로 방영되었다는 꽃의 비밀을 안타깝게도 보지 못했다. 과연 꽃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방송을 통해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점들이 아쉬워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는 소개글을 보면서 내심 쾌재를 불렀다. 등산을 자주 다니다보니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꽃들과 많이 마주치게 된다. 그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가 눈과 가슴속에 가득 담아보지만 그 꽃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 늘 안타까웠던 까닭에 어쩌면 이 책이 그런 나의 안타까움에 대한 답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도 엄청 컸다.

가끔 세계여행을 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뉴질랜드...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그때의 내 대답도 한결같다. 소소한 일상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이기 때문에... 주인공인 여배우가 데이지꽃이 만발한 들판을 걸어가던 그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되어지던 영화가 생각난다. 언덕 어디쯤에 앉아 그 들판을 바라보며 화폭에 옮겨담던 그녀의 그 맑고 순수했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단순히 꽃만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것은 우리곁에 있을 때 그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꽃은 우리 인간에게 잘보이기 위해 그토록 예쁜 모습과 향을 간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못했다. 참 영악하게도 인간은 너무 이기주의인 모양이다. 꽃과 인간의 역사가 그토록이나 오래된 것인지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꽃에 대한 인간의 집요함이 불러 일으킨 '튤립공황'이라는 낱말조차도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이다.

도대체 꽃이 왜 좋은 것일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꽃을 볼 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미소가 떠오른다고 한다. 항상 가까이에 있었던 탓에 꽃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지도 모를일이지만  책을 통해 알게되는 꽃과 인간의 관계성은 참으로 놀라웠다. 꽃을 통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것들이 그렇게나 많다는 사실도 그랬다. 전혀 인위적이지 않은 100%의 진짜 미소라는 '듀센미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듀센미소'라는 생소한 단어를 앞에 두고서 나는 책을 읽는내내 그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꽃을 통하여 병든 몸을 치료할 수도 있고, 꽃을 통하여 병든 마음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것, 꽃을 통하여 마음까지도 하나로 뭉쳐질 수 있다는 것, 꽃을 통하여 잃어버린 희망조차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꽃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나에게는 새롭게 다가선 놀라움이기도 했다. 꽃을 대상으로 그토록이나 많은 실험이 있었다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듯이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했던 김춘수시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꽃으로 은유되어지는 것들은 우리곁에 너무나도 많다. 거기에 더하기라도 하듯이 이 책을 통하여 은유적이 아닌 직접적인 꽃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 장미의 나라가 불가리아라는 것도 모르고 살았으니 말해 무엇하랴..(우와,나의 무식함이라니!)  본능적인 감각일수밖에 없는 꽃의 향기에 대하여, 그리고 장미의 향기가 왜 여성을 유혹하는지, 대표적인 꽃의 색소로 플라보노이드계와 카로티노이드계, 베타레인계, 클로로필계등 네 종류가 있지만 꽃의 색깔이 새나 벌을 불러들이기 위한 단하나의 목적이자 생존을 위한 도구라는 것도, 해바라기의 그 많은 씨앗들조차도 무작위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균형미를 갖추었다는 꽃의 형태도 하나의 신비로움으로 내게 다가왔다. 먹을 수 있는 꽃이 그토록이나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부인병, 강장,식욕부진, 진통,구충,감기,심장병,이뇨 등등등 식용꽃들의 효능에 다시한번 놀랐다. 얼마전 등산길에 먹어보았던 살짝 시큼하면서 떫기도 했지만 끝맛은 조금 달작지근하게 느껴졌던 진달래꽃의 맛이 생각난다. 배가고파서 따먹었다던 그 찔레꽃이 피면 한번 먹어봐야지 한다.

꽃이 있고 시가 있고 이 책을 읽고 보았던 시간들은 정말이지 향기로운 여행이었다. 많은 사진들이 책을 보는 내내 나와 함께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그 많은 꽃들의 이름을 알 수 없었으니... 사진과 함께 그 하나하나마다 이름도 함께 알려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랬다. 물론 뒷쪽으로 가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꽃들의 모습이 활짝 웃고 있긴 하다. 그 중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련도 있고 프리지아도 있지만... 좀 더 많은 꽃이 있었으면 했지만 그것은 나의 욕심일 뿐이겠지 한다. 아무래도 꽃사전을 하나 장만해야 할 모양이다. 삭막하게 메말라버린 내 마음에게도 꽃한송이를 선물해야지 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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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중동의 역사
무타구치 요시로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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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걸프전부터 생각난다. 그리고 이란, 이라크, 석유 등등등.. 오바마란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나서 평화무드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지는 지구촌의 모습이 약간 생소해보이기도 하지만 서로 서로가 평화를 외치며 살아간다는 것도 괜찮은 듯 싶고.. 그래서일까? 중동의 역사를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었다. 오직 이슬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중동의 역사라는 말로 시작되어지는 책. 세계의 화약고라는 말은 왜 생겼을까하는 호기심에 대해 부응해줄 수 있을까? 여러가지로 기대감이 부풀었던 책이기도 했다. 일단 중동이란 어떤 곳인지부터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서 '생'과 '사'가 분명하게 둘로 나누어진 냉혹한 세계라는 말에 움찔한다. 중간지대는 없다는 말처럼 녹색의 토지가 아니면 피라미드나 스핑크스가 서있는 갈색의 사막이다. 왠지 묵직한 기분으로 그곳의 역사는 과연 어떠했을까 따라가 보기로 한다.

세계사의 중심에서 유럽보다도 먼저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중동... 그들에게는 무함마드라는 예언자가 있었고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이념이 있었다. 그것도 확실한 사실에 입각한...(이 책에 의하면 예수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을 보이고 있다). 코란이 어떤 책인지는 읽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코란' 이란 말은 자주 들어보았던 것도 같다. 초장부터 결국 종교가 다시 들먹거리고 있음이다. 종교를 통한 혹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권력의 영원성을 갖기 위해서 그들은 수도없이 싸우고 또 싸웠다. 그 무모한 십자군 전쟁도 그곳에 있었다. 침략자로써 그려지는 십자군의 모습은 그야말로 야만인 그자체였다. 그로인해 무슬림 세계는 마비와 혼란에 빠지지만 '신앙'의 힘으로 그들은 다시 하나가 된다.

뺏고 뺏기는 전쟁속에서 수도없이 나타나는 영웅들의 이름이 책속에 줄을 서 있다. 중동을 향해 달려가던 몽골의 영웅이라거나 십자군의 영웅, 황제의 이름, 교황의 이름,그에 맞서는 이슬람 세계의 영웅들... 어떤 왕조가 생겨났다가 없어졌으며 다시 또 어떤 왕조가 태어났다는 둥, 누가 누구를 낳고 누가 누구를 낳으니 그가 누구더라 하는 식의 이야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나오는 영웅들의 이름앞에서 나는 어지러웠다. 도대체가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지조차 가늠하질 못할 정도로.. 중동의 역사라기보다는 중동을 빛낸 영웅들이라고 하는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거기에 얽혀드는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아니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는 말이다. 그 딱딱하고 재미없는 위인전이라니....

그래도 가끔씩 나타나는 <천일야화>는 흥미로웠다. 어릴적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혹은 만화로 보았던 '신밧드의 모험'이 그저 그냥 그렇고 그런 이야기거리였을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적인 인물을 바탕으로 그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사실에 입각하여 써나갔을거란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실 책속에도 저자가 참고했다던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 엄청 많은 분량의 주석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작은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는지 모를 일이다. 마지막장에서 읽었던 수에즈 운하의 탄생배경과 그 수에즈 운하에 얽힌 많은 사건들은 의외로 쉽게 다가와 주었다. 중동의 위인전을 읽고 난 기분이다. 쉽게 넘어가지 않았던 책장과 싸우느라 힘겹기도 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한번 읽어볼 요량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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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 - 동심으로의 초대 어른을 위한 동화
이세벽 지음, 홍원표 그림 / 굿북(GoodBook)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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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하나의 기억처럼 자리하는 애벌레들의 이야기..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묻고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또 기억할 것이다. 그 줄무늬 애벌레 역시 처음엔 혼자였다. 그냥 그렇게 먹고 자면서 살다가 노랑 애벌레를 만나 사랑을 하고.. 잠시 안주를 하게 되지만  삶에는 무언가가 있을거라고 끝도 없이 올라가는 기둥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줄무늬 애벌레는 결국 짓밟히고 짓밟아가는 현실속으로 떠나버린다. 슬퍼하던 노랑애벌레가 고치를 만드는 과정, 끝도없이 올라갔던 기둥위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존재를 만나게 되는 줄무늬 애벌레의 과정은 눈물겨웠다. 그저 먹고 자라는 것만이 삶의 전부를 아닐거라고 생각하며 여행을 떠났던 시간들 모두가 그들에게는 성장의 아픔이었을 것이다. 서로를 그리워했던 시간들,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변해버린 노랑나비의 그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지 않았던 줄무늬 애벌레의 마음 또한 너무나도 간절했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 책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은 제목부터가 아프다. 꽃들도 자살을 할까? 꽃들이 자살을 한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단순히 바람에 지는 꽃잎의 모습은 아닐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슴 한켠을 조여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타는 햇볕과 자신의 몸을 흔들어대는 바람이 두려워 다시 대지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던 새싹의 철없는 생각앞에서 진리의 소리는 말했지. 대지는 희망과 가능성을 내재한 것만을 품어줄 뿐이라고. 너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햇볕과 바람이 필요한 것이라고. 항상 그렇다.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하면서 살다가도 내가 살아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남을 밟고 올라서야만 되는 현실과의 괴리.. 결국 진정한 여행을 떠나기 위해 타는 햇볕과 부는 바람을 이겨내고 조금씩 자라나는 새싹의 모습은 이제 하나의 괴물로 변해가기 시작하지. 위로는 자라지 못하고 옆으로 옆으로만 기어가는... 또한번의 좌절. 그리고 또한번 들려오는 진리의 목소리. 작가는 말해주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토록이나 잘 들렸던 진리의 목소리가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왜 들리지 않는가에 대해. 지켜야 할 것이 많고 잃어야 할 것이 많아지는 어른들이 그것을 외면할 뿐이라고...

많은 시간과 많은 아픔을 거치고 자신과 같은 또하나의 나무를 만나 설레임과 열정으로 부둥켜 안았을 때, 그리고 그렇게 사랑이라는 것을 키워나갈 때 그들은 위를 향하여 솟아오르는 하나의 나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것도 필요치 않았다. 오직 함께 있음으로 행복하고 함께 있음으로 평안을 누릴 수 있었던 그 시간들만이 존재했음으로.. 어느날 문득 그들의 가지에서 꽃이 피고 그 꽃의 아름다움앞에서 숲의 모든 것들이 고개를 숙일 때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서 떨어져나와 온전한 자신만의 갈채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순간부터 서로에 대한 마음이 아픔으로 변해가고 그 아픔이 그만 꽃잎을 병들게 하여 떨어지게 한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어쩌면 저리도 사랑의 아픔앞에서 냉혹할까 싶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고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이는 인연의 고리를 작가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서로 떨어져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하나의 몸뚱이로 합쳐져버린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다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지.. 아직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할게요...

가슴 뭉클하게 한점 눈물을 찍어내게 하는 이야기는 많다. 하지만 오래도록 기억되어지는 하나의 삶같은 이야기는 얼마나 될까?  저 등나무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싶어했던 것과 같이, 그 고통속에서 꽃들이 자살을 하고 있었던 시간들이, 사실은 지금의 나처럼 느껴져 너무나도 아팠다. 삶의 힘겨움 앞에 한줄기 샘물처럼 내게 스며들었던 책.. 이제 등나무의 순이 오르고 등꽃이 필 계절이 올 것이다. 그 등꽃의 향기를 가득 품어안은 시간속에서 나는 다시한번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고마웠다고...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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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속의 과학 - 과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의식주
이재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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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의 역사속에서 만들어진 한국인의 의식주에 녹아 있는 삶의 지혜를 과학의 눈으로 읽어내는 법...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한줄로 될까? 누군가는 해야만 할 일, 누군가가 해 주었으면 했던 일이라고 했다. 경험을 토대로 말로는 다 할 수 없으니 이렇게 글로 남겨져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살짝 까치발을 하고 남의 집 울안을 넘어다볼 때의 그 기분이었을까? 내심 기대가 높았던 책이기도 했다. 그 내용이 너무나도 좋았다는 말도 빼놓을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런 문화를 접해보지 않은 우리의 아이들은 어떨까? 옛이야기처럼만 느껴지지는 않을까? 속도와 편리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이들이 왠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은이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누군가는 해야만 할,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라던..

住..
집이다. 우리의 삶이 대부분 만들어지고 또 없어지는 공간. 책을 읽으면서도 문득 문득 그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여자들이 주로 머물렀던 안채, 남자가 머물렀고 가끔씩은 손님이 쉬어가기도 했다던 사랑채, 그외의 집안 사람들이 머물렀던 행랑채로 분류되었던 한옥의 정겨움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좌청룡 우백호니 배산임수니 했던 것처럼 집 하나를 얻기 위해서 전후좌우로 지형이나 풍수등 많은 것을 따져야 했으며 작은 것 하나까지 세세하게 마음을 써야 했던 옛선인들의 마음씀씀이를 그런곳이 아니면 만나보기 힘들것이다. 그 집안으로 들어서기 위해 가장 먼저 통과해야 하는  대문의 높이나 문턱하나에도 삶의 철학이 담겨있다던 옛사람들의 풍류를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던 것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들어서는 문을 활짝 열면 안쪽의 문이 다시 보여지는 그런 공간, 닫힌듯하면서도 열린 그런 구도가 나는 참 좋았었다. 달구어진 구들을 통해 오래도록 난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최상의 난방구조 온돌,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도 행여나 재가 날릴까 음식에 대한 마음을 허투루 하지 않았던 부엌의 구조등.. 자연과 벗삼아 또하나의 자연으로 살고자 했던 우리 선조의 지혜가 아니고서는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이야기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다. 지위고하나 지방에 따라 그 구조가 조금씩은 달랐다던 옛가옥들.. 지금의 아파트 구조들이 옛 가옥의 구조를 본떠서 만들었으며 온돌이나 장판 또한 우리가 멀리하기만 했던 옛것으로부터 비롯되어졌다면 그것이 신기한 일일까?

食..
먹을것이 지천이었을 것이다. 간혹 먹을 것이 없어서 이것저것을 먹다보니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그 별것도 아닌것처럼 보여지던 우리네의 먹을거리들이 얼마나 몸에 좋은 음식이었는지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우고 그 메주를 이용하여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을 담아먹으며 미생물과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이나 대표적인 신토불이 식품인 김치에 대한 예찬론은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 않을 것 같다. 어디 김치뿐일까? 발효식품의 효능이야말로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 알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어릴적 비오면 장독뚜껑 닫아라, 하시던 엄마의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한다. 느닷없이 내리던 소나기를 원망하며 야단도 많이 맞았었는데... 김장을 하고 장을 담그면서도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했다던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산에 가면 산나물, 들에 나가면 들나물... 예로부터 봄에 나오는 달래,냉이,씀바귀,쑥 따위가 우리몸에 얼마나 이로운지는 많이 들어 잘 알고 있을테니 자꾸 말하면 입만 아프다. 그만큼 지금은 우리가 멀리하는 옛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끼고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웰빙열풍을 통하여 이제 다시 우리곁으로 다가오는 것들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몸에 좋다고 먹는 것들이 피부질환을 불러오고 현대병을 불러왔다고 한다면 믿고 싶을까? 옛것이라고 무조건 내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일게다. 옛것과 지금의 것들이 알맞게 조화를 이룬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텐데...

衣 ..
대표적인 것이 무명, 삼베, 명주였을 것이다. 누에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명주, 목화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무명, 식물성재료로 얻을 수 있었던 삼베.. 첫대목을 펼쳐들면 빨래의 역사부터가 시작이다. 그 역사속에서 만날 수 있는 비누의 유래가 재미있다. 또한 염색을 하기 위하여 '잿물에 담그기'와 '햇빛에 바래기'를 되풀이하며 표백했던 과정과 염색의 기술들.. 노랑색은 치자, 붉은색은 홍화, 초록색은 땡감, 검정색은 그을음에서 뽑아냈다던 우리의 천연 염료가 일본으로도 전해졌다는 기록이 전해지기도 한단다. 아울러 라이크라,고어텍스,스판덱스등 옷감의 종류라거나 그 옷감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성질을 알아보기 쉽게 잘 분류해 놓고, 옷의 기능성에 대하여 중요하게 다루어준 대목들은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좋은 지금은 옷감을 말해주면서 아울러 우리의 옛스러운 의복속에 담겨져 있는 작은 과학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참 멋진 일임엔 분명했다. 자연으로부터 옷감을 얻기 위한 과정들은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누에를 치고 고치로부터 실을 뽑아내야 얻을 수 있었던 비단, 목화를 심어 그 목화솜으로부터 옷감을 얻기 위하여 실을 뽑는 실잣기와 베짜기, 솜타기등의 과정을 거쳐 얻을 수 있었던 무명, 모시풀의 줄기 껍질을 가늘게 쪼개서 길게 실을 꼬아 베를 짜 얻을 수 있었던 모시나 삼베.. 옷에 얽힌 혹은 옷감에 얽힌 이야기들이 하나의 역사처럼 귀에 쏙쏙 들어온다.

옆으로도 열 수 있고 앞으로도 열 수 있었던 장지문을 처음보았을 때 너무나도 놀라웠었다. 집안쪽으로 없을것만 같았던 작은 마당이 보여지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었다. 옛스러움이 보여주는 정서가 좋아 기회가 될때마다 찾아다닌다고는 했지만 그리 많은 곳들을 찾지는 못했다. 우암 송시열선생의 사적공원안에서 보았던 남간정사와 다산 정약용선생의 생가, 운현궁 이로당의 모습이 떠오른다. 샘물이 대청마루 밑으로 흘러 연못으로 스며들게 했다던 남간정사의 꿈결같은 모습, 집 바깥쪽 사랑채에 길게 뻗어있던 툇마루가 색다르게 다가왔던 다산 생가의 정겨운 모습, 'ㅁ'자형의 작은 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었던 이로당의 모습은 이채로웠었다. 작은 문고리 하나에도, 창살 하나마다의 조형도, 안마당과 뒷마당을 통하는 바람의 성향까지도, 담장속에 머물렀던 그 모든 것들이 그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하고 조화를 이루어 거기에 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생겨났다고 생각하니 울컥하는 마음이 앞선다. 살아 숨쉬는 집, 살아 숨쉬는 돌, 살아 숨쉬는 독.. 살아 있다는 표현하나만으로도 족할 것 같은 우리의 것들.. 지은이의 말처럼 우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자연적이며 인공적인 모든 환경이나 우리의 생각과 행동, 결과까지 모두 한데 어울려 문화가 될 것이다. 오래전부터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은 아무리 작은것이라 할지라도 필요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을 것이다. 현대에만 억눌려 전통을 고루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전통과 함께 할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의 집을 집이라 부르지 않고 초가집이나 기와집 또는 한옥(韓屋)으로 부르고, 우리 옷을 옷이라 하지 않고 한복(韓服)이라 하며, 우리 음식을 음식이라 하지 못하고 한식(韓食)이라 부른다는 지은이의 말이 가슴 한켠을 아프게 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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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한빛문고 6
박완서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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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필독서..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본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무슨 책을 읽었는가에 대하여. 그리고 내가 학교다닐적의 필독서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하여..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책이 좋아서 무조건적으로 도서관에 틀어박힌채 살았던 것 같다. 세계문학쪽을 더 많이 읽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우리의 고전쪽에는 늘상 대하는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뿐이라고 허접한 그리고 못나빠진 생각을 했을 것이다. 순정만화에도 엄청 빠졌던 것 같고..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은 나의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박완서라는 작가.. 내가 작가의 책을 언제, 아니 얼마나 많이 만났을까 생각한다. <엄마의 말뚝>, <휘청거리는 오후>,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그쯤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수많은 작품중에서 고작 몇 편뿐이라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나왔을때 싱아가 무엇인지 궁금해 묻고 다녔으면서도 나는 왠지 그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의 그 강한 느낌이 너무도 싫었던 탓도 있지만 왠지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만날 것만 같아 두려웠던 까닭도 있었을것이다. 학창시절 선배였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을 통하여 수도없이 많이 들었던 작가의 이름.. 내가 다시 그이름을 부른다.

이 책을 대하게 된 것은 순전히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말때문이었다. 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책장을 덮으면서 얼핏 교과서적(?)인 느낌이 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랬는데 책띠에 정말 그렇다고 써 있다. 초등학교,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습니다... 아하, 그러면 그렇지. 우리의 정서를 어찌 무시하랴 싶기도 하다. 하나 하나 콕집어서 말해봐야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고 누구나 다 인정하는 교훈적 메세지가 가득하다. 교과서에 실릴만 하다 싶을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한송이 꽃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후욱~ 숨을 들이마시면 그 꽃송이가 전해주는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이런류의 책이 좋다. 작가 스스로에게 의미있는 책이라고 말하는, 소설로는 못 풀어 낼 답답한 심정을 동화라는 형식에 의탁하고자 했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아련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사람의 냄새를 잃어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 오직 작가의 마음뿐일까? 모두가 그러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잘 안되는 아이러니가 현실이다. 문제점은 콕콕 잘도 찍어내면서 나는 아닐것이라고 외면해버리고 만다. 끝없는 아집과 고집불통들.. 오직 하나뿐인, 저만을 위한 법을 지켜야 했던 <마지막 임금님>같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었지만 그 모두가 자신보다 더 행복해서는 안된다는 하나뿐인 법을 지켜내기 위하여 끝내는 자신의 목숨을 버려야했던 마지막 임금님.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감옥에서 나오려하지 않았던 마지막 임금님.. 서글픈 그 현실이 우리의 현실은 아닐까 싶다. 속삭여도 들리지 않고 확성기를 통해도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다. 제 코가 막혀 향기를 맡지 못하는데 향기 없는 꽃이라고 한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일 것이다. 아픈 현실 비켜가기.. 그래서 나는 작가의 이름을 다시 부를 것 같다. <세가지 소원>을 통하여..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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