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박성신 지음 / 예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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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느낌이 왠지 껄끄럽다. 이야기의 흐름도 그렇고, 왠지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아 털어내고 싶은 무언가가 내게 묻은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어쩌면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아니 외면해서는 안되는 우리의 속사정일런지도 모를 그런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부조리와 이미 마주하고 있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라고 말들은 하지만,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돌아서고나면 표정이 바뀌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옛날이라고 불리워지는 시절과 지금은 '가족'이라는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지금 우리 생활속에서  '가족'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가족'.... 흔한 생각처럼 그렇게 따뜻한 의미일까? 힘들때 다가서면 포근하게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존재일까? 흐르는 눈물을 말없이 닦아주며 어깨를 다독여주는 그런 존재일까?  정말 위험할 때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울타리같은 존재일까? 지금에 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 그 '가족'의 틀을 망가뜨리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묻고 싶어지는 까닭이다.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을 뿐이라고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려 보지만 그 사회 역시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니 누구를 탓할 일도 못된다.

 

열등감, 범죄, 실업, 빈곤, 無錢有罪有錢無罪라거나 아웃사이더Outsider 등과 같은 사회병리현상에 관하여 말하고자 했던 책은 많았다. 그런 영화도 종종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현상에 공감하거나 동조, 혹은 적대시할 뿐 변화를 모색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해야 되겠다'거나 '나라도 해야지'하는 마음보다는 '나만 아니라면 괜찮다'는 식이 이미 만연하는 세상이다.  정말 '나만 아니라면'  왠만한 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세상. 그러다 '나'에게 닥친 일이 되고나서야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하는 반응만을 보일 뿐이다.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속에도 그렇게 가슴을 아프게 하는 상황이 너무 많이 보인다. 속깊은 정은 없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이미 자연스러움을 잃은지 오래다. 단지 내가 만들었으니 내 맘대로 흘러가야만 하는 그런 의미일 뿐이다.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관계는 늘 불안하다. 무언가에게 쫓기듯 늘 초조하다. 그래서 이미 만들어놓은 것만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힌다.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늘 허덕인다.

 

30년.... 완벽하지는 않지만 늘 꿈꾸어왔던 '가족'을 만들기 위해 걸린 시간이다. 그러나 그 '30년'이란 시간은 공백이다.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이럴 것이다, 라는 나름대로의 생각만이 있을 뿐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의 원인은 오직 한가지다. 만들어진 이 틀을 깨고 싶지 않다는 것.. 오래도록 꿈꾸어왔던 것이기에 어찌되었든 '가족'이라는 틀을 지켜야 한다는 것 뿐이다.  솜털같이 보송보송한 아이의 손길에서 거짓이지만 그 '가족'의 일원으로 잠시나마 살고 싶었던 연쇄살인범 강대도.. 버림받았던 오랜 세월의 고통을 이겨내고 나만큼은 완벽한 '가족'을 이루어 살아보겠다고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나섰던 신민재.. 그들의 만남은 그렇게 삐걱거렸다. 서로 나누는 마음이 없고 자연스러움이 없는 상태는 삐걱거릴 수 밖에 없다.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나서야 서로의 마음을 보게 된다. 서로의 마음을 바라보았을 때 그 자연스러움은 생겨난다. 그리하여 거기에서 비로소 행복이라는 말을 찾아낸다. 다른 말이 주는 의미도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가족'이라는 말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속에는 우리의 현실이 펼쳐져 있다. 조금은 아프게 각인되어질 우리의 현실. 지금은 진정 '대화'가 필요한 시기다. '너나 잘하세요'가 아니라 '내가 잘 할게요'가 필요한 시기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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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친절한 등산책 - 주말이 즐거운 서울 근교 산행 가이드
구지선 지음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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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무릎에 이상신호가 와서 등산을 접었지만 한때는 나의 모든 일상이 산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산을 포기했을까? 아니다. 등산이라는 게 굳이 높은 산, 험한 산만을 오르는 걸 말하는 건 아닌 까닭에 근처 작은 동산에라도 오를라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가다가 힘들면 중간지점에서 하산하는 경우도 있다. 내게는 그 순간이 더없이 행복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더 오르지 않아도 미련은 없다. 똑같은 장소, 똑같은 풍경이라해도 해마다 그 얼굴을 달리하고, 어떤 마음으로 오르냐에 따라 그날의 표정이 또 달라진다. 그러는 중에 이 책을 만난 건 나에겐 행운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어본 순간 목차를 훑어보고 이거다 싶었다. 이제 막 등산을 시작하려는 초보자를 위해 선별했다는 코스들이 정말 '주옥같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시선을 빼앗겼던 책이 수없이 많았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대중교통편을 소개해주는 책이 많이 보여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 책 역시 주변 볼거리와 대중교통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책을 펼치면 안전한 산행을 위해 산에 오르기전 체크할 사항부터 말해주고 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는 필수다. 요즘처럼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패션이 유행한 건 사실 그다지 오래된 일은 아닌데, 갈수록 경쟁적으로 보여지는 여자들의 패션은 정말이지 좋은 구경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멋보다는 실용성이 우선이라는 걸 잊으면 큰일난다. 비상약을 챙기는 것도 잊으면 안되고, 갑작스럽게 변하는 날씨를 생각해야하는 것도 잊으면 안된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 어떤 산에 오르는 가를 주변에 알려야 한다는 것, 너무 늦게 내려오지 말 것, 되도록 천천히 걸으며 올라야 한다는 것도 절대 잊어선 안되는 항목이다. 종종 귀에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끼고 걷는 사람을 보게 된다. 부탁하건데 산에 오르면 오로지 산의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열어보라. 얼마나 많은 소리가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이 산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거기에 필수적으로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야호~ 소리를 지르는 건 안된다. 먹고 남은 음식이나 과일 껍질 따위도 썩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나하나만 안버리면 산에는 절대로 쓰레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또한 왠만하면 정해진 등산로를 따라 갔으면 좋겠다. 산은 나 한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까닭에 우리에게는 산을 지켜야 하는 의무도 있는 것이다.  


북한산부터 시작해서 그리 멀지 않은 역세권 위주로 코스가 잘 짜여져 있다. 코스에 따라 상중하로 난이도도 체크해 놓았다. 하나둘 살펴보니 가보지 않은 곳이 딱 한군데 있다. 안그래도 문학산성 때문에 한번 가야지 했던 곳인지라 반가웠다. 여름방학이 되면 아들녀석과 강화 마니산을 가기로 약속했었는데 아무래도 이 책을 들고 가야할 것 같다. 아주 오래전에 다녀오긴 했지만 너무 어렸을 적의 기억이라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여, 기왕에 가는거 고려궁지까지 답사를 하고 올 예정이다. 제목에서 말하고 있듯이 말 그대로 친절한 등산책이다. 가고는 싶은데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중이라면 여기서 소개하는 코스를 하나씩 다녀와도 괜찮을 것 같다. 주변볼거리까지 소개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코너가 있었다. '성격 유형별로 즐기는 산행'이다. 화끈한 언니형, 지적인 언니형, 얌전한 언니형, 과묵한 언니형... 제목만 봐도 대충은 짐작할 수 있을테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슬며시 미소짓게 한다. 가만 있어보자, 그럼 나는 어떤 유형인거지? 일단 주변에 답사할 곳이 있어야 하고, 사람소리보다는 자연의 소리를 더 많이 들었으면 좋겠고, 너무 힘겹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기다려준다면 더없이 좋을 테고... 화끈한 언니형만 빼고 다야? 이래서 한번 웃는다. '산'은 생각만해도 행복한 이름인 까닭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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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오레 오늘의 일본문학 10
호시노 도모유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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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오레 : おれおれ

오레오레 おれおれ 는 일본말이다. '나'라는 뜻의 '오레おれ' 를 두 번 연달아 쓴 말인데 '나야, 나'라는 의미라고 한다.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나야, 나"라고 말하며 아들인 척 흉내를 내 노년층의 돈을 뺏는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으로, 일명 '오레오레사기'가 성행하면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말이란다. 그런데 왜 그렇게 좋지도 않은 말을 책의 제목으로 썼을까? 얼핏 생각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인 병리현상을 말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때문에 내심 조바심이 났다. 초반부에서의 상상력으로 순간의 몰입도는 좋았다. 그 상상력이라는 것이 현실과 부합된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복되어지는 단어 '나'가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는 느낌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헤매기 시작했던 것 같다. 복잡하다.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아니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기애( 自己愛 )의 덩어리. 상처입은 프라이드를 애지중지 끌어안고 다른 사람 옆에는 다가려고도 하지 않는..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거라고는 하나도 없으면서.. 자기 자신에게만 받아들여지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서로 상처를 핥고, 세상하고는 다르니 어쩌니 하고 있으면서 거기에 무슨 진심이 있다고.. 책속에 나오는 말이다. 결국은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것 같지만 누구나 똑같은 가슴앓이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 누구나 개성과, 나 자신만의 어떤 것을 꿈꾸지만 결국엔 그것조차도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길들여져 끝내는 같아지는 그 어떤 것들.. 사실이 그렇다. 지금을 사는 우리는 모두가 목소리를 맞춘듯 이야기한다. 개성시대라고. 그러나 작금의 시대에는 개성이 없다 (이 말은 물론 나만의 생각일 뿐이고, 개성이 드러나는 부분이 없다는 건 아니다!). 세상이라는 톱니바퀴를 굴리면서 행여나 나만 튀어나오게 될까봐 묘하게 자신만의 그 어떤 것을 변화시키는 카멜레온같은 존재. 그러면서도 나는 나일뿐이라고 목소리만을 높이는 시대.. 그 아픔이 이 책속에 녹아있다.

 

책장을 덮고나니 펼쳐지는 표지의 그림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똑같은 얼굴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줄을 지어 나온다. 모두가 '나'이면서 '너'이기도 하고, '우리'가 된다. 그리고 다시 나의 복수형인 '나들'이 된다. 결국 '하나'가 되어버리고 마는 그 상황이 조금은 멋쩍다. 손을 들어 나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다. 어찌되었든 나는 그 세상의 톱니바퀴 사이에 끼어 함께 굴러가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고 난 뒤에야 속이 뒤틀린다. 왠지 반항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그 속을 꾹꾹 누른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아니 어쩌면 내 속을 들킨 것 같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독자적 존재였던 내가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희박해지면서 마치 좀비처럼 동일한 생각과 동일한 행동을 하는 '나'로 변해가는 설정을 얼핏 카프카의 <변신>생각나게 한다- 옮긴이는 말하고 있지만, 내 경우에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와 <눈 뜬 자들의 도시>를 동시에 생각나게 했던 책이었다. 상황설정은 다르지만 내게 다가왔던 느낌이나 남겨진 여운이 왠지 모르게 겹쳐졌던 까닭이다.  '나를 죽여 나를 살린' 마지막 장이 인상적이었다. 결국은 그거였구나 싶었다.  세상은 '나'만으로도, '너'만으로도, '우리'만으로도 만들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 셋의 묘한 어울림이 필요한 모양이다. '나'를 인정하고, '너'를 인정해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우리'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만들어진 것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 '만들어진 것들'을 무작정 따라가는 텅 빈 얼굴을 책표지의 그림에서 보게 된다. 세상은 복잡한 것일까, 단순한 것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각자의 모습 그대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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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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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쩌면 이 더위를 이겨낼 수 있을만큼의 스릴을 원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온몸이 오그라들 듯한 짜릿함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바로 그런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악당들의 섬에 첫발을 내딛은 후 살짝 더워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평범한 전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그 고요함. 이미 일은 시작되어지고 있었는데 깔리는 느낌은 그랬다는 거다. 그것이 이 책의 숨겨진 매력일까? 계단을 올라가듯이 한걸음씩 정돈된 걸음걸이로 범인에게 다가가는 주인공을 따라가다보니 시원함이나 짜릿함보다는 이미 세상속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소굴로 들어와 있었다.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가진자들의 욕심과 비리의 크기는 보통의 우리가 느끼기에 엄청나게 큰 건 사실이다.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라는 로드 아일랜드. 그 배경은 해안선을 끼고 있는 까닭에 습기를 안고 있다. 스멀거리는 안개속에서 그 욕망의 불꽃이 피어오른다.

 

범인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 라거나 범인은 이미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커다란 배경을 안고 있다거나 하는 식의 규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쯤은 나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짜릿한 반전의 시기는 항상 궁금했다. 언제 반전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느냐에 따라 책장을 덮는 순간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끝까지 간다. 책을 읽으면서 혹시나했던 나의 예상은 이미 빗나가 버렸다. 그래서 오기가 났다.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끝내 짜릿함과는 만나지 못한 듯 하다. 순간적인 강렬함이 안겨줄 환상보다는 당장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라는 듯이.

 

주인공 멀리건은 신문기자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화재에 이웃과 친구를 잃게 된다. 방화범을 잡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화재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갖게하고,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설픈 추적을 시작한다. 많은 사람이 등장하지만 이렇다하게 불거져 나올만 한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마을 사람 모두가 주인공이다. 사건을 쫓아가는 멀리건조차도 그 중의 한사람일뿐이다. 그 흔한 영웅심리도 없다. 007처럼 이렇다 할 두뇌게임도, 액션도 없다. 단지 있는 그대로의 현실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뛰어다닐 뿐이다. 하지만 진실은 있었다. '강함'은 '강함'으로 이길 수 있다는...

 

사람은 할 수 있는만큼 모든 방법을 동원해가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 약한 자들은 약한대로, 강한 자들은 강한대로. 그 약함과 강함이 마주칠 때가 있다. 간혹 약함이 강함을 이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조금은 씁쓸했다. 작가의 글이 씁쓸했다는 게 아니라 작가가 보여주는 책속의 현실이 씁쓸했다는 말이다. 솔직히 재미있었다는 말은 못하겠다. 그러나 생각거리를 던져준 책임에는 분명하다. 생뚱맞게 '평범한 것이 위대한 것이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졌던 초반부의 느낌때문에 로드 아일랜드에 관한 것을 찾아보았다. 어떤 곳인지를 알고 있었다면 더 맛나게 읽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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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들의 아찔한 수다 - 여성 작가들의 아주 은밀한 섹스 판타지
구경미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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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음담패설이란 말을 많이 쓸까?  그 음담패설이란 게 아찔함으로 다가오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아찔함, 어쩌면 그냥 순수한 짜릿함을 느껴본다는 게 어려운 시절인 듯 하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 널리고 널렸다는 말일테다.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실 들여다보기도 전에 그 주제가 무엇인지를 밝혀두고 있는 책이지만. 아주 은밀한 섹스 판타지... 그렇다면 여자들만의 수다쯤일까?  여자들이 모여 떠드는 그 음담패설을 한번 들어나보자고 작정한다. 지금쯤이면 이제 수면위로 떠올라야 하는 주제가 아닐까 싶은 의도를 숨겨두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똑같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꾸며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간혹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고, 세간의 이슈로 떠오르기도 하는 섹스 판타지. 그런 주제라면 우리는 벌써 '마광수'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그렇게까지 이슈가 될만 한 일은 아니었다는 게 내 개인적인 주장이지만, 세상은 내 생각하나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는 걸 다반사로 하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나간다.

 

여섯 여자가 모였으니 접시 하나쯤은 충분히 깨졌겠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은근한 아픔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우리와는 동떨어진 저 먼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시대에 한번쯤은 있었음직한 그런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그 사람들이 섹스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 뻔하지 않은가 말이다.  보여지는대로만 이야기하면 너무 까발렸다고 말할 것이고, 슬쩍 건드리듯이 이야기하면 그럼 그렇지 하면서 내심 별 볼일 없는거라고 치부해버릴 테니.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가 안고 있는 이시대의 아픔이다.  우리가 외면하는, 혹은 놓쳐버린 그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보라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기왕에 은밀한 이야기에 끼어들었으니 아줌마 특유의 은밀한 이야기도 하나 해보자. 일전에 모월간지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작가의 글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라 시선을 끌기도 했지만, 여기서 말해두고 싶은 건 여성잡지가 아니라 남자들이 읽는 경제지였다는 거다) 중에서도 섹스 없는 이성관계도 필요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주제는 이랬다. 성적인 관계와 친밀한 대상의 관계는 분명 다르다는 거였다. 단순무식하게 표현해서 아무리 섹스를 많이해도 거기서 관계가 형성되지는 않는다는...섹스리스 부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는 작금의 세태만 보더라도 분명 섹스는 친밀함의 척도가 될 수 없다는 말에 나는 공감한다. 섹스가 곧 사랑이라는 공식은 틀렸다! 어쩌면 우리는 그만큼  섹스라는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숨겨야만하는 그 어떤 것에서 이제는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변화되어가는 요즘을 보면서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은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관점인 것이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솔직히 나는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기도 했던 까닭이다. 이미 통념적인 개념으로 자리잡은 것들이 우리에게는 숨겨야만 하는 의미로 단정지어지는 게 싫었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인데도 드러내 말하지 못하는 위선과 가식이 싫었었다. 사회적인 모순이나 현상따위를 가감없이 글로써 엮어내는 일본소설들처럼 우리는 언제 글로써 진정한 사회의 아픔을 느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우리도 이제는 당당하게 말 할 건 말할 줄 아는 글쟁이들이 많아질 것 같다.

 

적나라하게 파헤쳐버린 고등학생들의 탈선 이야기, 프리섹스, 동거, 사회적인 조건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었던 비극적 사랑 이야기, 나만의 사랑으로만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질투..... 정말 아찔한 수다였다. 자꾸만 올라가는 젊은 여성들의 치마처럼 아찔한 게 아니라, 그 속에 숨겨둔 우리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아찔했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소설같고 영화같은 현실을 살아내는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 이 혼돈과 어둠의 골짜기에서 섹스의 판타지를 건강하게 끌어내는 일이야말로 이 책에 동참한 작가들과 독자 여러분의 몫- 이라는 말이 책머리에 보인다. 그 평론가의 이야기를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백퍼센트 공감하는 말이기에.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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