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위한 친절한 등산책 - 주말이 즐거운 서울 근교 산행 가이드
구지선 지음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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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무릎에 이상신호가 와서 등산을 접었지만 한때는 나의 모든 일상이 산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산을 포기했을까? 아니다. 등산이라는 게 굳이 높은 산, 험한 산만을 오르는 걸 말하는 건 아닌 까닭에 근처 작은 동산에라도 오를라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가다가 힘들면 중간지점에서 하산하는 경우도 있다. 내게는 그 순간이 더없이 행복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더 오르지 않아도 미련은 없다. 똑같은 장소, 똑같은 풍경이라해도 해마다 그 얼굴을 달리하고, 어떤 마음으로 오르냐에 따라 그날의 표정이 또 달라진다. 그러는 중에 이 책을 만난 건 나에겐 행운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어본 순간 목차를 훑어보고 이거다 싶었다. 이제 막 등산을 시작하려는 초보자를 위해 선별했다는 코스들이 정말 '주옥같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시선을 빼앗겼던 책이 수없이 많았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대중교통편을 소개해주는 책이 많이 보여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 책 역시 주변 볼거리와 대중교통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책을 펼치면 안전한 산행을 위해 산에 오르기전 체크할 사항부터 말해주고 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는 필수다. 요즘처럼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패션이 유행한 건 사실 그다지 오래된 일은 아닌데, 갈수록 경쟁적으로 보여지는 여자들의 패션은 정말이지 좋은 구경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멋보다는 실용성이 우선이라는 걸 잊으면 큰일난다. 비상약을 챙기는 것도 잊으면 안되고, 갑작스럽게 변하는 날씨를 생각해야하는 것도 잊으면 안된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 어떤 산에 오르는 가를 주변에 알려야 한다는 것, 너무 늦게 내려오지 말 것, 되도록 천천히 걸으며 올라야 한다는 것도 절대 잊어선 안되는 항목이다. 종종 귀에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끼고 걷는 사람을 보게 된다. 부탁하건데 산에 오르면 오로지 산의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열어보라. 얼마나 많은 소리가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이 산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거기에 필수적으로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야호~ 소리를 지르는 건 안된다. 먹고 남은 음식이나 과일 껍질 따위도 썩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나하나만 안버리면 산에는 절대로 쓰레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또한 왠만하면 정해진 등산로를 따라 갔으면 좋겠다. 산은 나 한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까닭에 우리에게는 산을 지켜야 하는 의무도 있는 것이다.  


북한산부터 시작해서 그리 멀지 않은 역세권 위주로 코스가 잘 짜여져 있다. 코스에 따라 상중하로 난이도도 체크해 놓았다. 하나둘 살펴보니 가보지 않은 곳이 딱 한군데 있다. 안그래도 문학산성 때문에 한번 가야지 했던 곳인지라 반가웠다. 여름방학이 되면 아들녀석과 강화 마니산을 가기로 약속했었는데 아무래도 이 책을 들고 가야할 것 같다. 아주 오래전에 다녀오긴 했지만 너무 어렸을 적의 기억이라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여, 기왕에 가는거 고려궁지까지 답사를 하고 올 예정이다. 제목에서 말하고 있듯이 말 그대로 친절한 등산책이다. 가고는 싶은데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중이라면 여기서 소개하는 코스를 하나씩 다녀와도 괜찮을 것 같다. 주변볼거리까지 소개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코너가 있었다. '성격 유형별로 즐기는 산행'이다. 화끈한 언니형, 지적인 언니형, 얌전한 언니형, 과묵한 언니형... 제목만 봐도 대충은 짐작할 수 있을테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슬며시 미소짓게 한다. 가만 있어보자, 그럼 나는 어떤 유형인거지? 일단 주변에 답사할 곳이 있어야 하고, 사람소리보다는 자연의 소리를 더 많이 들었으면 좋겠고, 너무 힘겹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기다려준다면 더없이 좋을 테고... 화끈한 언니형만 빼고 다야? 이래서 한번 웃는다. '산'은 생각만해도 행복한 이름인 까닭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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