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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박성신 지음 / 예담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남는 느낌이 왠지 껄끄럽다. 이야기의 흐름도 그렇고, 왠지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아 털어내고 싶은 무언가가 내게 묻은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어쩌면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아니 외면해서는 안되는 우리의 속사정일런지도 모를 그런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부조리와 이미 마주하고 있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라고 말들은 하지만,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돌아서고나면 표정이 바뀌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옛날이라고 불리워지는 시절과 지금은 '가족'이라는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지금 우리 생활속에서 '가족'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가족'.... 흔한 생각처럼 그렇게 따뜻한 의미일까? 힘들때 다가서면 포근하게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존재일까? 흐르는 눈물을 말없이 닦아주며 어깨를 다독여주는 그런 존재일까? 정말 위험할 때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울타리같은 존재일까? 지금에 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 그 '가족'의 틀을 망가뜨리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묻고 싶어지는 까닭이다.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을 뿐이라고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려 보지만 그 사회 역시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니 누구를 탓할 일도 못된다.
열등감, 범죄, 실업, 빈곤, 無錢有罪有錢無罪라거나 아웃사이더Outsider 등과 같은 사회병리현상에 관하여 말하고자 했던 책은 많았다. 그런 영화도 종종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현상에 공감하거나 동조, 혹은 적대시할 뿐 변화를 모색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해야 되겠다'거나 '나라도 해야지'하는 마음보다는 '나만 아니라면 괜찮다'는 식이 이미 만연하는 세상이다. 정말 '나만 아니라면' 왠만한 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세상. 그러다 '나'에게 닥친 일이 되고나서야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하는 반응만을 보일 뿐이다.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속에도 그렇게 가슴을 아프게 하는 상황이 너무 많이 보인다. 속깊은 정은 없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이미 자연스러움을 잃은지 오래다. 단지 내가 만들었으니 내 맘대로 흘러가야만 하는 그런 의미일 뿐이다.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관계는 늘 불안하다. 무언가에게 쫓기듯 늘 초조하다. 그래서 이미 만들어놓은 것만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힌다.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늘 허덕인다.
30년.... 완벽하지는 않지만 늘 꿈꾸어왔던 '가족'을 만들기 위해 걸린 시간이다. 그러나 그 '30년'이란 시간은 공백이다.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이럴 것이다, 라는 나름대로의 생각만이 있을 뿐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의 원인은 오직 한가지다. 만들어진 이 틀을 깨고 싶지 않다는 것.. 오래도록 꿈꾸어왔던 것이기에 어찌되었든 '가족'이라는 틀을 지켜야 한다는 것 뿐이다. 솜털같이 보송보송한 아이의 손길에서 거짓이지만 그 '가족'의 일원으로 잠시나마 살고 싶었던 연쇄살인범 강대도.. 버림받았던 오랜 세월의 고통을 이겨내고 나만큼은 완벽한 '가족'을 이루어 살아보겠다고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나섰던 신민재.. 그들의 만남은 그렇게 삐걱거렸다. 서로 나누는 마음이 없고 자연스러움이 없는 상태는 삐걱거릴 수 밖에 없다.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나서야 서로의 마음을 보게 된다. 서로의 마음을 바라보았을 때 그 자연스러움은 생겨난다. 그리하여 거기에서 비로소 행복이라는 말을 찾아낸다. 다른 말이 주는 의미도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가족'이라는 말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속에는 우리의 현실이 펼쳐져 있다. 조금은 아프게 각인되어질 우리의 현실. 지금은 진정 '대화'가 필요한 시기다. '너나 잘하세요'가 아니라 '내가 잘 할게요'가 필요한 시기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