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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오케스트라, 우주의 선율을 연주하다 - 처음으로 읽는 궁중음악 이야기
송지원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궁,상,각,치,우... 우리나라의 음계로 알고 있는 말이다. 그런데 찾아보니 <악학궤범>에 중국음악을 설명하는 글로 사용되었다는 말이 보인다. 한국식 궁상각치우가 따로 있다는 말도 보인다. 그런데 나는 왜 우리음악을 대표하는 말쯤으로 배웠던 것일까? 다시보니 문묘악과 같은 음악은 중국식 궁상각치우로 봐야하지만 향악을 말할 때는 한국식 궁상각치우를 써야 맞다는 데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진짜로 머리 아픈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머리가 아프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도 된다. 우리 음악인데 우리는 왜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일까? 박물관을 찾아가봐도 악기형태를 보고, 그 소리를 들으며 그것을 연주했던 음악인들의 이름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낼 수 없는 것일까? 들으면 좋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우리음악인데 왜 그토록이나 멀게 느껴지는 것인지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일년마다 들을 수 있는 종묘제례악과 성균관의 석전대제에서 들을 수 있다는 문묘제례악..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이라고? 종묘제례악이 향악계에 속한다는 말은 의외의 놀라움을 가져다 주었다. 조선시대에 궁중의례에서 사용했다는 전통음악을 아악이라고 했으며 거기에 반하는 음악을 향악과 당악이라 했다고 한다. 향악은 말 그대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전해져내려오던 음악으로 속악이라고도 한다. 당악 또한 말 그대로 삼국시대에 당나라에서 유입된 음악이다. 외세로부터 들어온 음악과 우리의 토속적인 음악을 구분하기 위하여 향악이라 했다고는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향악이란 말은 민속적인 의미를 더 크게 담고 있는 것 같다. 그야말로 일반 백성들의 음악쯤이랄까? 당시 3D업종에 속했다는 음악인의 길.. 우리 어릴때도 '딴따라'라는 말로 업신여김을 받았었다는 기억이 난다.
<악학궤범>이 어떻고 <시용향악보>가 어떻다고 아무리 말해도 잘 모른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 게다. 종묘제례에 대해 공부할때 軒架와 登歌에 대해 배우면서 아하, 그렇구나 했었던 때가 생각난다. 제례악을 연주하는 장소는 조금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있는데 낮은 곳에서 노래와 함께 연주를 하는 악대를 헌가라 하며 높은 곳에서 노래없이 그냥 연주만 하는 악대를 등가라 한다. 헌가에는 관악기와 타악기를, 등가에는 타악기와 현악기가 중심이 되어 연주를 한다. 책을 읽다보니 그 웅장한 음악소리가 귓가에 내내 맴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먼저 출간된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아마도 모드라마에 나왔던 '장악원'이라는 관청때문에 관심을 모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부류의 책들이 더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다가갈 수 없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좀 더 쉽게 우리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이 더 많아지기를 개인적으로나마 바래보는 것이다. 지금의 국립국악원에 해당한다는 장악원을 중심으로 조선 시대 음악인들의 일상을 그렸다는 그 책이 궁금해진다.
내용이 총 4장으로 분류되어져 있는데 3장의 새로 쓰는 樂人열전과 4장의 이야기가 있는 樂器열전을 통해 조선의 음악인들과 우리 악기를 알 수 있어 좋았다. 1년 사시사철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야 했다는 장악원 사람들.. 가장 많이 출연했던 행사가 제사 의례였다는 말을 통해 조선이 어떤 나라였는지 조금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음악조차도 禮와 樂의 조화를 추구했다는 말이 보여 하는 말이다. 맹사성이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그밖에도 박연이나 성현, 임흥, 천재적인 기예꾼이었다는 정렴, 악보제작의 달인이었다는 허억봉, 한립, 이연덕, 김용겸... 낯선 이름이 많이 보이지만 귀가 밝았던 왕도 꽤 많았다는 말이 시선을 끈다.
가야금 소리가 가장 멋지게 들리는 곳은 토담집이다... 흙으로 지은 집에서 가야금 소리를 들으면 소리가 너무 울리지도 않고 먹히지고 않아 온화하면서도 섬세한 소리가 하나하나 살아난다는 말이 잠시 시선을 멈추게 한다. 자연과 어울어져 있을 때 그 악기도 제대로 된 소리를 내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니 살풋 웃음이 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겹쳐서. 아무래도 음악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형태에 따라 변하는 모양이다. 자연을 멀리하는 형태속에서 전자음이 탄생하는 걸 보니. 가끔 정말 한번 해볼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지금도 그럴 수 있다면 해금을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 슬프고도 아련한 소리가 좋아서. 어렸을 적 친정아버지의 퉁소소리가 너무 좋아서 한번 더 불어달라고 아버지를 졸랐던 기억이 난다. 비파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비파가 좀 더 일찍 대중화의 길로 들어섰다면 지금의 기타쯤은 충분히 이겨내고도 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기도 한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제사 거문고와 가야금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비생각
우리가 보통 음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이는 외래어인 music을 번역한 것이고, 전통적으로는 '음'과 '악'이 각각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음'이란 음이 일정한 질서로 배열되어서 일정한 곡조를 이룬 것을 말하고, '악'은 干과 戚, 羽와 旄를 들고 추는 춤까지 수반된 것을 의미한다. 역대 왕과 왕비를 제사하는 제사의례에서 연행되는 '악'은 유학적 우주관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총체적 의미의 '악', 즉 樂歌舞가 모두 갖추어져야 한다. 그런 까닭에 등가악대와 헌가악대, 그리고 춤인 일무를 갖추어 연행하게 된다. (-82쪽)
登歌 : 종묘나 문묘, 사직등의 제례를 거행할 때 음악을 연주하는 악대 가운데 堂上, 즉 댓돌 위에 편성되는 악대. 제례뿐만 아니라 가례, 빈례, 군례의 예를 행할 때에도 당상에 편성된 악대는 등가라 했으며, 등가가 연주하는 음악을 登歌樂 또는 登歌之樂이라 했다.
軒架 : 堂下, 즉 댓돌 아래의 뜰에 편성되는 악대. 헌가가 연주하는 음악은 軒架樂 또는 軒架之樂이라 했다. 헌가는 제후국의 위격에 해당하는 악대의 명칭으로, 고종이 황제국을 선언한 1897년 이후에는 宮架로 바뀌었다. (-33쪽)
雅樂 : 원래는 고려시대 중국 송나라에서 들여온 제사음악을 가리켰지만 조선시대가 되어 아악 선율을 연주하는 제사음악을 모두 아악이라 하였다. 궁중에서 사용하는 당악과 향악을 속악이라 불렀던 것과 대비되는 용어이다. 현재는 궁중음악을 비롯하여 민간 지식층의 음악을 아울러 아악 혹은 正樂이라 이르기도 한다.
唐樂 :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유입된 당나라의 음악과 송나라의 속악. 원래부터 있었던 향악과 구분하기 위해 붙인 이름으로, 오늘날 한국 음악에서 당악이라고 하면 당나라 음악에서 유래된 것은 없고 거의 송나라 詞樂에서 유래된 것들이다.
鄕樂 : 삼국시대 이후 조선조까지 사용되던 음악의 한 갈래로, 당악과 함께 속악으로 분류된다. 순수한 우리 재래 음악과 서역에서 들어온 음악도 포함된다. 삼국시대에 당악이 유입된 뒤 외래의 음악과 토착음악을 구부하기 위하여 명명되었다. (- 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