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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 - 다큐PD 왕초의 22,000킬로미터 중국 민가기행
윤태옥 지음, 한동수 감수 / 미디어윌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난 주제가 하나 있다. 바로 전통가옥이라는 말이다. 전통가옥이라 하면 말 그대로 전통적인 형태의 집을 말하기도 하지만 특정한 문화가 담겨있는 집이라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韓屋이란 말로 부르기도 한다. 韓屋이라... 그렇다면 기와집이 한옥일까? 초가는 한옥이 아닐까? 그러더니 언제부터인가 古宅이란 말로 부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民家라고 부르고 있다! 답사를 다니면서 내가 들어가 볼 수 있었던 전통가옥의 형태를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일전에 군산을 찾았을 때 보았던 일본식 가옥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데 그런 집들이라는게 대부분 일반적인 주택이라고는 볼 수 없는 형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이다. 군산거리에서 지나쳤던 장옥을 떠올려본다. 들어갈 수 없었지만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 안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했을 일본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우리가 韓屋이라는 이름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초가집보다는 커다란 기와집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사실이다. 오직 그것만이 우리 민족이 살아왔던 주거형태라는 듯이 말이다. 실제적으로 그 시대를 살아내면서 주거문화의 형태를 이루었던 것은 초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이 책속에서 볼 수 있었던 주택의 형태라는 건 조금은 특이했다. 어떤 특정인의 집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한시대를 거쳤던 다양한 민족의 삶이 오롯이 들어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소수민족끼리 모여살다보니 저마다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서 혹시나하는 마음과 함께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생겼었다. 어쩌면 그 속에서 우리문화를 아우르는 어떤 것을 만날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다각적인 면으로 보았을 때 한,중,일 3국의 특징이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보는 까닭이다. 중국을 크게 생각했다던 우리 역사속의 시각을 생각해볼 때 나를 찾아왔던 기대감이 그다지 잘못된 것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랬는데 뜻밖에도 정말 멋진 여행이 되었다. 단순히 집의 형태만을 보겠거니 했다가 그 많은 민족의 역사와 생활상, 그리고 그들의 삶을 주거형태를 통해 볼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대박! 일년의 반은 중국에서 살다시피 한다는 지은이의 삶이 엄청나게 부럽기도 했다. 눈으로만 보는 관광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한 줄의 글귀도, 한 장의 사진도 허투루 넘길 수 없었음이다.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는 사합원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우리의 옛주거형태와 비교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양반네들이 살았던 가옥과 비슷한 점이 없지않아 있어 보였다.사합원에 비해 한옥이 더 개방적이라고는 하지만 마당을 중심에 두어 반사되는 햇빛을 받았다는 것도 그렇고, 여자들의 공간을 뒤쪽으로 배치했다는 것도 그렇고, 대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영벽(또는 조벽이라 함)을 보면서 우리네 양반가옥의 내외벽을 생각했다. 물론 우리의 한옥과는 현저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전통적인 주거형태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사합원이라 한다. 네 채의 건물이 모여서 가운데에 마당을 두고 이루어진 'ㅁ'자형 집이다. 집을 뜻하는 한자 '宮(집 궁)'도 사합원의 생김새와 유사하다고 하니 중국인들에게는 사합원의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주거형태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골목은 우리문화속의 골목이라는 의미와는 왠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같은 말인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나라가 되었든 역사라는 건 전쟁의 결과물이다. 오죽하면 이긴자들의 이야기라는 말도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각각의 주거형태속에서 방어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촨디샤촌 산지 사합원, 베이징의 대원, 평방, 상하이 이롱주택, 안후이성과 저장성의 휘파건축, 둥양시의 노택, 강남의 구진 저택(이 집은 마치 요새같다!), 푸젠성의 객가 토루와 조루, 좡족자치구의 간란주택, 먀오족의 조각루, 안순의 둔보, 구이양의 석판방, 지금도 모계사회를 이루고 산다는 모쒀족의 목릉방, 동티베트의 조방과 조루, 동굴집, 초원의 게르, 어룬춘족의 사인주, 그리고 만주 조선족의 초가집.... 거칠었던 역사의 소용돌이속에서 살아남은 여러 민족의 집들이 현재까지 살아남았다는 건 정말 부러운 일이다. 그 이름만으로는 그들을 할퀴고 간 역사와 시대배경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살았던 집의 의미는 단순히 '집' 하나만으로 보기엔 너무 크게 느껴진다.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견뎌왔을 삶의 질곡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말이다.
제목이 참으로 도발적인 느낌을 불러왔던 책... 하지만 그 제목이 나오기 위한 앞의 글귀가 주는 느낌은 왠지 아련하다. 술을 마시기만 하면 옷을 벗어제끼는 사람에게 뭐라고 했더니 그가 했다는 말이 "나는 천지가 옷이고 집이 속옷인데 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 였다. 그 한 줄의 제목속에 담긴 수많은 의미를 곰곰이 따져본다. 깊이 들여다보기를 힘겨워하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제목을 주장했을 지은이의 속뜻이 참으로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인양 살아간다. 이번 여행을 통해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 자신을 위해 내세우는 명분만이 절대적인 걸 아니라는 걸 새삼스럽게 되돌아보게 된다. 한채의 집이 안고 있는 의미가 정말 크게 다가왔던 순간이기도 했다. 이런 멋진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게 해 준 지은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런 주제를 따라 걸으며 맛볼 수 있는 중국이라면 흔쾌히 떠나보고 싶다. 중국, 한번은 가봐야 할 나라....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