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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 언어의 소금, 《사기》 속에서 길어 올린 천금 같은 삶의 지혜
김영수 지음 / 생각연구소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우리집 한쪽 벽에는 한자로 쓴 四字成語 두개가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가훈이다. 특별히 가훈을 만들고 싶어 만든 건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그래도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어 결혼하기전부터 좌우명처럼 생각했던 말을, 아들녀석이 태어나면서 가훈으로 삼자고 결정했던 게 20년 가까이 눈만 돌리면 보이는 곳에서 나와 항상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말, 易地思之(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줄 알아야 한다) 와 知過必改(잘못을 알았다면 반드시 고치도록 노력하라).. 이 책을 접하면서 혹시나하는 마음에 유래를 찾아보았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는 말이야 그렇다치고 知過必改에 대한 유래가 재미있다. 知過必改하고 得能莫忘이라... 허물을 알았다면 반드시 고치고, 고칠 수 있게 되었다면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공자의 제자 자로와 자하에 관한 이야기로, 자로는 가난하고 천한 집안에서 부랑아처럼 살았던 사람임에도 공자의 제자가 되고 난 후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말에 화를 내지 않고 고쳤다는 말이 보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실천을 강조한 말인데 결코 쉬운 말은 아닌듯 하다. 그렇다해도 내가 죽을때까지는 그냥 벽에 걸어둘란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故事成語에 관한 이야기다. 옛날부터 전해져내려오는 이야기속에서 나왔다는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거기에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무언의 지혜가 담겨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실천하기만 한다면야 그것처럼 좋은 일도 없겠지만 실천한다는 게 그리 녹녹치않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끊임없이 들여다보면서 자신을 바꾸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한번쯤은 그런 말들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알고 싶었다. 우리가 하는 말속에서 四字成語나 영어단어가 불쑥 불쑥 튀어나올 때 잘난척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멋져보인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쓰여질 때 그 말은 조금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하는 문장이 꽤나 많다는 걸 알았다. 수박겉핥기식으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살아가면서 그런 일들은 그야말로 비일비재하다. 그저 남이 쓰니 나도 쓴다는 식이거나, 어디선가 들은 듯한 말이니 주워다 쓰는 식으로 너무나도 피상적인 접근이 많았다는 것도 인정해야만 했다.
가장 흔하게 써왔던 九牛一毛라는 말속에 담긴 그 깊은 의미를 이제서야 바로 알게 되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아홉 마리 소의 털 한 올.... 그저 많은 것중의 하나라는 뜻으로만 쉽게 사용했던 말속에 궁형을 당해야만 했던 사마천의 아픔이 그토록이나 절절하게 녹아있을 줄이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듯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는 책 속의 말은 가슴 한쪽을 뜨끔하게 한다. 擧世混濁, 唯我獨淸 이란 말도 보인다. 세상은 탁한데 오직 나만 맑다는 그 말을 듣고 비아냥거렸다는 농부와의 일화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擧世混濁, 唯我獨淸, 衆人皆醉, 唯我獨醒...세상은 온통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모두가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다는 말에서 나왔다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듯이 故事成語를 만들어낸 이야기속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삶의 지표로 삼을만한 말들이 많이 보인다.
문득 오래전에 항간에 떠돌던 黑猫白猫라는 말이 떠올랐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중국의 鄧小平이 했던 말이다. 가끔씩은 어디서부터 나온 말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 당혹스러울 때도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찾아보았더니 猫頭懸鈴 '고양이(猫) 머리(頭)에 방울(鈴) 달기(懸)'로, 旬五志에 실려 있는 이야기란다. 고양이목에 방울달기라는 속담으로 불가능한 일을 논의할 때 쓰이는 말이라지만 그만큼 개혁을 향한 등소평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말이란 생각에 모르는 새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주제가 좀 딱딱하기는 해도 곁에 두고 생각날때마다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우연히 마주친 <旬五志>...<十五志>라고도 한다는데 책이 보름만에 완성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설화의 자료를 볼 수 있다하고, 그 책의 말미에 많은 양의 속담이 실려있어 그 뜻풀이와 함께 조선시대의 속담에 대해 알 수 있다는 말에 시선이 간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읽어봐야지 한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