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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가장 먼저 생각난 말이다. 罪刑法定主義 라는 말은 옳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그 형을 가함에 있어 정해진 원칙에 의한다는 것도 맞다. 그런데 막상 '法' 이란 말을 들으면 왜 저 단어가 떠오르는 것일까?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관료주의적인 법의 해석이 난무했을거라고 늘 생각한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바로 '有錢無罪 無錢有罪' 다. 뭣도 모르는 것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오죽했으면 그런 말이 생겨났을까 싶어 하는 말이다. 나? 글의 시작부터 이미 부정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니 소크라테스가 했던 "惡法도 法이다" 란 말에 공감하기 힘든 사람중의 하나가 분명하다. 세상이 변하면 법에도 어느정도의 융통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럴 수 없다면 변한 세상에 맞춰 법도 어느정도는 변해줘야 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하는 까닭이다. 물론 법에 도덕적, 윤리적인 면들을 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세상은 변해가는 데 법이라는 테두리가 과거에 묶여 있다면 차라리 즁세적으로 '以夷制夷' 하는 게 더 낫다. 온갖 매체들속에서 난무하는 실제적인 以夷制夷의 형태가 그를 반증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서도 내가 늘 궁금했던 것은 과연 법은 어떤 모습일까,였다. 이 책을 통해 그 어려운 낱말들에 대한 정의를 알아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말처럼 법은 늘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살면서 경찰서나 병원을 가지 않고 살 수 있다면 행복한 거라는 말이 떠오른다. 왠일인지 사람을 위축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에 하는 말일터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시종일관 익살맞다. 그 말의 뜻처럼 웃기려고 일부러 우스운 말이나 행동을 하는 태도가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걸음 더 물러서게 된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법이라는 게 가까워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책속에 등장하는 많은 예를 보면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는 걸 금새 알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이런 죄를 지면 이렇게 벌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결과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벌을 받아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고마운 일임엔 분명하다.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22가지의 원리만 알고 있다면 일상생활속에서 답답하거나 고생할 일은 없을거라고 하니 두 눈 크게 뜨고 다시 봐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재판 이야기' 라는 부제와 함께 등장하는 옛날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법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이 아닌 법적으로 죄가 될 수 있는 행동은 어떤 것인지, 똑같은 행동을 놓고 죄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은 또 어떻게 정의를 내리는 것인지,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음직한 주제들을 앞에 놓고 법의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 성냥팔이 소녀, 피리부는 사나이, 윌리엄 텔, 헨젤과 그레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봉이 김선달, 춘향이와 같이 등장하는 인물도 많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을 보여주며 그 재판의 원리를 따져보는 장면은 우스꽝스러운 말투만 제외한다면 퍽이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제는 콩쥐보다는 팥쥐가 이목을 끌고 흥부보다는 놀부가 더 박수를 받는 세상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이 대접받는 세상이 된다면 살 만한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도덕적, 윤리적인 해석보다 법적인 해석이 우선되어야 했기에 내게 지금 이렇게 힘든 일상이 주어지고 있지만 어찌되었든 법에 관한 것은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더 낫지 싶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