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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스케치 노트 ㅣ 스케치 노트
장 프랑수아 갈미슈 지음, 이주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진선출판사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유혹하는 스케치시리즈를 보면서 나도 한번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끄적거려본 기억이 있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왜 그리도 부러웠던지... 답사를 다니면서도 저런 풍경은 그림으로 한번 그려보고 싶다는 욕심을 부렸던 기억도 많다.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림, 그렇게 쉽지 않았다. 만만찮게 볼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그래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하지만 지금도 늘 그 신세다. 부러워만 하는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오래전에 내게 찾아왔던 <스케치 쉽게하기> 를 따라하면서 내가 느낀 건 역시 기초를 무시하면 안된다는 거였다. 미술에 관해 아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면서 감히 도전해보겠다고 설쳤으니... 어쩌면 일러스트를 좋아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지금도 그림을 한번 그려보고 싶은 것이다.
일전에 따라했었던 드로잉에 관한 책을 다시한번 펼쳐보았다. 기초 드로잉, 사람의 얼굴이나 표정 그리기, 사람의 몸체를 그릴 때 어떤 비율로 그려야 하는지, 사람이나 동물의 재미있는 일러스트 그려보기 등... 선과 면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 형태와 명암을 표현하는 것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지만 역시 쉽지 않다. 그랬는데도 다시 이 책을 펼친다.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그런데 펼치는 순간부터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세상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아름다운 도시들이 그림으로 표현되어져 있다는 놀라움! 도시마다 저마다의 특징을 안고 있는 건축물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지만 내게는 역시 어려운 일일테고, 일단은 펼쳐지는 그림속의 풍경들이 너무 좋았다. 스케치를 하기 위해 구도를 잡는 방법이나 원근법에 대한 설명은 이제 낯설지 않았지만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하는 도시와 그 도시의 건축물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저자의 솜씨에 흠뻑 빠져들었다는 거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스케치 기법이나 원근법의 원리를 보면서 문득 사진을 생각했다. 이 설명처럼 그렇게 사진을 찍어도 멋있을거라는 엉뚱한 생각을. 사실 그림이나 사진이나 표현하는 도구만 다를 뿐이지, 하는 생각.... 너무 앞서갔나? 한참동안 눈으로만 씨름하던 책을 덮으면서 전문가와 초보자 사이에 생겨나는 이질감을 어쩌지 못했다. 그렇다해도 건축에 대한 기초 지식이나 건축의 자재를 설명해주는 부분은 참 좋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도전하는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어느정도 기본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다시한번 인정하게 되는 진리가 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든,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가는 곳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다면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사진에 담을 것인지 보인다는 거였다. 목적과 목표가 분명하다면 역시 얻는 것도 많을 것이다. 책속으로 답사를 다녀 온 기분이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