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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평점 :
책을 읽으면서 미치 앨봄이란 이름이 떠올랐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이나 <단 하루만 더>라는 그의 작품을 통해 전해졌던 그 묘한 느낌이 되살아났다. 정말 오래전에 읽었던 작품임에도 새삼스럽게 겹쳐졌던 까닭은 무엇일까? 가끔 우리는 묻는다. 당신은 영혼의 존재를 믿느냐고. 그런 주제를 담은 영화도 꽤나 많은 편이지만 영혼이 있다, 없다의 단순한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죽음뒤의 세상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그가 살아 있었던 사회의 어떤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는 까닭이다. 몸은 죽었으나 영혼이 저편 세상으로 떠나지 못한다는 설정이 영혼을 믿는 사람에게도, 그렇지않은 사람에게도 묘한 분위기속으로 불러들이는 마력을 지닌 듯 하다.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중간계의 세상은 정말 있을까? 그 묘한 세상속에서 마주치는 인연들. 나쁜 인연이었든 좋은 인연이었든 다시 만난다는 건 좋은 일일까? 아무래도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이 인간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그 상대가 누가 되었든 같은 무게를 지니는 듯 하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마음속에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는 게, 완벽하고 싶고 만족하고 싶어하는 우리네 정서에는 맞지 않는 모양이라고, 그래서 그렇게들 죽음뒤에도 무언가를 찾아헤매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또한번 기억하게 된다. 더 늦지않게 사랑한다는 말이 필요하다는 것을.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진실이라면 수도없이 많은 인연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테지만, 나와 가까운 곳에서 좋든 싫든 인연이라는 끈으로 묶여진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내 삶속에 자리잡는다. 그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사회의 단면들은 좋아도 내 몫이며 나빠도 내 몫일 것이다. 그 인연들이 죽음속 세상에서 다시 만나 살아서는 하지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들을 거리낌없이 들려준다. 살았을 때 했더라면 좋았을 그런 이야기들을. 왠지 서글프다. 세상이 사람을 속이는 건지, 사람이 세상을 속이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 '情'이라는 말로도 표현되어지는... 가까이 있지 못하면 나눌 수 없는 그런 느낌들. 굳이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상대방을 향한 나의 느낌들말이다. 작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죽음뒤에도 서서히 변해가는 영혼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가의 상상이 어느 정도의 공감을 불러온다. 물론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자신의 몸을 떠난 영혼들이 차마 저쪽 세상으로 떠날 수 없었던 것은 하나같이 예고되지 않은 죽음 때문이었다. 아직은 하지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해야했으나 하지 못한 것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나의 모습이다. 내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가를 다시한번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후회와 미련이 없는 삶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렇다해도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되돌아본다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책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