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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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았던 때가 떠올랐다. 진보와 보수의 충돌로 개관하기까지 말이 많았던 곳이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그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정말 놀랍다. 와, 이런일이 있었어?  이런 일도 있었구나!  교과서에서나 보았을 그런 장면들이 당시의 상황에 맞게 잘 설명되어져 있어 학생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싶었지만, 박물관을 찾았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이제는 사회구성원의 한쪽으로 밀려난 어르신들의 끝없는 발길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하시는 걸 보면서 그 날, 참으로 묘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 분들이야 말로 한시대를 살아온 역사의 증인이 아닐까 싶어서. 당신들이 살았던 시절을 다시 되돌아보는 심정이 어떠했을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 분들의 표정만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각설하고,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데는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절과 독립운동부터 6.25전쟁, 1945년 8.15광복을 거쳐 근대국가를 이루기 위한 경제개발과 산업화의 흐름이 이 책에서도 보이는 까닭이다.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변해가는 시민사회의 모습 또한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음이다. 한국의 자본주의와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도 이 책속에서 언급되어지는 까닭이다.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는 핑크빛일까?

 

그런데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과 현재의 모습을 누군가의 입을 통해 전해듣는 건 어떤 차이일까?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면 좋아할 사람이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굳이 나쁜 점만 들춰내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은 점만 얘기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니엘 튜더라는 사람은 아직까지 대한민국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은 이런 나라라고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가끔 우리는 말한다.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없다고. 그런데 솔직하게 말한다면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는 정말 다르다.  생각해보면 내가 알지 못하는 내 모습을 주변 사람이 더 잘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일까?  다니엘 튜더가 보여주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왠지 씁쓸하다. 어쩌면 제목부터가 마음에 안들지도 모르겠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그런데 그 제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어쩌면 저 말이 정답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어쩌면 저렇게 속속들이 주머니를 뒤집듯 보여주고 있는지 한편으로는 부끄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최첨단의 시대를 만들고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뒷면으로는 행복지수가 최저이며 자살률 최고라는 사실도 그렇거니와 신상이나 명품에 절절매는 그 모습 또한 그다지 유쾌하게 보이진 않는다. 가장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던 부분은 아마도 언론에 관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소 부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말에 그렇지 않다고 다부지게 반박할 언론사가 과연 있을까? 모든 매체가 균형감각과 중도적 입장이 부족해보인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거기에 내 느낌을 하나 더 보탠다면 그 모든 언론매체가 이미 정체성을 잃었다고 말하고 싶다. 신문뿐만이 아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그 모습은 정말이지 한심스럽다. 정말이지 꼴불견이다. 언론매체가 자신의 주장도 없이 세상의 말속에 뒤섞여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걸 볼 때마다 저건 아니지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 또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의 일부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기적을 이루었으나 기쁨을 잃었다는 말이 서글프다. 많은 것을 얻었으나 지금도 끝없이 경쟁을 부추키고 만족할 줄 모른다는 말도 역시 서글프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까지 비관적으로만 보진 않았다. 한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그의 시선을 통해 그가 얼마나 한국을 사랑하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그가 들춰내는 우리의 이러저러한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우리가 정말 이랬었나 싶은 마음에 뒤가 켕기기도 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지적해준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옛말에도 있다. 나쁜 점을 지적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발전할 수 있어도, 좋은 점만을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은 더 나빠질 뿐이라고.  '良藥苦口利於病 忠言逆耳利於行' 이니 잘 받아들일수만 있다면 이런 책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새겨들을 일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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