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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식인의 독서 노트 - 책 읽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ㅣ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엄윤숙 엮고 씀 / 포럼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에도 무슨 비법이 있을까? 아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책읽는데 무슨 비법?
하지만 독서를 잘하는 방법쯤은 있지 않을까? 간서치라는 말이 있다.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이다. 책만 보는 바보.... 가만히 생각해본다. 책을 왜 볼까? 독서는 꼭 해야하는 거라고 말하지만 도대체 왜 책을 봐야만 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진리가 담겨있고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책이라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 하다.
良書가 있으면
분명코 惡書도 있을 것이기에. 어떤 이는 굳이 양서와 악서를 구분할 필요가
있느냐 하기도 하지만 책을 펴낸 이의 의도가 어떠했는지는 분명 중요해보인다. 그래서 독서의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독서...
어떻게 해야 할까?
예나 지금이나 독서는 일상생활이라고 한다. 지금도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방법론이 있는
것처럼 옛날 사람에게도 다섯 가지 방법이 있었다고 한다. 그 첫번째가
박학博學이다. 널리 배운다는 것이다. 두번째가 심문審問으로 자세히 묻는다는 뜻이고, 세번째가 신사愼思로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네번쨰는 명백하게 분별한다는 명변明辯, 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실천한다는 독행篤行이 다섯번째다. 이는 다산의 말이다. 그런데 그 뒷말이 시선을 끈다. 오늘날 독서하는 사람은 널리 배운다는 '박학'에만 집착한다는 말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이라고 뭐가 다를까 싶은 생각에 살풋 미소짓게 된다. 하지만 그로
인한 병폐를 지적하는 옛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오로지 자신만이 널리 듣고 많이 기억하며, 시나 문장을 잘 짓고
논리나 주장을 잘 펼치는 것을 자랑삼아 떠벌리면서 '세상은 고루하다'고 비웃고 다닌다... 어떤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하고 있는 말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이다.
작금의 우리가 말하는 독서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가벼운 마음으로 빨리
읽는다는 속독, 전체를 차근차근 모두 읽는다는 통독, 자세히 주의깊게 읽는다는 정독....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읽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 되었든 글속에 담겨있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논했던
연암의 말속에서 많은 것이 느껴진다. 책을 베개로 쓰지 말라, 책장을 넘길 때는 침을 바르지 말라, 그릇을 덮지 말며, 찢어진
곳이 있으면 붙여주고, 책 앞에서 하품을 하거나 기지개를 켜거나 침을 뱉지 말라 는 말은 단순히 행동만을 조심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책 한 권을 다 보기 전에는 다른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이덕무의 말도 시선을 끈다. 독서가 立身의 이치와 같으니 그 시작과 끝이
분명해야 한다는 말인데 대충 훑어보고 실증을 내어 내팽개쳐 버린다면 어리석고 거칠어 갈팡질팡 헤매게 될 것이라는
말을 허투루 듣기에는 그 울림이 강하다.
책을 공경하고 사랑하라, 시간이 갈수록 게을러지는 것이 책 읽는 일, 좋은 종이로 만든 책이라고 독서가 잘 되겠는가?, 독서에 지각생은
없다,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도 되풀이해서 생각하라, 옛사람의 학문과 책을 찌꺼기라고 하지 말라, 틈틈이 독서하는
습관, 닥치는
대로 마구 읽지 않는다, 성독誠篤, 성실하고 진실하게 읽는 것이 독서의 기준, 독서는 어른이 된 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것, 독서란 앎과 실천을 결합한 말,
어린아이에게 글을 읽힐 때 많은 분량을 강요하지
말라 와 같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 가득하다. 독서를 할때
주석과 해석을 먼저 읽지 않는다는 말이나 책을 빌려주는 일에 인색하지 말라는 말은
나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한다. 가끔씩은 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핑게로 주석과 해석을 먼저 읽었던 기억이 있는 까닭이다. 책을
빌리기도, 빌려주기도 싫어하는 내게 책 빌려주기를 인색하게 하지 말라는 말은 새삼스럽다. 독서가 학문은 아니다. 사실과 다른 책도
있다, 감추어진 진실을 알려면 야사野史를 읽어라,
마음에 와닿은 구절을 옮겨 적는다, 독서는 지혜를 더해 주지만 때로는 정신을 해치기도 한다는 말처럼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말도
많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딱히 두가지만 뽑는다면 험담하기 좋아하는 병에는 독서가 약이라는 말이 하나요, 독서는 여행을 안내하는 노정기일
뿐이라는 말이 또 하나다. 예나 지금이나 독서의 중요성은 말하는 입만 아프다. 전체적으로 딱딱한 느낌이 들어 책장을 넘기는 것이 쉽진 않았어도
끝까지 책을 놓지 않는다면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한가지 흠이라면 반복되는 내용이 있다는 것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