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팝니다 - 미시마 유키오의 마지막 고백
미시마 유키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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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황당한 소설이 있을까? 그렇지만 소설이라는 게 어차피 허구일테니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누군가가 목숨을 판다고 내 놓으면 과연 그 목숨 내가 사겠소, 하고 나서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한편으로 왠지 그런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책을 덮으면서 다시 생각한다. 삶과 죽음은 과연 어떤 차이일까? 우리는 곧잘 삶을 현실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삶은 힘든거라고.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죽음은 그렇게 늘 삶속에서 부유하지.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이 생각해 낸 죽음으로의 동기는 정말이지 뜬금없다. 불현듯 찾아온 죽음에 대한 생각이 언제, 어떻게 죽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으로 변해버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책띠에 보이는 문구, 48년 간 숨겨진 괴작 발견!.. 미시마 유키오의 마지막 고백이 솔직하게 담긴 소설이라는 말이 보인다. 숨겨진 게 아니라 발표를 하지 않고 싶었던 작품은 아니었을까?

 

잘 나가던 광고회사의 직원이 어느날 갑짜기 사표를 던지고는 이런 광고를 내걸었다. 내 목숨을 팝니다... 그런데 진짜로 그 목숨을 사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에 팔겠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도리어 가격을 높여가며 당신의 목숨을 사겠다고 말하는 사람들. 각각의 사연이 하나씩 얽히며 모두가 그 사람의 목숨을 사갔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그의 목숨은 여전히 그의 것이다. 무슨 까닭일까? 목숨을 사가는 사람들의 사연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가만히 살펴보면 사랑으로 인한 집착이 내포되어있는 것도 같고. 그가 광고를 하자 수많은 사람이 의뢰를 하고 편지를 보내온다. 누군가는 부모님께서 주신 소중한 목숨을 그렇게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되는거라는 꾸지람도 하고, 오히려 내 목숨을 사가라는 사람도 있다. 황당한 설정같은데도 이 책은 우리가 느끼는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우리가 늘 하는 말 중의 하나. 대도시의 방대한 욕구불만... 우리가 늘 느끼는 것중 하나. 인생의 무의미함, 정열의 소멸... 이런 걸 우리는 인생무상이라고 말하지. 유혹은 있되 만족은 없는 대도시.... 아하, 이거였구나!  기쁨도 즐거움도 껍처럼 씹다 보면 단박에 맛이 없어져 끝내는 길바닥에 퉤 내뱉을 수밖에 없는 허망함.. 아프게 가슴을 찌르는 말들이다. 우리에게 있어 외로움은 어쩌면 천형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어두운 밤거리로 혼자 내몰리는 우리의 주인공처럼 그렇게. 제발 나를 감옥에 가둬주세요... 절규하는 주인공처럼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거친 세상속으로 내몰린다. 진심을 나누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게 된다. 각자가 전해주는 마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그저 가상의 현실속에서만 헤매고 다니는 우리의 현실을 뒤돌아보게 된다. 내 일이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나와 상관없는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너무 짙은 화장을 한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죽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스스로 죽을수가 없어서 목숨을 팔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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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는 세계사 - 알기 쉽게 풀어쓴 단숨에 읽는 시리즈
열린역사연구모임 엮음 / 베이직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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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대한 세계사를 단 한권에? 그것도 단숨에 읽을 수 있다고? 어떻게?  일단 단숨에 읽는 세계사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한 나라의 역사도 아닌 세계사를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다니 얼마나 매혹적인가!  후루룩 책장을 넘기며 대충 살펴보는데 간단하게 요약한 주요연표와 인물탐구가 시선을 잡는다. 그야말로 정말 중요한 흐름만을 짚어낸 듯 하다. 가끔씩 보이는 세계사적 성과라는 정보를 짧게 짧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게 또 묘하게 끌린다.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는 말이다.  세계사라는 말을 들으면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하고, 그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애쓰다보면 내가 뭐하고 있는건가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세계사에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는 건 내나라의 역사때문이다. 내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세계사를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책을 펼치면 이 책이 어떻게 구성되어져있는지부터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많은 사진과 그림이었다. 글이 많지 않아도 사진이나 그림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싶을만큼. 또하나의 특징이라면 굳이 어려운 말로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려운 말이 없으니 당연히 막힘없이 책장이 넘어갈 터다. 그러나 현대인의 독서습관에 맞췄다는 말은 살짝 껄끄럽게 다가온다. 해를 더해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우리나라의 독서량을 생각나게 하는 까닭이다. 조금은 씁쓸한 현실이기는 하다. 시작은 당연히 선사시대부터다. 인류의 시작이 있었고, 또 어딘가에서 문명은 태동되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나일강,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황하강을 끼고 잉태되었던 인류문명의 흔적을 따라 세계사를 짚어준다. 강력한 제국이 출현하고, 서로가 서로를 집어삼키기 위한 각축전도 숨가쁘게 진행된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자본주의가 들어서면서 변화에 발맞춰가는 세계사의 흐름을 보면 역시 생존경쟁은 치열할 수 밖에 없는거구나 싶기도 하고.

 

장구한 유대인의 역사를 보면서 정말 대단한 민족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어이없이 사라지게 된 마야나 아즈텍, 잉카문명이 또한번 아쉬움을 남긴다. 페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통해 보여지는 스파르타의 전설,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앴었다는 몽골의 칭기스칸 이야기는 다시봐도 재미있다. 그러나 볼 때마다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있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말이 손쓴 사람, 곧선사람, 슬기사람 등으로 바뀐 것이 그렇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기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말을 바꿔서 이중으로 기억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의아심이 드는 부분은 이것외에도 참 많이 보인다.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뭐, 그냥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어찌되었든 어설프게 알고 있던 상식을 제대로 알게 되어 좋았던 부분도 많았다. 이것저것 찾아가면서 읽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그런대로 많은 도움이 된 듯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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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
마크 월린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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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트라우마가 그대로 아이의 트라우마가 되고 아이의 행동이나 정서 문제는 부모의 문제를 거울처럼 반영한다.( -63쪽)

책의 제목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트라우마가 유전된다고? 설마!  책을 읽으면서 왜 저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늘 들어왔던 말인데 뭔가 다른 게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제목이기는 했다. 심리분야에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누구나 자기 안에 아이를 품고 있다고. 그 아이와 화해를 하고 그 아이와 함께 할때 마음속의 어둠과 불안이 어느정도는 해소될 수 있는거라고. 그렇다면 그 아이의 존재는 누구일까? 바로 자기 자신이다. 어린시절의 자아다. 어린시절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상처를 입고 숨어버린 자아의 내면이라는 것이다. 가슴 깊숙히 숨겨놓은 자아와 마주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건  많은 사람에게 아마도 생각보다 힘겨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오래전 내 부모, 조부모로부터 시작되어져 내게로까지 전이되어져 온 것이 지금의 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다지 틀린 말도 아닌 듯 하다. 너무 깊이 각인된 트라우마를 가슴에 안고 사는 내 자신과 마주서고 싶어 관심을 갖게 된 책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다가오는 느낌이 없어 당혹스러웠다. 내내 공감한다고 생각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도 끝내 그 답답함을 풀지 못했다. 아무래도 좀 더 신중하게 다시한번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트라우마 반복'이 언제나 원래 사건을 정확히 복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컨대 어느 집안에서 누군가가 범죄를 저질렀는데 후대에 태어난 사람이 스스로 깨닫지도 못한 채 죗값을 대신 치르기도 한다. ( -82쪽)

우리는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생기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 "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 아이구,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라고. 주변에서, 아니 나조차도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 중의 하나다. 부모가 덕을 쌓으면 자식대에 복을 받는다거나, 부모가 못된 짓을 하면 자식을 생각하면 저러면 안되지, 라는 말도 심심찮게 하곤 한다. 그렇다면 정말 그런 일이 생겨날까? 복을 받았다는 말보다는 자식이 죗값을 대신 치루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다. 그만큼 착하게 살라는 말인 줄 알았더니 과학적으로 증명되어진 사실이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실례를 이 책속에서 볼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先代의 경험인자가 후손에게까지 그대로 유전된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더구나 그것으로 인해 후대의 행복이나 불행까지도 좌우될 수 있다니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탓이라는 말이 느닷없이 떠오른다. 왜지?

 

우리는 무의식의 영역에 놓아 둔 자기 상처를 건드리는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 -287쪽)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아픔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린다. 어린시절에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정에 약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어린시절에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을 주고받는 것에 서툴다. 그렇게 따지고보면 상처를 건드리는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한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그러나 그 반대로 생각할수도 있다. 상처를 준 사람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과는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어느쪽이 더 나은지는 알 수 없겠으나 책속에서는 상처를 건드리는 사람을 선택함으로써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으니 전자를 그다지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혹여 그 상처가 덧날까 걱정스러운 까닭이다. 그렇다면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새로운 경험을 몸에 새기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치유의 문장을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트라우마의 원인부터 그것을 알아내고 치유하기 위한 노력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지만 그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개선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음~ 역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듯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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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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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역사추리 소설이라는 말을 인정한다. 그만큼 몰입도가 있다는 말이다. 서서히 빠져드는 묘미가 있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야 겨우 범인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씨줄과 날줄이 교묘하게 얽혀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러면서 과연 책속의 주인공은 그 난관을 어찌 빠져나갈까 싶어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마지막까지 읽고나서야 송자가 누구인지, 이 책의 배경은 또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宋慈는 1186년 중국 푸젠성의 젠양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교육에 집착했다. 아버지의 기대에 따라 의학과 법학, 범죄학 수강한 후 과거 진시에 급제했고 저장성의 행정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 직책에 부임하지 못하고 말았다는 소개글이 보인다. 평생을 법의학 연구와 분석에 바쳤으며 그가 도입했던 혁신적인 기법이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고 하니 보통 인물은 아니었던 듯 하다. 인류 역사상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법의학 서적인 <세원집록>이 그의 작품이라 한다. 세원집록... 찾아보니 중국 송나라 송자가 편찬하여 1247년에 간행된 법의학서라고 나온다.  宋이전의 법의학 지식을 총정리하여  펴냈는데 檢屍, 사상자의 판별, 죽음에 이르도록 한 藥과 毒物등을 소개하였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법의학에 관한 것은 근대 과학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宋慈와 그의 저서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의 역사속에서 宋代 는 문학도 그렇지만 여러가지 산업과 기술이 발달한 시기였다. 북송과 남송의 시대를 거쳐 나침반이나 화약이 실용화되어 그 우수성이 증명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니 당연히 화약과 화기의 제조 기술도 발전했다. 책속의 배경이 바로 그 시기인듯 하다. 이야기는 막힘없이 긴박하게 흘러간다. 도망자 신세가 되어 숱한 고난을 거치면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가족을 모두 잃고, 자신의 삶마져 바람앞의 등불같은 처지에 놓여있을 때에도 그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자신을 옭가매는 사건의 진실을 추리하는 주인공의 가쁜 호흡이 내내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이분법적으로 말해 세상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고,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를 궁지에 몰아넣는 사람도 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누군가를 시기하여 모함을 하는 일 역시 삶의 한 단면이다. 그런 모든 과정을 우리는 겪어낸다. 그리고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수많은 판단과 선택을 요구하며 그 판단과 선택의 결과로 기뻐하거나 후회를 하거나...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중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이름만큼은 실명이라고 했다. 팩션이다. 역사적인 사실에 허구를 붙여 만들어낸 이야기. 그러나 책속의 배경은 결코 허구가 아닌 듯 하다. 팩션이라고는 하지만 앞서 말했던 송자라는 사람의 삶과 宋이라는 시대배경이 사실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중국 역사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전설처럼 전해져내려오는 악비의 이야기는 많은 걸 시사한다.

 

가끔 이렇게 몰입도가 강한 책을 만나게 되면 알수없는 흥분이 나를 찾아온다.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며 숨고르기를 하고, 주인공을 따라가며 범인을 유추해보는 시간이 재미있다. 범인을 미리 알려주고 시작하는 형식이어도, 기가막힌 반전으로 범인을 드러내는 형식이어도 탄탄한 구도를 갖추고 있는 추리소설이라면 그 맛은 오래도록 기억되게 마련이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세상의 진리중 하나는,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사람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게는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는다. 아니라고?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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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는 곳간, 서울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동서남북 우리 땅 4
황선미 지음, 이준선 그림 / 조선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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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황선미라는 작가의 이름이었다. 저작권 문제로 한동안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작가이기도 했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동화가 남긴 여운이 상당히 강했던 까닭이기도 했다. 그사람은 서울이란 곳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우리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도 익숙한 곳이기에 서울쯤이야, 하는 착각에 빠져 지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과는 밀접한 관계를 지닌 도시가 서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서울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닌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던 곳에서 뜻밖의 이야기와 마주치기도 한다. 서울의 역사는 깊다. 그리고 넓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너무 쉽게 피상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원이 이런 책을 세상에 나오게 했을까? 아니면 그냥 서울에는 이런 곳도 있어요, 라고 안내를 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어찌되었든 이 책은 단편적이나마 서울이란 도시에 대해 다시한번 짚어주고 있다. 만약 서울을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친절한 안내서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골목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 보인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골목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서울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얼마전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의 도시 서울은 어째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수 없는 것인지 무척이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순간이기도 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것만이라도 지켜내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앞선다. 좀 더 다양한 곳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책인 듯 싶어 욕심을 버린다.

 

새롭게 알게 된 서울의 역사가 흥미를 끈다. 서울 최초의 상설시장이라는 남대문시장은 사실 조선시대의 칠패시장이 대한제국이 도로를 정비하면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상인들이 남대문시장의 상권을 휘어잡자 한국인들이 자본을 모아서 역시 조선시대의 배오개시장이 있던 자리에 동대문시장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동대문시장은 그렇게 일제의 힘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말이다. 알고자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진즉에 알았을 것을 이제사 알게 된다. 그건 그렇다해도 우리가 흔히 쓰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란 말은 일제강점기의 잔재인 까닭에 이제부터라도 숭례문이나 흥인지문으로 올바르게 불러주어야 한다. 서울성곽을 한양도성으로 바꿔 부르는 것처럼. 시장이름까지야 어쩔 수 없다해도 중요한 문화재의 이름만큼은 제대로 불러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하는 말이다.

 

오래전부터 서울말이 있었다는 말은 자주 들었었다. 서울사투리... 얼핏 생각하기에 서울말이 표준어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의외로 서울사투리는 내 주변에서 흔하게 들려왔던 말이었음을 알게 되고 웃음이 났다. 계란을 겨란, ~같이를 ~겉이, ~하고를 ~허구, 네가를 니가, 만들다를 맨들다, ~부터를 ~부텀, 얼마나를 을매나, 가위를 가우로... 이런 말들이 서울사투리였다는 건 처음 알았다. 그런데 계단을 가우당이라고 하는 것은 사투리가 아니라 일제의 잔재로 보여진다. 가만히 읉조려보니 서울사투리라는 게 왠지 귀여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저러나 작금의 서울에는 서울토박이가 그다지 많지않을터이니 아마도 머지않은 시간에 서울사투리 역시 사라지는 문화의 대열에 서게 될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각설하고, 서울은 넓다. 갈 곳도 많은데 몰라서 못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친절한 안내서다. 서울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물론 이런 책을 벗삼아 알고 가는 발걸음이라면 더욱 더 재미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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