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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는 곳간, 서울 ㅣ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동서남북 우리 땅 4
황선미 지음, 이준선 그림 / 조선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황선미라는 작가의 이름이었다. 저작권 문제로 한동안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작가이기도 했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동화가 남긴 여운이 상당히 강했던 까닭이기도 했다. 그사람은 서울이란 곳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우리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도 익숙한 곳이기에 서울쯤이야, 하는 착각에 빠져 지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과는 밀접한 관계를 지닌 도시가 서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서울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닌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던 곳에서 뜻밖의 이야기와 마주치기도 한다. 서울의 역사는 깊다. 그리고 넓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너무 쉽게 피상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원이 이런 책을 세상에 나오게 했을까? 아니면 그냥 서울에는 이런 곳도 있어요, 라고 안내를 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어찌되었든 이 책은 단편적이나마 서울이란 도시에 대해 다시한번 짚어주고 있다. 만약 서울을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친절한 안내서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골목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 보인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골목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서울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얼마전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의 도시 서울은 어째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수 없는 것인지 무척이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순간이기도 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것만이라도 지켜내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앞선다. 좀 더 다양한 곳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책인 듯 싶어 욕심을 버린다.
새롭게 알게 된 서울의 역사가 흥미를 끈다. 서울 최초의 상설시장이라는 남대문시장은 사실 조선시대의 칠패시장이 대한제국이 도로를 정비하면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상인들이 남대문시장의 상권을 휘어잡자 한국인들이 자본을 모아서 역시 조선시대의 배오개시장이 있던 자리에 동대문시장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동대문시장은 그렇게 일제의 힘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말이다. 알고자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진즉에 알았을 것을 이제사 알게 된다. 그건 그렇다해도 우리가 흔히 쓰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란 말은 일제강점기의 잔재인 까닭에 이제부터라도 숭례문이나 흥인지문으로 올바르게 불러주어야 한다. 서울성곽을 한양도성으로 바꿔 부르는 것처럼. 시장이름까지야 어쩔 수 없다해도 중요한 문화재의 이름만큼은 제대로 불러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하는 말이다.
오래전부터 서울말이 있었다는 말은 자주 들었었다. 서울사투리... 얼핏 생각하기에 서울말이 표준어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의외로 서울사투리는 내 주변에서 흔하게 들려왔던 말이었음을 알게 되고 웃음이 났다. 계란을 겨란, ~같이를 ~겉이, ~하고를 ~허구, 네가를 니가, 만들다를 맨들다, ~부터를 ~부텀, 얼마나를 을매나, 가위를 가우로... 이런 말들이 서울사투리였다는 건 처음 알았다. 그런데 계단을 가우당이라고 하는 것은 사투리가 아니라 일제의 잔재로 보여진다. 가만히 읉조려보니 서울사투리라는 게 왠지 귀여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저러나 작금의 서울에는 서울토박이가 그다지 많지않을터이니 아마도 머지않은 시간에 서울사투리 역시 사라지는 문화의 대열에 서게 될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각설하고, 서울은 넓다. 갈 곳도 많은데 몰라서 못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친절한 안내서다. 서울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물론 이런 책을 벗삼아 알고 가는 발걸음이라면 더욱 더 재미있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