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 일, 사랑, 관계가 술술 풀리는 40가지 심리 기술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김한나 옮김 / 유노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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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투의 심리학이라는 말은 상당히 매혹적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당신이 이렇게만 말한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뭐 그런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중에 귀가 둘인 것은 많이 들으라는 것이고, 필요없는 말은 아끼라고 입이 하나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도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인기가 있다고 하니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옮긴이의 말에 공감한다. 아무 생각없이 뱉어낸 말이 상대방에게 혹은 나에게 상처가 된 적이 있으니 우리가 말투만 바꿀 수 있다면 그런 상처가 줄어들지 않을까, 라는... 사실 책속의 내용이 특별할 것은 없다. 늘 들어왔던 말이다. 자기계발이나 처세를 위한 하나의 방법도 될 수 있는 말하기의 법칙들이 정리되어져 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여전히 나는 이런 주제에 목말라하고 있었음을 다시한번 알게 된다.

 

마치 영업사원을 위한 지침서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도 그럴것이 인생은 세일즈의 연속이다. 모든 삶의 순간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말하면 상대에게서 '예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어떻게 말하면 내가 원하는 상대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말하면 내가 바라는대로 상대를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말하면 하고자하는 일이 술술 풀리게 되는 것일까... 말 역시 고도의 심리학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닌 듯 보여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을 지금껏 나는 놓치고 살았던 거구나,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주제가 되기보다는 상대방을 주제로 내세워서 말하는 방법이라든지, 은근슬쩍 숫자나 통계를 주입하여 이야기 하는 방법, 직접 말하기보다는 제3자의 입을 통해 전달하는 방법, 사람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청개구리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 하나의 부탁을 두단계로 나누어서 하는 방법 등등... 읽다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을 실천하기가 왜 그리도 어려운 것인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한마디 말을 입밖으로 내놓기까지 세번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말을 되새기게 된다. 오죽했으면 혀를 입속의 칼이라고 했을까. 상대방의 말투때문에 가슴시렸던 적이 많았다. 혹시나 내 말 한마디가 상대방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았을까 되돌아본 적도 많았다. 아니, 때로는 일부러 마음을 아프게 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말의 무게를 절감하게 된다.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어느 순간 호감가는 사람으로 바뀌어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말투 하나 바꿈으로 인해 인생이 바뀔 수 있다면 한번쯤 도전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모든 것의 정답은 易地思之에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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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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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앞에서 눈물 한방울조차 흘리지 않았던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책장을 덮고 난 지금 울지 않았던 게 아니라 울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사람들은 가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의 기억에서 잊혀진다는 건 슬픈 일이라고. 그래서 나를 잊지않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면 상당히 이기적인 말인데도 우리는 항상 그렇지. 상대방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모순을 어찌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아내의 죽음앞에서 눈물 한방울조차 흘리지 않았던 그 남자 사치오. 아내가 죽고나서야 사람이 살아간다는 의미에 대해 다시생각하는 계기가 찾아오고, 그가 갖지 못했던 일상적인 삶의 방식들이 그의 곁에 머물기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그는 알았을 것이다. 산다는 게 이런거였구나, 어쩌자고 나는 이토록이나 쉬운 것들을 하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것일까?

 

톨스토이가 말했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라고.  온 세상이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믿을 수 있는, 만리길 나서는 길 妻子를 내맡겨도 마음 놓을 수 있는,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느냐고 우리의 시인 함석헌도 묻고 있지만 과연 그말에 온전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세잎클로버의 행복보다도 네잎클로버의 행운만을 찾아헤매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서글펐다. 과연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 과연 내게는 그런 사람이 있는가...

 

모든 걸 볼 수 있는 건 아니야. 무언가를 선택하면 무언가를 잃게 되거든. 훗날 자신이 원해서 거머쥔 것들의 가치조차 희미해질 무렵에는 알게 돼. 자신이 얕잡아 본 것들 가운데 실은 거대한 세계가 있었다는 걸. 어차피 별 거 아니겠지 하고 우습게 여긴 거.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려다 보이는 세계를 잃어버리는 거지. (-165)  사치오가 아내를 잃고 자신의 삶을 하나씩 느껴가면서 뱉어냈던 저 말이 이내 가슴속을 파고 든다. 그가 알고 있었던 것은 단지 나쓰코라는 이름뿐, 함께 했던 그녀와의 일상이 그에게는 단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걸. 그녀가 입었던 옷이 어떤 스타일이었는지, 그녀가 무엇을 보며 웃었는지, 그녀가 나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는 어떤 것이었는지... 그 남자 사치오는 아내 나쓰코가 죽은 후에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가식적인 표정으로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자 노력했었다. 적어도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는 그렇게 하찮은 것에 흔들리는 사람은 아니어야 했기에. 하지만 예기치못했던 요이치 가족과의 만남은 그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도대체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왜 우리는 소중한 것들에게 상처를 주는 건지. 눈에 보이는 신호를 무시하고, 잡았던 손도 놓아버리고. 언제나 기회를 날려버리죠. 왜 이렇게 맨날 헛발을 디디고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지. 책을 읽어도 돈을 벌어도 전혀 현명해지지를 않으니. 언제까지 이런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건지. (-284)  결국 모든 걸 쏟아내며 절규하던 사치오의 눈물은 그렇게 힘겨운 회한을 불러왔다. 우리는 왜 모든 걸 잃고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일까?  이 소설은 같은 사고로 아내를 잃었던 요이치 가족과 그들 가족안에서 또 한명의 가족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사치오의 일상을 그렸다. 거기에 그들을 바라보는 他者의 시점을 빌어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지금 당신의 곁을 지켜주고 있는 그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을 잊지 말라고. 동명의 영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 영화를 한번 찾아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살고 있으니까, 살아라'

그렇게 간단한 일일까 하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런 건지도 모르지.

그 사람이 있으니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 사람'이 누구에게든 필요해.

살아가기 위해, 마음에 두고두고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그런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군.

他者가 없는 곳에는 인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생은 他者라고.

죽은 당신이 내게 '그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드는군. 이미 늦었나. (-325)

저 문장들에게 마음을 빼앗겼었다. 어디선가 저 문장을 읽으면서 저 책은 꼭 읽어봐야지 했었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늦지 않았기를... 나만큼은 자신있게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서 두고두고 생각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기를...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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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령군 - 조선을 홀린 무당
배상열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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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도 아닌 한사람의 백성이 역사속에 이름을 남긴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단 한번, 단 한줄이라 할지라도 역사에 기록된다는 건 그 시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될 터다. 그것도 일상속에서가 아닌 관료층에서 말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진령군이라는 사람은 아마도 대단한 사람이었을 게 분명하다. 그 대단함이라는 게 본인이 잘나서 그러할수도 있겠으나 잘나지 못했으나 그렇게 잘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누군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잘난 사람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 방대한 역사속에서 후세에 평가되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의미로 남아야 하는가를. 하지만 후세의 사람들이 그 시대에 살지 않았으니 시절의 입맛에 맞춰 함부로 평가를 할 일도 아니다. 단언컨데, 라는 말이 있다. 역사를 평가함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도 단언을 해서는 안될 듯 싶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어디 그런 걸 허용하기나 할까? 마치 자신만이 세상의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커다란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이다. 책장을 넘기면서도 어지럽고 시끄러운 세상속에서 누구하나 생각하려 들지 않는 昨今의 현실을 개탄하는 것처럼 들려 책을 읽는 내내 뒤가 켕겼다.

 

책제목으로 주인공처럼 등장한 진령군은 그야말로 미천한 무당이었다. 임오군란으로 인해 피신해 있던 명성황후에게 환궁할 수 있을거라는 단 한마디의 말로 모든 것을 틀어쥐게 되는 인물이 바로 진령군이다. 조선 역사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군호를 받은 무당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진령군이 아니라 그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었던 지배층을 향하고 있다. 망국의 역사를 쓰고 있으면서도 오로지 저 자신의 안위와 권력만을 탐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허세를 진령군을 통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도 그럴것이 참으로 방대한 역사적 사실들이 서술되어져 있으며, 그 역사적 사실들이 몰고 왔던 수많은 진실이 적나라하게 파헤쳐지고 있다. 昨今의 현실과 딱 맞아 떨어지는 책의 주제가 참으로 의뭉스럽다. 누가봐도 오호, 그 애기군! 싶은 느낌을 팍팍 풍기고 있지만 조금만 더 집중한다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진령군이 아니라는 걸 눈치챌 수 있다. 위정자들이여, 각성하라!

 

역사속에서 되살려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일까? 라는 주제가 크게 부각되어졌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탕으로 깔려져야 했던 시대적인 배경을 무시한 질문이었기에 그다지 현실성은 없던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역사가 좀 더 멋지고 현명한 선택을 했었더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昨今의 현실이 좀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라는 욕심이 그 질문속에서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시대적인 배경과 어우러지는 인물로 누군가를 다시한번 바라보는 시선은 이 책이 남겨준 또하나의 좋은 느낌이다. 황현의 <매천야록>이 책의 말미에 보인다. 황희의 후손이라는 황현은 청춘이 시작되는 시기에 이 나라가 열리는 것을 보았으며 임오군란이나 갑신정변, 갑오경장을 함께 겪었다. 그리고 나라의 멸망을 슬퍼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인물이다. 1864년부터 1910년까지 47년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서술해  근대사 연구에 아주 귀중한 자료라는 그 책... 그 책을 다시한번 읽어봐야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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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석을 따라 경성을 거닐다 - 잃어버린 역사의 현장에서 100년 전 서울을 만나다 표석 시리즈 1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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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서술은 붓과 발로 이루어진다... 책표지 뒷면에 쓰인 역사가 이덕일의 말이다. 하지만 그 역사의 현장을 발로 찾는게 마음처럼 쉽진 않다. 서울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수없이 많은 표석을 봤다. 그리고 생각했었다. 이 표석들에게 어울리는 이야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표석만을 따라가며 배울 수 있는 역사가 우리 곁으로 찾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이 책을 지은 사람들이 전국역사지도사모임이라고 한다. 뜻깊은 일을 했다. 언제가는 나올 주제였지만 더 늦기전에 나와 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구석구석 많이도 찾아다녔다고 생각했었는데 가보지 못한 곳도 눈에 띄었다.  오래전 남한강 줄기를 따라 폐사지 답사를 한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공간에서 塔과 碑만으로 그곳을 상상한다는 게 그리 녹녹치않은 일이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다. 어쩌면 내 나름대로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까닭으로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우리에게 잊혀져가는 역사는 얼마나 많은가. 역사가 이덕일의 말처럼 이 책을 들고 잊혀지고 지워진 역사를 되찾는 길에 다시한번 동참해보고 싶은 욕심이 인다. 이야기의 깊이감이 예사롭지 않다.

 

연인들이 가위 바위 보를 하며 한단씩 올라가던 남산의 그 계단은 드라마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 계단이 일제가 우리의 정신을 말살시키기 위해 지었던 조선신궁으로 오르던 계단이었다는 걸 알고 있는지... 나 어릴적에는 단성사, 국도극장, 명보극장, 피카디리와 같은 곳으로 영화를 보러 갔었다. 그러나 지금은 볼 수 없는 곳이다. 너무나도 빠른 변화의 흐름에 밀리고 밀려 떠내려가고 만 근대사의 한 장면일 뿐이다. 과거와 공존할 길을 찾지 못했던 우리의 욕심이 불러온 결과다. 지금은 탑골공원이라고 하지만 예전에는 파고다 공원이라 불렸던 곳에 원각사지 십층 석탑이 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 몇이나 되려는지. 어쩌다 노인들의 공간으로 변해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그곳에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가 의외로 많다. 유리상자안에 갇혀있는 원각사지 십층 석탑의 아름다움이, 삼일만세운동의 숨결이 거기에 있다.

 

39개의 표석을 따라가며 12가지 주제로 듣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토 히로부미, 이노우에 가오루, 데라우치 마사타케, 하세가와 요시미치, 미나미 지로, 사이토 마코토, 고이소 구니아키 라는 이름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예장동 통감부터를 안내해주시던 분이 단호하게 말씀하시던 기억이 난다. 거기에 나는 또하나의 이름을 첨가했었지. 가루베 지온...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 많은 역사의 현장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그랬다면 우리의 서울도 터키의 이스탄불처럼 거대한 박물관이 되지 않았을까? 오늘은 왠지 그런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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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중간의 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정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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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본다는 게 그토록 힘든 일일까?  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과연 진정으로 입장을 바꿔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그래, 이해해... 라고 말하지만 도대체 뭘, 얼마나, 어떻게 이해한다는 뜻일까?  우스개소리같지만 겪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라는 소리도 있다. 그런데 사실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겪어본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걸 쉽게 알 수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도 뻔한 교과서적인 이론만을 들이대며 마치 나도 다 알고 있다는 양 너무 쉽게 말을 하고 행동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뇌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어하며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사람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말이나 행동이 우선적일 터다. 그리고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상대방이 더 많이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주기를 바랄 것이다. 얼마전에 보았던 영화 한편이 생각난다. 비행기가 강물위에 불시착할 수 밖에 없었던 기장의 상황에 대해 이론적인 잣대만 들이대며 컴퓨터를 이용해 가상실험을 해 본 결과 잘못된 판단이었으니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아무도 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기장을 이렇게 말했었다. 거기에는 인간적인 면이 빠져있다고. 단 30초만 인간이 고뇌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해 준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나 지식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논리인가를 깨닫게 해 주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이 책속에서 아이를 죽였다는 젊은 엄마를 대하는 세상의 태도 역시 그런 늪에 빠져있다.

 

섬세하고 세세한 표현때문인지 조금은 지루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한 아이의 엄마로써,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써 겪어내야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책속에 녹아 있었다. 여자라면, 그리고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음직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음에도 어느새 몰입하고 있는 나를 보고야 말았다. 어느날 갑짜기 재판원으로 선출되어 생후 8개월 된 딸을 물받은 욕조에 떨어뜨려 죽게 한 삼십대 여자의 재판과정을 직접 보게 된 리사코. 정식 재판원도 아닌 보충 재판원이었음에도 리사코는 묘하게 그 여자에게서 자기 자신을 보게 된다. 그 여자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마치 자신의 일이었던 양. 한번두번 재판일정이 지나감에 따라 리사코의 일상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증인의 말과 그 주변의 상황들에게서 기시감을 느끼는 자신을 돌아보며 당황스러워하는 리사코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이건 뭐지? 공감이다!  리사코의 불안한 상황이 마치 내 상황인양 그렇게. 우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기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돌아보라,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금새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니... 부부라는 이유로, 형제자매라는 이유로, 부모자식이라는 이유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알지 못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흔히들 말한다. 행복은 커다란 것으로부터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하는거라고. 그러나 우리는 어찌 된일인지 그 작고 사소한 것들을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그 말 한마디를 얼마나 아끼며 살아가고 있는지. 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던 작가의 의도가 의미심장하다. 쉽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속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행여라도 나의 감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함부로 말하고 있지는 않느냐고. 말을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그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조차 진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혹여라도 내 멋대로 해석하고 내 멋대로 오해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은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수가 없다. 그 한마디의 말이 때로는 화살처럼 상대방의 가슴에 깊숙히 박혀 평생의 트라우마로 존재할 수도 있는 일이다. 작가의 섬세한 표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세세한 표현 앞에서 어쩌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문장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면 그 지루함은 금새 백퍼센트의 공감대를 불러오지 않을까 싶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문장들이 참으로 아프게 다가왔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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