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중간의 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정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본다는 게 그토록 힘든 일일까?  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과연 진정으로 입장을 바꿔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그래, 이해해... 라고 말하지만 도대체 뭘, 얼마나, 어떻게 이해한다는 뜻일까?  우스개소리같지만 겪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라는 소리도 있다. 그런데 사실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겪어본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걸 쉽게 알 수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도 뻔한 교과서적인 이론만을 들이대며 마치 나도 다 알고 있다는 양 너무 쉽게 말을 하고 행동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뇌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어하며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사람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말이나 행동이 우선적일 터다. 그리고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상대방이 더 많이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주기를 바랄 것이다. 얼마전에 보았던 영화 한편이 생각난다. 비행기가 강물위에 불시착할 수 밖에 없었던 기장의 상황에 대해 이론적인 잣대만 들이대며 컴퓨터를 이용해 가상실험을 해 본 결과 잘못된 판단이었으니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아무도 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기장을 이렇게 말했었다. 거기에는 인간적인 면이 빠져있다고. 단 30초만 인간이 고뇌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해 준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나 지식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논리인가를 깨닫게 해 주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이 책속에서 아이를 죽였다는 젊은 엄마를 대하는 세상의 태도 역시 그런 늪에 빠져있다.

 

섬세하고 세세한 표현때문인지 조금은 지루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한 아이의 엄마로써,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써 겪어내야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책속에 녹아 있었다. 여자라면, 그리고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음직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음에도 어느새 몰입하고 있는 나를 보고야 말았다. 어느날 갑짜기 재판원으로 선출되어 생후 8개월 된 딸을 물받은 욕조에 떨어뜨려 죽게 한 삼십대 여자의 재판과정을 직접 보게 된 리사코. 정식 재판원도 아닌 보충 재판원이었음에도 리사코는 묘하게 그 여자에게서 자기 자신을 보게 된다. 그 여자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마치 자신의 일이었던 양. 한번두번 재판일정이 지나감에 따라 리사코의 일상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증인의 말과 그 주변의 상황들에게서 기시감을 느끼는 자신을 돌아보며 당황스러워하는 리사코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이건 뭐지? 공감이다!  리사코의 불안한 상황이 마치 내 상황인양 그렇게. 우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기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돌아보라,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금새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니... 부부라는 이유로, 형제자매라는 이유로, 부모자식이라는 이유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알지 못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흔히들 말한다. 행복은 커다란 것으로부터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하는거라고. 그러나 우리는 어찌 된일인지 그 작고 사소한 것들을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그 말 한마디를 얼마나 아끼며 살아가고 있는지. 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던 작가의 의도가 의미심장하다. 쉽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속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행여라도 나의 감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함부로 말하고 있지는 않느냐고. 말을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그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조차 진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혹여라도 내 멋대로 해석하고 내 멋대로 오해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은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수가 없다. 그 한마디의 말이 때로는 화살처럼 상대방의 가슴에 깊숙히 박혀 평생의 트라우마로 존재할 수도 있는 일이다. 작가의 섬세한 표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세세한 표현 앞에서 어쩌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문장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면 그 지루함은 금새 백퍼센트의 공감대를 불러오지 않을까 싶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문장들이 참으로 아프게 다가왔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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