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령군 - 조선을 홀린 무당
배상열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별 것도 아닌 한사람의 백성이 역사속에 이름을 남긴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단 한번, 단 한줄이라 할지라도 역사에 기록된다는 건 그 시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될 터다. 그것도 일상속에서가 아닌 관료층에서 말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진령군이라는 사람은 아마도 대단한 사람이었을 게 분명하다. 그 대단함이라는 게 본인이 잘나서 그러할수도 있겠으나 잘나지 못했으나 그렇게 잘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누군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잘난 사람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 방대한 역사속에서 후세에 평가되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의미로 남아야 하는가를. 하지만 후세의 사람들이 그 시대에 살지 않았으니 시절의 입맛에 맞춰 함부로 평가를 할 일도 아니다. 단언컨데, 라는 말이 있다. 역사를 평가함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도 단언을 해서는 안될 듯 싶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어디 그런 걸 허용하기나 할까? 마치 자신만이 세상의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커다란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이다. 책장을 넘기면서도 어지럽고 시끄러운 세상속에서 누구하나 생각하려 들지 않는 昨今의 현실을 개탄하는 것처럼 들려 책을 읽는 내내 뒤가 켕겼다.

 

책제목으로 주인공처럼 등장한 진령군은 그야말로 미천한 무당이었다. 임오군란으로 인해 피신해 있던 명성황후에게 환궁할 수 있을거라는 단 한마디의 말로 모든 것을 틀어쥐게 되는 인물이 바로 진령군이다. 조선 역사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군호를 받은 무당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진령군이 아니라 그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었던 지배층을 향하고 있다. 망국의 역사를 쓰고 있으면서도 오로지 저 자신의 안위와 권력만을 탐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허세를 진령군을 통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도 그럴것이 참으로 방대한 역사적 사실들이 서술되어져 있으며, 그 역사적 사실들이 몰고 왔던 수많은 진실이 적나라하게 파헤쳐지고 있다. 昨今의 현실과 딱 맞아 떨어지는 책의 주제가 참으로 의뭉스럽다. 누가봐도 오호, 그 애기군! 싶은 느낌을 팍팍 풍기고 있지만 조금만 더 집중한다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진령군이 아니라는 걸 눈치챌 수 있다. 위정자들이여, 각성하라!

 

역사속에서 되살려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일까? 라는 주제가 크게 부각되어졌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탕으로 깔려져야 했던 시대적인 배경을 무시한 질문이었기에 그다지 현실성은 없던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역사가 좀 더 멋지고 현명한 선택을 했었더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昨今의 현실이 좀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라는 욕심이 그 질문속에서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시대적인 배경과 어우러지는 인물로 누군가를 다시한번 바라보는 시선은 이 책이 남겨준 또하나의 좋은 느낌이다. 황현의 <매천야록>이 책의 말미에 보인다. 황희의 후손이라는 황현은 청춘이 시작되는 시기에 이 나라가 열리는 것을 보았으며 임오군란이나 갑신정변, 갑오경장을 함께 겪었다. 그리고 나라의 멸망을 슬퍼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인물이다. 1864년부터 1910년까지 47년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서술해  근대사 연구에 아주 귀중한 자료라는 그 책... 그 책을 다시한번 읽어봐야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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