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화분에서도 꽃은 핀다.
이미 깨져버린 화분속에는 그리 많은 흙도, 그리 많은 물도 없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보란 듯이 꽃을 피워냈다.
기지개를 켜며 한껏 자신의 화사함에 도취되었다.
햇살도 피해가는 저 미소앞에 나는 잠시 멈춘다.
숨을 쉬지 못한다.
사람은...
사람은...
왜 저리도 아름다운 아픔을 알지 못하는가..
사랑인들 뭐 다를까?
버려진 마음속에서도 사랑은 늘 피어난다.
사랑이 끝났다고 느끼는 순간
어쩌면 새로운 사랑은 다시 잉태되어질 것이다.
밤새 내려준 빗방울이 잠시 멈춰선 까닭은
저 꽃들의 미소에 화답함이리라..
저 먼곳으로부터 나의 이름 부르는 이 있어
나의 사랑도 아직은...
진행중인가 보다...

처음, 버려진 화분속의 저 꽃을 바라보았을 때 알 수 없는 희열이 있었다. 이제는 화려했던 그 시간이 가버리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아니 어쩌면 저토록 화려했던 순간이 원래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언제부터인가 내가 느끼는 시간들이 화려함으로 채색되어지길 바랬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내게 머무는 모든 순간들이 저렇게 보기 좋았으면 했던 것 같다. 현실은... 그렇게 오지랍이 넓지 못한데도 나는 늘.. 그렇게 세상을 향해, 삶을 향해 넓은 이해와 포용만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려놓지 못하는 등짐을 지고 시지프스처럼 그렇게 내가 오르는 일상의 언덕.. 그 언덕위에 혹은 아래에 내가 모르는 나만의 꽃들도 저렇게 꽃을 피워내고 있을까? 알.수.없.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