おけんきですか...

많이 회자되어지던 말이다. 일전에 모 방송프로에서 남자배우가 강 저편을 보며 외쳐대던 장면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일본영화에 대한 느낌이 참 좋아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보고 있지만 이 영화는 나와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음 깊숙한 곳의 감성까지 찾아가 울림을 주는 그 느낌이 참 좋아서 보기 시작했던 일본영화는 책으로 본 것은 어지간하면 영화로 다시 보지 않는다는 나만의 규칙을 깨뜨리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을만큼 다가오는 느낌들이 참 좋았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려내는 그 감각이 좋았던 영화도 있었고 사랑을 너무 몽환적으로 그려주지 않아 어쩌면 다가가기 편했던 영화도 있었던 것 같다.

이 영화..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이 대부분 좋았기에 그에 못지않게 나의 기대감도 컸을 것이다. 사랑했던 연인을 그리워하는 한 여자가 눈속을 헤쳐나오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한 여자의 사랑보다는 그 사랑을 잉태하기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는 구성인 듯 하다. 겨울 산에서 조난당해 죽어야 했던 약혼자를 못내 잊지 못하던 여자는 그의 추모식날 옛연인의 집 앨범속에서 그의 옛주소를 알게 되지만 지금은 국도가 되어버렸다는 말에 아쉬워한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그곳으로 편지를 보냈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되돌아오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예의같은 건 아니었을까?  이미 없어져버린 주소로 안부를 묻는 편지를 보내야 했던 그녀의 마음을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하지만 우연처럼 답장이 온다. 옛연인과 같은 이름의 발신자로부터...

사랑이라는 건 어쩌면 지나가버린 시간속에 존재하는 흑백사진 같은 건 아닐까?  사랑에 대해 정의하라고 한다면 나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본다. 사진첩을 펼쳐볼 때마다 바로 어제의 일인양 아무렇지도 않게 내 곁으로 다가오는 지나버린 시간속의 일들은 참.... 허망하다.  눈물같다.  어느날 불현듯 내가 알지 못한 채, 느끼지 못한 채 흘러내리는 그런 눈물같은 게 사랑은 아닐까?  이 영화속의 주인공은 차라리 옛연인의 과거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그랬다면 그 사랑을 영원토록 가슴속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었을 테니까...  같은 이름을 가졌던 옛연인의 동창생과 자신이 너무도 똑같이 생겼다는 걸 알고는 알 수 없는 절박함에 괴로워했던 그녀는 결국 자신을 사랑해주는 선배와 함께 옛연인이 잠들어 있는 그 산을 향해 출발한다.

되새김질 할수록 사랑은 아픔으로 다가오는 건가보다. 어쩌면 잊을 수 있는 마음조차도 사랑이라는 듯이... 옛사랑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다가올 사랑에게 문을 열어주기 위하여 찾아갔던 곳에서 그녀가 이렇게 외쳤지...  おけんきですか... 잘 지내시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외쳐대는 그녀의 속울음이 나는 너무도 슬펐다. 그 밖에 또 무슨 말을 할까? 결국 사랑했으나 그 사랑을 온전히 갖지 못했던 그녀의 지나간 시간들이 어쩌면 미웠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바라보았던 사랑도 눈치채지 못한 채 보내야 했던 또 하나의 사랑은 어디쯤에 머물러 있을까? 주인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해 방황해야 했던 사랑이 이 영화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깜깜한 밤이 너무 어두워 차라리 흔들리며 빛을 내려보내는 가로등처럼 그렇게 허황하게 서 있다.  이 편지는 당신이 간직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옛연인과 같은 이름의 동창생에게 그동안 주고 받았던 편지를 돌려보내야 했던 그녀의 서글픔이 고스란히 눈처럼 그렇게 쌓여 있었다.  잘 지내시나요?... 나도 이제 당신처럼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은 추억을 먹고 사는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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