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매일 늦는 남자
앤 가드 지음, 이보연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좋은 습관은 어려서부터 몸에 베이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살아오는 동안 수도없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도 모르게 생겨난 버릇 하나쯤은 다 하나씩 갖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습관이 생겨나게 되는데는 배경이 꼭 있을거라는 이 책의 소개글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무심코 하는 사소한 습관에 과연 어떤 배경이 깔려 있는 것일까? 사실 그런류의 말과 설명들은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보고 들을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욕심을 갖게 된 이유는 습관이 생겨나게 된 배경들을 설명하면서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해답정도는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컸던 이유도 있었는데 이 책속에는 문제는 있고 답이 없는 듯 하다.  역자 후기에서도  이 책에서 습관을 고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을 기대하지 말라고 써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습관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저자의 말처럼 일종의 강박관념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기억에 의한 불안감이나 정서가 흔들릴 때 나도 모르게 그것을 배척하거나 숨기거나 혹은 거부하기 위한 하나의 행동으로 습관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당사자에게는 좋은 기억일리가 없다. 그러니 그것으로 인한 어떤 심리적인 상태가 습관을 만들어낸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 습관을 하는 행동속에는 우리가 지나쳐 온 과거의 기억이나 심리적인 상태가 잘 나타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 수위를 자각할 수 있는 몇가지 경고 신호에 대한 예를 보았다. 과연 내 스트레스 경고 신호는 몇가지나 될까?  행여라도 남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닐까?  완벽하지 않은 나의 모습에 지나치게 실망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너무 가혹하게 평가하지는 않을까? '반드시'라거나 '꼭' '틀림없이' 같은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을까? ... 피해갈 수 없었다. 나 역시도 스트레스 경고 신호음이 울리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하루 하루를 살아가면서 과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도통했다는 사람에게조차도 스트레스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그런 현상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게 나의 지론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습관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게 참으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런 것도 습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싶은 것들도 참 많았다. 설마, 하는 마음이 들게끔 하는 것들도 많았다. 습관은 의지로 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습관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들이 습관으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눈을 떳을 때부터 다시 잠자기까지 하루라는 시간속에서 습관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반복되어질 게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약간의 반감이 일었다.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런 모든 것들을 습관이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그 습관이라는 말조차도 내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혹시 이런 습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나요? 끊임없이 물어오는 저자의 그 말투가 왠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런 행동속에 숨겨진 속마음이나 숨겨진 상처를 찾아낸다고는 하지만 왠지 너무 극단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물론 좋지않은 습관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나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는 못하겠지만 어쩌면 그냥 그렇게 넘어가도 좋을 만한 것까지 습관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삶의 무게가 더 무거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건 또 무슨 까닭인지....

습관뒤에 감춰진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면 그 습관을 고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습관속에는 분노나 두려움, 질투, 열망과 같은 많은 감정이 있어 늘  우리를 초조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우리에게 처해진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능력이 없고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끼는 것이다. 뒤로 물러서서 그 감정상태에 모든 것을 맡겨버린 채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데 더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이말에 100% 공감한다. 문제를 회피하고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을수록 더 심해지는 건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뿐이다. 그 많은 습관들이 그렇게해서 생겨난 것이라면 그것은 좀 심각하다. 문제와 마주하며 풀어나가기 보다는 일단은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말일테니...

심각하게 생각하다보니 너무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는 습관도 있단다. 부부싸움중에 아내가 순종하지 않을 때마다 자신의 바지춤을 잡아당기는 버릇이 있는 남자의 심리속에는  '바지를 입고 있는 나는 남자야' 하는 남성우월주의가 숨어 있는거라는 말을 보며 나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에게는 대게 무언가 자신의 기대만큼 혹은 생각했던 것과 일치하지 않을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불편한 마음 상태를 숨기거나 아닌 척 위장하기 위한 행동들이 자꾸 반복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일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평소의 내 생각과 행동들에 대해, 그리고 이제 마악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녀석과의 심리전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러면서 나는 아들녀석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나의 사소한 말과 행동들이 아들녀석에게 끼치게 될 영향을 생각하니 참 끔찍스럽기도 했다.

말다툼의 시초는 상대방을 향한 기대(-267쪽) 라는 말처럼 기대치를 약간만 낮출 수 있다면,  상대방에게 나의 욕구에 대한 반응이나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심리적인 방황은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그것을 피하려 하지 말고 일단은 부딪혀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거라는 생각을 한다.  짧은 고통으로 오랜 평안을 가질 수 있다면 그쪽이 훨씬 현명해 보인다.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 늦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는 책속의 말처럼  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책을 덮으면서 나는 나의 습관 중 하나를 고쳐보기로 다짐한다. 시간지키기에 너무 투철한 나머지 나는 약속시간 전에 미리 나가는 습관이 있다. 일단은 상대방을 기다리게 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남의 소중한 시간을 뺏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까닭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의 그런 습관 때문에 나 역시 상대방이 늦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기도 했으니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그것은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 책을 빌미로 한번쯤은 시도해 볼 만 하지 않을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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