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교향곡
조셉 젤리네크 지음, 김현철 옮김 / 세계사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베토벤, 슈베르트, 구스타프 말러, 거기에 드보르작까지... 모두 교향곡 9번을 작곡한 후 사망했다?  그것이 바로 9번 교향곡의 저주란다. 일단은 소설의 모티브가 되어 준 '9번 교향곡의 저주'라는 의미가 내게는 상당히 강하게 다가왔다. 9번 교향곡을 작곡한 슈베르트가 젊은 나이인 서른한 살에 사망했던  까닭에 교향곡 제9번을 작곡하면 음악가들에게 저주가 내린다는 말이 생겨났다는 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음악에, 특히 클래식이라는 분야에 문외한인 내가 읽기에도 전혀 거부감이 없었을 정도로 이 책은 아주 세심하게 쓰여져 있는 것 같다.  음악평론가이자 대학교수인 젊은이 다이엘 파니아구아.. 다니엘은 박사지만 출판을 위해 베토벤에 관한 연구리포터를 준비중이기도 하다. 젊다는 것은 무엇엔가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를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다니엘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음악의 세계에 빠져들기 위해서는 어느정도는 용기가 필요할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음악의 문외한이니까 말이다. 가끔 듣는 클래식이라는 것도 사실은 졸릴 때가 더 많으니 어쩌랴...

알레그로, 아리아, 소나타, 칸타타 등등등.. 이 책속에서 만날 수 있는 음악적인 용어가 많아서 책을 읽는 내내  겁을 먹었지만 아주 세심하게 배려라도 해주듯 잘 설명되어진 문장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음악적인 지식이 없는 나에게조차 하나의 호기심을 채워주기에는 충분하다는 듯이.. 아직 세상에 발표되어지지 않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 로널드 토마스라는 음악가에 의해 발표되고, 그것을  듣는 순간 로널드 토마스의 작품이  아니라 베토벤이 직접 작곡한 작품이라고 확신하는 다니엘. 그 후 그 음악을 들려주었던 작곡가 토마스는 머리가 잘려진 시체로 발견된다. 머리를 찾아 헤매던 형사들이 다니엘을 찾게 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듯 하다. 찾아낸 머리에 문신으로 새겨져 있던 악보. 그 악보를 기준삼아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하는 수사진과 다니엘의 일정, 그리고 10번 교향곡을 둘러싼 음모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걸 보면 스토리가 상당히 촘촘하게 엮여져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를 따라다니던 느낌 하나를 버리지 못했다. 바로 댄 브라운의 작품 <다빈치코드>이다. <다빈치코드>를 읽을 때의 느낌과 이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이 거의 대동소이하다면 이상한 일일까?  스토리의 짜임새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팩션이라는 같은 맥락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들지만 단지 '그림'에서 '음악'으로 주제만 바뀐듯한 느낌이 들었다. 프리메이슨과 같은 종교집단을 내세운 것도 그렇고 암호를 만들어 그 암호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것도 거의 비슷하게 느껴진다. 물론 모든 것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 다만 전체적인 흐름이 자꾸만 나를 <다빈치코드>쪽으로 몰고 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있다. 적지않은 쪽수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잡게 되니 책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았다. 주인공이 엮어가는 다음 일정이 궁금해서.

현재의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찾아 헤매는 설정은 언제 보아도 참 재미있게 다가온다. 사실과 상상이 만들어내는 그 공간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 작가는 어떻게 그려주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 책을 통해서 베토벤이라는 음악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베토벤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게 ' 빠바바밤...' 하는 웅장한 소리로 시작되어지는  제5교향곡 '운명'밖에는 없지만 말이다.  베토벤에 얽힌 일화들, 베토벤이 사랑했던 여인들, 그리고 베토벤의 어린시절과 일상적인 모습을 그려내는 걸 보면서 문득 지은이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작가 조셉 젤리네크 역시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이고 베토벤 전문가라는 말에  책속의 주인공 다니엘과 겹쳐지는 걸 어찌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를 무던히도 사랑하여 빠질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참 행복한 일일거라는 엉뚱한 생각도 하면서. 그랬기에 이런 작품도 나올 수 있는거겠지 한다.

토마스의 죽음을 따라가면서 과연 살인자는 누구일까 나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프리메이슨이라는 음성적인 집단을 내세운 작가의 교묘한 함정에 하마터면 빠져버릴 뻔 했다. 실제적으로 베토벤이 일루미나티라는 단체에 가입을 했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혹시나 했었다.  스릴러의 경우 범인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법칙이 적용되곤 한다.  죽은자의 가장 가까이에 머물렀던 사람중에 하나라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이미 처음부터 범인을 밝힌 채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주 잠깐 스쳐가는 그 이야기를 책을 읽는 내내 기억해내지 못했다. 아니 기억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가서야 무릎을 치게 되니 그 맛이 또한 스릴러의 참 맛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말이다.

제1교향곡,  제2교향곡, 제3교향곡 '영웅', 제4교향곡, 제5교향곡 '운명', 제6교향곡 '전원', 제7교향곡,제8교향곡, 제9교향곡 '합창', 그리고 제10교향곡... 베토벤의 작품들이다. 이 책을 통해 교향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된 것은 참으로 커다란 수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전체적인 배경이야 내가 알 수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지식만으로도 배가 부른것 같다.  책 뒤에 부록으로 따라 온 작은 CD를 보면서 과연 어떤 음악이기에?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빨리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책속에서 베토벤을 그렸다는 책과 영화에 대한 대목들이 잠시 등장하는데 그 작품들에 대한 궁금증 역시 엄청나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은 그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욕심을 앞세워 본다.

사랑은 참 무섭다. 기쁨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원망과 증오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 책속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랑의 방식 또한 다양하다. 다니엘이 보여주는 사랑도 그렇고 과거속의 인물 베토벤이 보여주는 사랑, 그리고 죽음을 불러들인 토마스의 사랑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베토벤의 10번교향곡이라는 모티브로 이끌어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잘못된 사랑의 방식이 끔찍한 살인을 불러오게 되는 이야기의 마무리가 왠지 섬뜩해지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긴장감속에서 조바심을 내며 읽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정말 재미있고 유용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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