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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소 -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
임정섭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세상에는 부러운 게 참 많다. 그 중에서도 말 잘하는 사람이 부럽고 글 잘쓰는 사람은 더 부럽다. 남들 앞에 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생각했던 말이 아니라 엉뚱한 말만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을 때의 당혹스러움때문에 눈 앞이 캄캄해지는 경험 많이 해 보았다. 앞에 서기 전에 생각했었던 그 많은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연습하고 연습해도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게 말하기가 아닌가 싶다. 오죽하면 말 잘하는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책도 있을까? 그런가하면 글 잘쓰는 사람 역시 부러운 건 마찬가지다. 어쩌면 그리도 멋지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낼 수 있는지... 두툼한 책 한 권을 써내는 작가야 말로 내게는 정말 끝도없는 부러움을 자아내게 한다. 물론 그 나름대로의 힘겨움이야 있었겠지만 결과물을 앞에 두고 바라볼 때의 흐뭇함이라는 것은 형언 할 수 없을테니 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글쓰기를 도와준다고 한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 보았음직한 글 잘쓰는 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정말 어떻게 하면 글 잘 쓴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일까?
일단 글쓰기 훈련소에 입소부터 해보자. 그리하여 문 앞에 서보니 이런 말들이 보인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다? 포인트만 제대로 알면 글쓰기 절반이 끝이다? 핵심을 찔러 던진 다음에 이유를 설명하라? 감동 포인트를 정확하게 맞춰라? 아이구, 그걸 누가 모르나? 남들도 그런 얘기는 다 한다. 들어가지 말고 그냥 돌아서야 하는 거 아냐?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이랬다. 내가 필요한 것은 그런 테두리가 아니라 그 테두리를 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들인 까닭이다. 그래도 이왕 마주했으니 들어나보자는 심정으로 책장을 열었다. 그런데 대뜸 글쓰기에 대한 생각부터 바꾸라고 한다. 멋진 글 대신 쉬운 글을 쓰자고 한다. 감상보다는 줄거리를 먼저 써보자고 한다. 거창한 것 대신 일상적인 것을 쓰자고 한다. 장문 대신 단문을 쓰자고 한다. 다 좋다. 그런데 글쓰기 초보에게는 이런 말도 어렵다. 장문 대신 단문을 쓰는게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멋지고 거창한 감상보다는 먼저 쉬운 글로 줄거리를 먼저 쓰자는 말에는 공감이 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좀 더 멋지게 쓰려고 하다보니 거창한 말을 생각하게 되는 건 맞다. 일상적이고 쉬운 것도 많은데 왠지 그렇게 쓰면 폼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늘 앞서는 까닭이다. 백퍼센트 동의한다.
생각을 바꾸었다면 글쓰기의 새 방법을 한번 살펴보자. '포인트 라이팅'전략이다. 포인트를 알면 글쓰기의 절반은 끝이다? 주제 대신 포인트를 잡아라? 감동 포인트를 정확하게 맞춰라? 호오, 이렇게 어려운 걸 나보고 하라고? 작가+기자적 글쓰기를 하라? 쉽고 빠르고 재미있게 쓰자고? 이런!!! 그렇게 쓰고 싶어서 글쓰기 훈련소에 들어왔는데 그냥 그렇게 쓰라고만 하면 어찌 그렇게 쓸꼬? 글쓰기... 정말 어려운 게 맞다.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글의 구조'를 기억하라고.P- 포인트를 파악하라, O-아웃라인을 짜라, I-배경 정보를 넣어라, N-뉴스를 넣어라, T- 생각,느낌,의견을 넣어라...저자의 말을 가만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엔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찾고 싶어했던 적이 많았다. 단순한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 사람이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가를 찾아내고 싶어하기도 했다. 그런 다음에 그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는지를 살피곤 했다. 그런데 저자의 '포인트 라이팅'전략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글쓰기는 정말로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책읽기가 필요하다. 나 역시 많이 읽고 많이 써 본 사람이 글을 잘쓴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써 본다고해서 모두가 글을 잘 쓰는 건 아닐게다. 글쓰기에도 요령과 방법이 있을테니 말이다. 시험공부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글쓰기 연습에도 어떤 방법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요약하기로 기본을 닦으라는 말이나 줄거리를 잘 쓰면 글도 잘 쓴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 '요약하기'를 저자가 알려준 '포인트 라이팅'에 의지하여 연습해본다면 괜찮을 듯 하다. 물론 처음부터 잘 써지지는 않겠지만 무엇이든 거저 얻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마도 이 책을 선택한 많은 사람이 서평 잘쓰는 법이라는 말에 강한 유혹을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서평'이라는 말과 '독후감'이라는 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기를 몇 번, 두 낱말의 의미를 알게 된 후 글쓰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 솔직한 말일게다. 그래서인지 PART 04에서 말하는 글쓰기의 법칙은 나를 긴장하게 했다. 꼼꼼하게 살피며 읽다가 결국은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크게 5개의 법칙으로 나눈다. 중복 불가의 법칙, 금지의 법칙, 축약의 법칙, 단문쓰기의 법칙이다. 이 다섯가지의 법칙을 보면서 쉽게 빠질 수 있는 수렁을 보게 된다. "것'자를 남용하지 말라는 말과 '도'나 '등'을 자주 쓰지 말라는 말이 뒤통수를 한 대 치는 것 같았다. 그 밖에도 우리가 너무 쉽게 빠질 수 있는 수렁은 많았다. 살펴보자면 이렇다. 주어를 반복해서 쓰지 말라, 똑같은 어미는 변화를 주어라, 한 문장에 이중 주어 사용을 금한다, 자신없는 표현을 줄여라, 생뚱한 단어나 문장을 사용하지 말라, 불필요한 말을 없애라, 빼도 좋을 조사는 과감히 빼라, 문장의 허리를 끊어라... 한자투의 표현이나 필요없는 비교등은 빼도 좋을 말이다. 글을 읽다보면 한자투의 말을 볼 때가 종종 있다. 그런 말을 보면 왠지 더 폼나 보이는게 사실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보기좋게 풀어서 써도 될 말을 필요없이 한자투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거기다가 과잉감정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감정이 넘치면 불필요한 말을 쓰게 된다고.
글쓰기의 법칙을 공부하다보니 앞에서 했던 글쓰기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라, 라는 말과 일맥상통함이 느껴진다. 멋진 글 대신 쉬운 글을 쓰고, 거창한 글 대신 일상적인 것을 쓰자고 했던 말을 되새김해본다. 생각해보니 저자가 말했던 글쓰기 법칙의 많은 수렁들은 그런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빠져들기 쉬운 것이었다. 하나하나 메모를 하다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말은문서를 작성한 뒤 말로 해보라 는 것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글은 말을 논리정연하게 옮긴 것이다. 그러니 글을 잘 쓰려면 말로 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다. 생각외로 내가 빠져들었던 수렁이 많았음을 알게 된다. 어떻게 하면 나도 글 잘쓰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도전해 볼 만한 글쓰기 훈련이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