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어른이 읽는 동화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오랜만에 어른들만의 동화를 만난다. 책꽂이에서 조용한 시선으로 가끔씩은 나를 불러주는 동화.. 그냥 동화가 아니라 생각하는 동화라거나 어른이 읽는 동화라고 하면 뭔가 더 있을 것만 같은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그 짧은 이야기가 담아내는 커다란 의미에 눌려 읽기를 멈춰야 할 때도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쓴이의 이름만 다를뿐이지 번복되어지는 내용이 많다는 거다. 대체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묻고 있다. 뻔한 답인줄 알면서도 우리는 왜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인지... 가끔씩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무엇을 잃었는지 뒤돌아볼 일이다. 자신의 시간에 대해 되새김질 할 만한 여유 한조각쯤 가져볼 일이다. 어쩌면 그런 여유 한조각 얻어볼까하여 이렇게 짧은 이야기를 만나러 가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무엇이 필요할까?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도 역시 사랑이다,라고 말한다.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입만 열면 사랑을 말할까? 사랑에 웃고 운다는 흔한 말도 많다. 사랑에 목숨건다는 말도 많다. 도대체 그 사랑이 무엇이길래 우리의 삶속에서 그토록이나 강한 느낌을 전해주는 것일까?  참 어렵다. 아직 살아야 할 날은 많겠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쉬워보이는 일들이 더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멀리 있는 것보다는 가까이 있는 것들이 더 소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찾아헤매는 존재 또한 우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왜 그런건지.... 지금의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잃어버린 채 앞만 보고 달려가는지 이런 책을 읽으면서 한번쯤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어울림'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책속의 작은 이야기들이 보여주는 그림속에서 그 '어울림'이라는 말을 찾아내게 되고, 또다시 나는 묻게 된다. 너는 얼만큼이나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렸느냐고.. 너는 얼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며 살았느냐고.. 어김없이 등장하는 테마는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 흔한 사랑도 함께 하지 않는 한 곁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너를 인정함으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너를 인정하지 않고 오직 나만의 존재의식에 밀려다니며 그 흔한 사랑을 찾아 헤매이는 것은 아닌지... 몸은 하나였지만 머리가 둘 달린 '기파조'는 머리가 둘이었던 까닭에 서로 다른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가슴은 하나인데 생각이 둘이라서 그렇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에 비해 '비목어'는 어떤가? 눈이 하나뿐인 이 물고기는 짝을 만나야만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었다. 상대방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맑게 비친다면, 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그것은 분명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이었다. 짝을 이루어 서로의 몸을 의지하고 서로의 눈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자기 자신을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았던 바위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사람들의 말소리를 알아듣게 되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돌을 없애버릴까? 아냐, 가끔씩 앉아 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에이, 밭을 가는데 귀찮기만 하잖아... 결국 바위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평화롭게 살던 곳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산 아래 마을의 골목 모퉁이에 쳐박혀버린 바위를 처음 찾아온 것은 개였고, 그 다음으로 아이들이었다. 그들이 한 짓은 겨우 오줌이나 똥을 누고 가는 것이었다. 더러워지기 시작한 자신의 몸과 함께 불안의 늪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점점 더 천덕꾸러기가 되어가던 바위에게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은 너무나 큰 괴로움을 안겨주었다. 어느날 무심코 지나가던 큰스님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큰스님에 의해 바위는 원래 살았던 산 중턱의 맞은편 쪽에 새로 짓는 산사의 대웅전을 받치는 주춧돌이 되었다. 그리고 몇 백년동안 그곳에서 살았다. 무거운 지붕을 받치고 있었지만 조금도 무겁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존재의 기쁨으로 다가왔던 까닭이다.  <추춧돌>이라는 이야기의 내용이다. 짧은 이야기지만 너무나도 많은 울림을 갖고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짚어볼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함께 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사랑일까? '어울림'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사랑일까?  어른을 위한 동화를 읽으며 또한번 생각거리를 찾아낸다. 역시 답은 늘 같다.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매번 전해받는 느낌이 다르다. 그것이 생각하는 동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살면서 날마다 던지는 화두, '사랑'.. 알 수 없는 그 무엇.. 그러나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그 무엇.. 곁에 두고서도 늘 찾아헤매는 그 무엇.. 가까이 있음에도 늘 멀리에 있을거라고 막연하게 생각되어지는 그 무엇.. 그 무엇이 바로 '사랑'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당신도 그 사랑 하나쯤 가슴에 품어보라고...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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