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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 앤 새디 vol.1 - 마린블루스 정철연의 미치도록 재미난 생활툰 ㅣ 마조 앤 새디 1
정철연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평점 :
일러스트나 웹툰의 몇 컷 되지 않는 만화속의 메세지가 불러오는 공감대는 다른 어떤것보다 더 강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웹툰이 뭘까? 사전을 찾아본다. 영어 표현의 'web(웹)'과 'cartoon(만화)'을 합성한 말로, '인터넷을 매개로 배포하는 만화'를 의미한다고 나온다. 아하, 만화는 만환데 인터넷을 매개로 배포하는 만화로구나! 그렇다면 내가 즐겨찾는 만화만평하고는 확실히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일테다. 만화라는 게 가볍게 볼 수 있어 좋다는 장점은 있다. 그 주제가 무겁든 가볍든 그다지 커다란 영향은 받지 않을 듯 싶다. 무거운 것을 가볍게도 그릴 수 있고, 가벼운 것을 무겁게도 그릴 수 있는게 만화일테니까.‘성게군’이라는 이름은 들어봤다. 가끔은 본 기억도 있다. 아주 단순한 그림이었다고 생각하는데 호기심부터 생긴다. 일단 주제부터 챙겨본다. 부부이야기.... 그린이의 소개를 살펴보니 주부 만화가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여자? 땡! 틀렸다. 젊은 남자, 그렇다고 전업주부는 아니다. 일의 특성상 재택근무를 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아내는 바깥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잘 해내고 있다. 결혼생활 20년을 바라보는 내가 보아도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장난감과 힙합을 좋아한다는 소개말만 보더라도 그들의 결혼이야기가 얼마나 알콩달콩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퉁퉁거리며 사는 모습이 귀엽다. 이벤트를 좋아한다는 요즘 부부답다. 각자의 일을 존중해주고 각자의 시간속에서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노력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남자, 정말 주부다. 생일선물로 냄비를 받고 싶어한다. 네비게이션같은 주부로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음식 평가하는 마누라가 얄밉기까지 하다. 신병훈련소를 거쳐 자대배치를 받는 남자들처럼 주부훈련소도 있어야 한다고 외친다. 해보니 알겠다는 말이다. 요즘은 젊은 부부를 위해 역할바꾸기도 한번씩은 해본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긴 우리세대와는 의식부터가 다르다. 그런데 그림을 읽다보니 알콩달콩 그 모습에 딴지 걸고 싶어진다. 결혼 5년차라는데.... 그래, 재밌겠구나. 그런데 니들은 애 안낳냐? 양가부모님께서 애얘기를 안하실리가 없을텐데? 애만 낳아봐라, 어디 그렇게 꿈같은 생활이 지속되는지... 우와, 나 정말 못됐다! 완전 삐딱선이다. 사실이 그렇다. 말은 안해도 저 부부 속은 끓이고 있지 싶다. 또 모르지, 애 안낳고 둘이서만 즐겁게 한평생 살기로 약속했는지도...
주부의 이야기는 주부만큼 공감하기가 어렵다. 해도 해도 끝없는 일, 그날이 그날이다. 이렇게 말하면 남자도 할 말 있다. 똑같다. 해도 해도 끝없는 업무, 맨날 그날이 그날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늘 마음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로 애써 포장해가면서. 주변을 한번 살펴보게 된다.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부의 일을 병행하는 모습과 전업주부의 모습은 왠지 달라보인다는 게 솔직한 말이다. 살림이라는게 그렇다. 요즘 우리집 두 남자에게 가장 괴로운 질문이 하나 있다. 이 질문만 들이대면 슬그머니 말을 돌리거나 못들은 척 한다. "오늘 저녁엔 뭐 해먹을까?" 이 한마디로 두 남자의 입은 딱 붙어버린다. 하다하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그냥 해, 뭐든지 하면 맛있게 먹어줄께. 제발 묻지 좀 마, 정말 괴롭다. 으하하하.. 바로 내 작전이다. 그런데 시장엘 나가봐도 맨날 그게 그거다보니 일년 365일 매일 매일 먹어야 하는일이 장난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조와 새디가 살아가는 모습 살짝 한번 엿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런 상황 겪어본 주부 많을 것이다. 그것 뿐일까? 그 반대로 밥먹고 들어갈께, 해 놓고 느닷없이 문열고 들어와 배고프다고 말하면 정말 난감하다. 그냥 있는대로 먹으면 되지,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주부의 마음은 그게 아닌거다. 힘들게 하루를 보냈을 남편과 아이에게 그래도 뭔가를 해 주고 싶은 게 아내의 마음이고 엄마의 마음인 거다. 일전에 남편의 실직으로 잠시 역할바꾸기를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남편, 얼마 못 가 결국 손들고 직장 알아보러 다녔다. 사람마음 똥누러 갈 때랑 똥누고 나올 때랑 다르다고 했다. 그 남자, 여전하다. 그 친구, 역시 여전하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대로 사는 수 밖에 ㅠ_ㅠ.. 책속에서 새롭게 알게 된 말이 있다. 사생병, 사고 싶은 게 자꾸 생기는 무시무시한 병이란다. 하긴 살림하다보면 이것저것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한 것이 많기는 하다. 한참 웃는다. 우리집은 아직까지는 실행에 옮기지 않은 일이지만 남자들이 앉아서 소변보는 집이 많다고 하는데 이 책속에서도 다루어지는 걸 보면 세상이 참 많이 변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맨날 이렇게 웃기는 일상만 있는 건 아니다. 막되먹은 판다씨라는 이름을 통해 비뚤어진 정치나 세상을 통렬하게 비난하기도 한다. 부부싸움끝에 집나가는 마조와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이 늘어만가는 새디의 모습속에서 많은 부부가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살면서 은근슬쩍 울분을 토해낼 일이 어디 한두 건일까?
너무나도 일상적인 이야기.. 그러나 재미있게.. 그래서 일단은 추천하고 싶어진다. 가벼운 일상을 즐겁게 바라보는 것도 이 뜨거운 여름을 잊는데 한몫하지 않을까 싶어서. 나만 그런가? 어쨌든 유쾌한 이야기였다. 이 책을 보고나면 결혼하고 싶어질거라는 소개말이 효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마조와 새디 부부가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니 마조와 새디뿐만 아니라 세상의 부부들 모두에게 그렇게 살가운 일상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무뚝뚝한 새디를 바라보면서 나를 생각한다. 남편에게서 늘 듣던 말을 책속에서 보게 되니 왠지 뜨끔하기도 하다. 좀 더 사근사근한 딸이 되어야 할 모양이다. 휴가도 못가는데 이참에 만화책이나 잔뜩 빌려다 볼까나? /아이비생각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