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이 하하하 - 뒷산은 보물창고다
이일훈 지음 / 하늘아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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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에도 뒷산 있다. 앞산도 있고 옆산도 있다. 둘러보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다. 그 앞산 옆산 뒷산 다 가보았다. 그런데도 나는 뒷산이 좋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앞산 옆산에 있는 바위 뒷산에도 있고, 앞산 옆산에 있는 산책길 뒷산에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길이 좋다는 생각 못했다. 그랬는데 살짝 고장난 무릎 때문에 뒷산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이렇게 이쁜 길이 있었구나, 이렇게 이쁜 바위도 있었구나 싶었다. 약수터... 그 약수터 우리동네 뒷산에도 있다. 나는 그 물을 마시지 않지만 그 물 받으러 많은 사람이 오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약수터에는 자주 들리지 않는 편이지만 정리되지 않은 주변이 그 물을 믿을 수 없게 한다. 그런데 이 책이 다시 생각하라고 한다. 그 약수터를 통해 생겨나는 많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한다. 어찌보면 참 할일 없다,고 말 할 핑계거리가 보인다. 사계절을 약수터에 앉아 오가는 사람 살피지 않고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재미있다. 보다가 배꼽을 잡고 웃는다. 맞아, 맞아 소리를 반복하게 된다. 슬쩍 부끄러워지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사람사는 이야기다. 사람냄새가 퐁퐁 솟아난다. 약수터 물처럼.. 이런 이야기도 책으로 태어날 수 있는거구나 싶으면서도 그렇게 맛깔나게 엮은 글쓴이에게 존경스럽다는 말도 하고 싶어진다. 잊고 지내는 것중의 하나다. 뒷산.. 그 뒷산이 하하하 웃고 있다. 그 웃음소리를 같이 듣자고 하니 내게도 들려온다. 하하하...

전체 3장으로 나뉘어진 큰 제목이 재미있다. 뒷산은 맛있어, 맛있으면 약수터, 약수터는 짜릿해... 어린시절의 노래가 떠오른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뒷산을 통해 흘러가는 세월을 본다. 계절의 시작을 왜 봄이라고 했을까? 그 봄에 움트는 모든 것들이 겨울에 생겨나니 봄보다 겨울이 먼저라는 말에 슬쩍 웃음이 난다. 그야말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싸움이니 거기에 걸려들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구멍새이야기가 재미있다. 딱따구리에게 글쓴이가 붙여준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식물이나 동물은 그 생김새를 따라 지어진 경우가 많다는데서 그런 생각을 했다. 구멍을 파고 사는 새니 구멍새가 어떠냐고 묻는데 나도 거기에 한표 보태주고 싶어진다. 맛있는 뒷산을 보여주기 위해서 뒷산 일주를 하는 글쓴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등산화를 신기도 미안한 뒷산을 그렇게 소중한 마음으로 오르내렸을 글쓴이의 마음이 아름답다. 

책을 읽다가 문득 글쓴이의 이력이 궁금해진다. 어떤 사람일까? 건축철학자 또는 식물성의 사유를 지닌 건축가로 불린다는 말이 왠지 거창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건축과 글은 둘 다 '짓다'라는 행위 전에 '살피다'의 원형질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는 말에 그만 고개가 숙여진다. 그만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일게다. 작은 것 하나라도 쉽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느낌을 전해받는다. 다들 편하게 살려고 발버둥치는데 불편하게 살자고 말하는 사람.. 그가 주창한다는 '불편하게 살기' '밖에 살기' '늘려 살기'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가까이 할 수 없었으니 자세한 내막이야 잘은 모르겠지만 어렴풋한 짐작만으로 또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살아야만 이겨낼 수 있는게 세상살이인지도 모를 일이다.

읽으면서 몇 번을 소리내어 웃게 된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찾아냈을까 싶은 부분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웃음뒤에 오는 싸늘함이 느껴진다. 줄에 묶여 있어 더 멀리는 갈 수 없는 개는 자신의 잠자리에서 되도록이면 멀리 똥탑을 쌓는다. 한껏 엉덩이를 바깥으로 뺀 자세였을거라고 말하는 글쓴이의 말속에 왠지 서글픔이 묻어난다. 저마다의 입맛대로 측정되어지는 물맛 또한 그렇다. 수도없는 안내판을 보면서 추사를 논한다. 맞춤법이 맞지 않아도 그 말이 담고 있는 의미의 강약을 눈치챈다. 자식같은 개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을 주는 존재일 따름인 것처럼 누구에게는 소중한 것이 누구에게는 별 것 아닌 것으로 되어버리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네 것은 없고 내 것만 존재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오래전 산을 찾았을 때 하산길에 보았던 그 현수막이 생각났다. '제발 개는 데려오지 마시오!' 그 아래 안내판은 더 가관이었다.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기에 심은 꽃을 파간 사람은 양심껏 다시 심어놓으시오!'... 정말 나라도 잡아다 주고 싶은 생각에 '도대체 어떤 놈이야? 아니 퍼갈게 없어서 다같이 보자고 심어놓은 꽃도 저만 본다고 가져가냐?' 했었다. 그러고보니 뒷산은 너의 산도 아니고 나의 산도 아니었다. 우리의 산이었던 거다. 그러니 그곳에 우리의 이야기가 피어나고 꽃을 피우고 있었던 거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나는 정말 행복했다.

재활용 밭집이나 여물기도 전에 떨어져야 하는 도토리나 밤의 서러움이 인간의 이기심을 말해준다. 김해공항만 김해에 없는 것이 아니다, 서울공항도 서울에 없다는 말은 게으른 행정을 슬며시 혼내고 있음이다. 옆에 사람이 앉기만 하면 들어주든 안들어주든 당진에 땅 샀시유, 집두 있슈를 연신 내뱉는 할머니의 쓸쓸함을 누가 알까?  모든 물병 다 죽던 그 날의 이야기를 듣다가 배꼽 빠질 뻔 했다. 무감각과 무덤덤이 제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거기에 무관심까지 보태지는 게 우리의 현실일 것이다. 버릇없는 아이 나쁜아이를 말하기 전에 나쁜 어른이 먼저다. 어른이라고 다 어른은 아닌 것이다. 나이만 먹었다고 다 어른은 아니라는 말이다. 말 한마디 행동하나로 그 사람의 인품을 어느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는 말에 나도 공감한다. 약수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온갖 모양새를 하고 약수터에 모여드는 사람을 앞세워 세상을 말하고 있는 글쓴이의 마음이 읽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뒷맛이 참 좋다. 여운이 길게 간다. 사람사는 이야기 들으러 나도 약수터에 가고 싶어진다. 그 약수터에 올라가 사람냄새 진하게 맡아보고 싶어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이다. 그런 것들을 보고 살피고 그리고 느꼈을 글쓴이처럼 내 마음도 열려야 할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는 진리를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글도 글쓴이도 모두 멋지다. /아이비생각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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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 앤 새디 vol.1 - 마린블루스 정철연의 미치도록 재미난 생활툰 마조 앤 새디 1
정철연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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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나 웹툰의 몇 컷 되지 않는 만화속의 메세지가 불러오는 공감대는 다른 어떤것보다 더 강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웹툰이 뭘까? 사전을 찾아본다. 영어 표현의 'web(웹)'과 'cartoon(만화)'을 합성한 말로, '인터넷을 매개로 배포하는 만화'를 의미한다고 나온다. 아하, 만화는 만환데 인터넷을 매개로 배포하는 만화로구나! 그렇다면 내가 즐겨찾는 만화만평하고는 확실히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일테다. 만화라는 게 가볍게 볼 수 있어 좋다는 장점은 있다. 그 주제가 무겁든 가볍든 그다지 커다란 영향은 받지 않을 듯 싶다. 무거운 것을 가볍게도 그릴 수 있고, 가벼운 것을 무겁게도 그릴 수 있는게 만화일테니까.‘성게군’이라는 이름은 들어봤다. 가끔은 본 기억도 있다. 아주 단순한 그림이었다고 생각하는데 호기심부터 생긴다. 일단 주제부터 챙겨본다. 부부이야기.... 그린이의 소개를 살펴보니 주부 만화가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여자? 땡! 틀렸다. 젊은 남자, 그렇다고 전업주부는 아니다. 일의 특성상 재택근무를 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아내는 바깥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잘 해내고 있다. 결혼생활 20년을 바라보는 내가 보아도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장난감과 힙합을 좋아한다는 소개말만 보더라도 그들의 결혼이야기가 얼마나 알콩달콩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퉁퉁거리며 사는 모습이 귀엽다. 이벤트를 좋아한다는 요즘 부부답다. 각자의 일을 존중해주고 각자의 시간속에서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노력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남자, 정말 주부다. 생일선물로 냄비를 받고 싶어한다. 네비게이션같은 주부로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음식 평가하는 마누라가 얄밉기까지 하다. 신병훈련소를 거쳐 자대배치를 받는 남자들처럼 주부훈련소도 있어야 한다고 외친다. 해보니 알겠다는 말이다. 요즘은 젊은 부부를 위해 역할바꾸기도 한번씩은 해본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긴 우리세대와는 의식부터가 다르다. 그런데 그림을 읽다보니 알콩달콩 그 모습에 딴지 걸고 싶어진다. 결혼 5년차라는데.... 그래, 재밌겠구나. 그런데 니들은 애 안낳냐? 양가부모님께서 애얘기를 안하실리가 없을텐데? 애만 낳아봐라, 어디 그렇게 꿈같은 생활이 지속되는지... 우와, 나 정말 못됐다! 완전 삐딱선이다. 사실이 그렇다. 말은 안해도 저 부부 속은 끓이고 있지 싶다. 또 모르지, 애 안낳고 둘이서만 즐겁게 한평생 살기로 약속했는지도...

주부의 이야기는 주부만큼 공감하기가 어렵다. 해도 해도 끝없는 일, 그날이 그날이다. 이렇게 말하면 남자도 할 말 있다. 똑같다. 해도 해도 끝없는 업무, 맨날 그날이 그날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늘 마음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로 애써 포장해가면서. 주변을 한번 살펴보게 된다.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부의 일을 병행하는 모습과 전업주부의 모습은 왠지 달라보인다는 게 솔직한 말이다. 살림이라는게 그렇다. 요즘 우리집 두 남자에게 가장 괴로운 질문이 하나 있다. 이 질문만 들이대면 슬그머니 말을 돌리거나 못들은 척 한다. "오늘 저녁엔 뭐 해먹을까?" 이 한마디로 두 남자의 입은 딱 붙어버린다. 하다하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그냥 해, 뭐든지 하면 맛있게 먹어줄께. 제발 묻지 좀 마, 정말 괴롭다. 으하하하.. 바로 내 작전이다. 그런데 시장엘 나가봐도 맨날 그게 그거다보니 일년 365일 매일 매일 먹어야 하는일이 장난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조와 새디가 살아가는 모습 살짝 한번 엿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런 상황 겪어본 주부 많을 것이다. 그것 뿐일까? 그 반대로 밥먹고 들어갈께, 해 놓고 느닷없이 문열고 들어와 배고프다고 말하면 정말 난감하다. 그냥 있는대로 먹으면 되지,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주부의 마음은 그게 아닌거다. 힘들게 하루를 보냈을 남편과 아이에게 그래도 뭔가를 해 주고 싶은 게 아내의 마음이고 엄마의 마음인 거다. 일전에 남편의 실직으로 잠시 역할바꾸기를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남편, 얼마 못 가 결국 손들고 직장 알아보러 다녔다. 사람마음 똥누러 갈 때랑 똥누고 나올 때랑 다르다고 했다. 그 남자, 여전하다. 그 친구, 역시 여전하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대로 사는 수 밖에 ㅠ_ㅠ..  책속에서 새롭게 알게 된 말이 있다. 사생병, 사고 싶은 게 자꾸 생기는 무시무시한 병이란다. 하긴 살림하다보면 이것저것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한 것이 많기는 하다. 한참 웃는다. 우리집은 아직까지는 실행에 옮기지 않은 일이지만 남자들이 앉아서 소변보는 집이 많다고 하는데 이 책속에서도 다루어지는 걸 보면 세상이 참 많이 변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맨날 이렇게 웃기는 일상만 있는 건 아니다. 막되먹은 판다씨라는 이름을 통해 비뚤어진 정치나 세상을 통렬하게 비난하기도 한다. 부부싸움끝에 집나가는 마조와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이 늘어만가는 새디의 모습속에서 많은 부부가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살면서 은근슬쩍 울분을 토해낼 일이 어디 한두 건일까?  

너무나도 일상적인 이야기.. 그러나 재미있게.. 그래서 일단은 추천하고 싶어진다. 가벼운 일상을 즐겁게 바라보는 것도 이 뜨거운 여름을 잊는데 한몫하지 않을까 싶어서. 나만 그런가? 어쨌든 유쾌한 이야기였다. 이 책을 보고나면 결혼하고 싶어질거라는 소개말이 효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마조와 새디 부부가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니 마조와 새디뿐만 아니라 세상의 부부들 모두에게 그렇게 살가운 일상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무뚝뚝한 새디를 바라보면서 나를 생각한다. 남편에게서 늘 듣던 말을 책속에서 보게 되니 왠지 뜨끔하기도 하다. 좀 더 사근사근한 딸이 되어야 할 모양이다. 휴가도 못가는데 이참에 만화책이나 잔뜩 빌려다 볼까나?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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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 - 종교, 믿음을 팔고 권력을 사다
김상구 지음 / 해피스토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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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라는 말처럼 마주 대하는 게 정말 껄그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빤히 보이는 일인데도 누구 하나 나서서 말하지 않는다. 그 불편한 것들이 내 앞을 당당하게 활개치는데도 그냥 흘깃거릴 뿐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그 의식이 점점 더 팽배해져가고 있는 걸 보면서 가끔씩 느껴지는 위기의식이 두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가끔씩은 목소리를 높여 외치고자 하는 사람이 있어 어쩌면 살맛나는 세상일런지도...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 우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씩은 이렇게 조목조목 따져보아야 할 때도 있다. 더구나 우리의 의식을 좀 먹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런 목소리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이미 그 불편함을 드러내놓고 있다.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 도대체 믿음이 왜 돈이 되어야 하는가? 내가 묻고 싶었다. 갈수록 비대해지는 교회의 몸집을 보면서 그 안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믿음이라는 게 나는 궁금했었다. 어디를 가든 눈만 돌리면 자동적으로 시선에 잡히는 십자가들.. 유난히 뾰족하고 높은 십자가를 보면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저 십자가가 하나님 똥구멍을 찌르겠다! 똥구멍 찔린 하느님 엄청 아프겠다!

요즘 한창 화제가 되었던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시시비비는 정말 흥미로웠다. 이미 예견되어진 일이 눈앞에 펼쳐졌을 뿐인데 뭘 그렇게 떠들어대는 것인지.... 얼마전 나라를 대표한다는 대통령마저 공과 사를 구분짓지 못하는 행동으로 이미 도마위에 올랐던 일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아마 후대에도 종교앞에 무릎꿇은 대통령으로 길이 이름을 남기지 않을까 싶다. '종교인'과 '신앙인'은 다르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종교과 신앙은 무슨 차이일까? 내 짧은 소견으로 말해본다면 종교는 하나의 형식이며 틀일 뿐이다.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을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종교인이 아닌 신앙인이 되어야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마음을 잃어버린 채 종교인으로 살기를 원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뿐만이 아니라 이미 종교분리의 원칙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는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개신교 장로라는 위치는 개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 인한 마찰이 생겨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부 충성심 강한 자들의 소행이었다고는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일전에 사찰 입장료를 두고서 일반인들의 원성을 샀던 일로 비추어볼 때 이득이 생기지 않는 일이라면 우리는 그다지 크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성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 종교계에서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그 뒷모습을 들여다보면 '잇속챙기기'나 이미 가진 것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는 그림자가 분명하게 보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교회만을 위한 대출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신도수가 그 대출금액을 조정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을.. 그러다보니 믿음은 당연히 돈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고, 너나 할 것 없이 건물위로 십자가를 세우며, 앞다퉈 신도를 모집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차지한 면적이별로 크지 않은 우리동네만 하더라도 건물위로 삐죽 올라선 십자가를 세어보니 열 개정도나 된다. 건물 몇 개만 건너뛰면 또다시 마주치는 게 교회라는 말이다.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이 교회 저 교회의 전도지를 받아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몇 미터 앞에서 또다른 교회의 전도지를 받아야 하는 우리동네의 현실만 보더라도 왠만한 대한민국 사람은 모두 천당갈 표를 사놓은 셈이다. 돈을 내고 사야하는 천당행표... 바로 그 표가 문제였을까? 금권선거가 난무하고 대형교회가 날로 늘어가는 이유를 따져보자고 한다면 간과할 수 없는 진실임엔 분명하다.  대한민국 은행에 교회만을 위한 대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책이 많은 도표와 실제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꼬집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암담하다. 권력화되어가는 개신교의 거대한 몸뚱이가 드리우는 그림자가 우리 사회를 잠식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는 명확하다. 종교계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논리적이다. 그냥 개인적인 의견만으로 그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글쓴이의 주장에 99%는 공감한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기 전에 우리의 종교계가 먼저 자성을 했어야만 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외면하는 정치계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주변을 끝없이 맴도는 만들어진 것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여기서도 만나게 된다. 종교인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에 대한 편협함은 극에 달하고 있다. 만들어진 영웅들의 모습에 화가난다. 물론 그 영웅들을 폄하하거나 부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단지 잘못되어 오류를 말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그냥 덮어버린다는 것이다.

참고자료로 끼워넣은 일본의 '종교법인법' 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굳이 지면을 늘려가면서까지 그것을 알려주고자 하는 글쓴이의 절절함이 거기에 담겨 있다. 믿음이 왜 돈이 되어야 할까? 이러다가 중세의 면죄부가 다시 부활하는 건 아닐까?  팍팍한 현실속에서 작은 위안을 얻고자 선택한 사람들의 믿음을 돈의 가치로 여기는 세태가 서글프다. 성스러워야 할 이미지가 천박한 이미지로 변신하는 중이다. 책속에서 언급되어진 많은 것이 나를 놀라게 했다. 단지 개신교의 현실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우리의 종교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단순히 그들만의 '잇속챙기기'가 아니라 우리의 의식을 좀먹고 있다는 데 나는 공감한다. 이렇게 민감한 부분을 책으로 엮어내기까지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려움이 많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많은 사람이 제대로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사실 나는 이렇다할 종교를 갖지 못했다. 이제는 부적처럼 인식되어져가고 있는 개신교의 현실도 마음 아프고, 조용히 자아성찰을 하며 지내야 할 사찰들이 세속화되어가는 모습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정치속으로 뛰어들어 핏대를 세우는 카톨릭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물론 일부겠지만 그 소수로 인해 다수는 욕을 먹는 것이다. 그 모든 불편함을 우리가 만들어낸 것인데 누가 누구를 탓할까? /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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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심리학 - 생활 속의 심리처방
와타나베 요시유키 & 사토 타츠야 지음, 정경진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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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활 속의 심리처방이라는 부제가 오히려 책제목과 딱 맞아떨어진다. 그만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는 말이다. 우리가 흔하게 겪어왔던 상황들을 통해 그 때의 감정이나 심리변화, 혹은 그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그러면서도 심리학에 대한 정의를 그리 어렵지 않게 풀이해주고 싶어한다. 대체적으로 심리학이라는 말을 듣게 되면 뭔가 전문적인 냄새가 나는 게 사실이다. 왠지 어려울 것 같고, 다가서고 싶지만 왠지 꺼려지는 그런 느낌 말이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들켜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게 일반적인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 내면에 깔려진 묘한 상반성을 보게 된다. 보여주고 싶으면서도 숨기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을 분석하는 게 심리학일까?  책 뒷부분에서 마주친 질문이 재미있다. 마음이 뭘까? 마음이라는 게 정말 있는 것일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행동에서부터 오는 것이라는 말..  책 속의 말을 빌려보자면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윤리 관념'이나 행동을 조절할 줄 아는 '자제력'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마음이라는 게 어떤 규칙에 대한 상황대처쯤일 듯 한데.... 예전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받았을 충격에 대해 그저 수동적으로 반응했다고 한다면 지금은 그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과정이나 방법쯤의 하나가 바로 마음의 이치를 다스린다는 心理學이라는 말이다.

더 쉽게 말해본다면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언가에 이끌리는 그런 것을 말하는데 결국은 내가 속한 외부세계로부터 전해지는 자극과 상관관계라는 말처럼 들린다. 우리가 웃거나 울거나 화를 내거나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하는 그런 감정들이 내 의지와는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일까?  그 사람이 겪는 사회적 현상이 성격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일전에 읽었던 <성격의 발견>이라는 책에서도 본 적 있는데 역시 이 책을 통해서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성격이라는 말과 마음이라는 말이 어느정도는 서로 통한다는 뜻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 파고들면 머리 아프다. 그러니 일단 심리학이라거나 마음이라거나 하는 추상적인 개념은 한쪽으로 치워버리고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과 마주칠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강하게 와 닿았던 것은 긍정적 강화와 부정적 강화라는 말이었다. 우리 속담에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무엇이든 억지로는 할 수 없다는 거였다. 좋은 말도 여러번 들으면 싫증난다고 아무리 좋은 일이라해도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의욕이 상실되어버린 채 그것으로부터 도망칠 궁리부터 하는 게 사람마음이란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길들여지기'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무언가에 길들여지게 되었을 때의 상황은 극과 극이다. 항상 있어 주었기 때문에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는 것과 어느날 갑짜기 없어져버리면 어찌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 바로 그 길들여진다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우리가 흔히 말하고 있는 주부의 가사노동이라거나 학교나 직장으로 가야하는 아침의 일상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바로 그런 예이다.  하지만 여기서 놓칠 수 없는 게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처럼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나 자신의 마음상태를 바꿔가면서 의미를 부여하라는 말이 바로 긍정적 강화다. 그런데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주변 사람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자주 들어왔던 것 중에 내가 내 자신에게 칭찬하기가 있다. 해 보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데 알면서도 잘 안되니 그게 문제다. 부부싸움의 유형중에서 가장 나쁜 게 회피형이라는 말이 있다.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만  길어지다보면 더 깊은 골이 패이게 된다. 그러니 싫다는 감정을 앞에 두고서 싫지 않다고 믿기 보다는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게 더 낫다는 말이다.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것을 강화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강화를 키워야 한다는 게 말의 초점인 것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 책속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은 그야말로 시시콜콜한 우리 주변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마치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사람처럼 내 자신을 한번 더 돌이켜보라고 말한다. 늘 그렇다.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문제다. 싫은 사람을 좋게 볼 수 있는 마음도, 의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중요하게 만드는 마음도 모두가 내 안에서부터 시작인 것이다. 바로 그런 힘을 키워나갈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게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생활 심리학...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생활 심리학이 아닌게 있을까?  전문적인 용어를 많이 쓰지않고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면 장점일게다. 복잡하고 팍팍한 이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일까? 남의 마음을 읽고 싶어하고 읽어야만 하는 요즈음의 세태가 왠지 씁쓸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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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도시 - 우리 시대 예술가 21명의 삶의 궤적을 찾아 떠난 도시와 인생에 대한 독특한 기행
오태진 지음 / 푸르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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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중앙동, 행운동, 성현동, 청룡동, 온천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좀 더 알아듣게 말해본다면 지하철 서울대입구역 부근의 동네이름이다. 설마했다. 그런데 정말로 이름을 이렇게 바꾸었다는 걸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이제는 번듯한 아파트촌이 되어버렸는데 봉천동이라는 이름이 달동네 이미지를 풍긴다는 이유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개명신청을 했다는 소식까지는 들어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름이 바뀌었다. 하늘을 받들고 산다는 동네, 봉천동.. 산비탈길로 쭈욱 이어지던 판자집들.. 아주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신림동과 봉천동 사이에 커다란 산이 하나 있었다.  애들 교육만큼은 서울에서 시켜야겠다는 욕심으로 지방에서 올라오신 부모님이 서울살이를 하면서  무너져버린 가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쫓기듯이 찾았던 동네가 바로 봉천동이었다. 당시 봉천동의 은천국민학교에 입학을 시켰는데 신림동으로 이사를 가서도 오빠 손잡고 다니라고 전학을 시켜주지 않아 오빠가 졸업을 해버린 후에도 나는 혼자서 산을 넘어 학교를 다녔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 산자락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처럼 아주 오래전의 기억을 안고 그 동네를 찾아가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 이름을 바꾸어달라고 신청했다는 소식을 듣고 왜 그렇게까지 하는거지? 했다. 단지 못사는 동네의 대명사처럼 불려지는 동네이름이 싫어서라는 건 내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근대사의 한페이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 않은가 말이다. 봉천동의 옥탑방에서 내 소설들이 몸을 풀었다고 말하는 소설가 조경란의 봉천동 이야기를 들으며 오래된 기억을 한번 꺼내보았다. 그녀가 아직도 살고 있는 봉천동은 여전히 봉천동일 뿐이라고.. 

내 인생의 도시라는 제목에서부터 책 속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듯하다. 나는 그냥 누군가에게 인상깊었던 동네기행쯤이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해 주었던 곳, 자신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아주었던 곳,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곳... 바로 그런 곳의 이야기였다. 읽으면서 순간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모두가 아픔을 안고 살아내는거구나 싶었다. 그들의 힘겨움을 함께 나누어들고 묵묵하게 받아주었던 도시들이 책 속에 있었다. <친구>라는 영화로 대박난 영화감독 곽경택이 소개하는 부산은 그야말로 삶 그 자체였다. 됐나? 됐다! 한마디면 끝난다는 부산사람들의 속내를 볼 수 있어 정겨웠다. 아주 오래전 난생 처음으로 부산역에 발을 디디며 설레였던 순간이 기억났다. 시인 함민복이 소개하는 강화는 일전에 신문지상에서도 보았었다. 강화나들길이 생겨 그 길을 안내하고 있던 함민복이라는 이름이 가물거렸다. 무언가에 반한다는 건 참 아름다운 것 같다. 어느 한순간에 느닷없이 가슴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아버리면 그 곳을 떠난다는 게 그리 쉽진 않은 모양이다.

내게 좋은 느낌을 남겨준 글의 주인공인 시인 안도현이 들려주는 전주이야기에 솔깃해졌다. 빠른 시일내에 가 볼 예정인지라 더 큰 울림이 있었던 것 같다. 전주는 역사의 도시다. 짧은 시간으로 돌아보기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기에 여름여행으로 미루어 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전주가 어울림과 나눔의 도시라는 말에 왠지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한다. 시인 유홍준과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이 소개하는 진주와 해남 미황사는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인지라 마치 그곳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 설레이기까지 했다.  동대문시장을 글쓴이와 함께 어울렸을 화가 사석원의 말속에서 사람사는 냄새가 풍긴다. 민속학자 황루시가 소개하는 강릉의 또다른 모습을 보게되니 여간 즐겁지가 않았다. 도시는 유명한 관광지만 품고  있는 게 아니다. 그것말고도 우리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틀림없이 있다. 그런 것들을 이 책속에서 보게 된다. 소개하는 사람 혼자만의 감정일지라도 이미 글을 읽는 사람에게로 전이되어져 오는 걸 느낀다. 그래서 판화가 이철수를 만나러 제천으로 달려가고 싶어지고, 이원규 시인을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산방에 가고 싶어지고, 서귀포 거센 바닷바람에 창유리가 휘어진다는 화가 이왈종의 거실에 한번 들러보고 싶어진다. 그들 모두가 입을 모아 한목소리처럼 말하는 것은 그 도시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는 거였다. 서울이었다면 할 수 없었을 것들을 그 도시의 자연속에서 해낼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자연은 그렇게 묵묵하게 사람을 안아주는데 사람은 어째서 그토록이나 매정하게 자연을 떠나고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들의 도시에는 그들의 아픔이 함께 있었다. 인천엔 바다가 없다고 말하는 시인 김영승의 이야기에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고 말았다. 생활이라는 전쟁터에서 깨치고 터져도 신음조차 낼 수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그가 겪어왔던 시간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세상 입맛과 타협하기를 거부한 그의 시들은 세상을 향한 독설과 풍자를 퍼부어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내 속까지 후련해지게 만들던 지독히도 현실적인 그의 글이 참 좋았다. 그가 소개하는 도시 인천은 그의 말처럼 상처를 안고 희망을 바라보는 도시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인천의 이곳저곳을 한번쯤 다녀본 사람이라면 선악과 고저와 명암이 공존하는 도시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 같다. 김영승은 말한다. 미술관 하나없는 인천이 서울의 문화에 예속되기를 자청하는 게 안타깝다고.. 인천 바다에서 다시 '바위를 뚫는 우렁찬 파도소리'를 듣고 싶다고.. 그들은 한결같이 그들이 머무는 도시가 저마다의 색깔로 빛을 발하기를 소원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한가닥의 빛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들이 있어 그 도시들은 분명 환한 빛을 발하는 순간에 도달할 것이다. 그렇게하여 그들의 아픔 또한 기쁨과 환희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소설가 정찬주가 머문다는 '耳佛齋'에  언젠가 한번은 찾아보리라 한다. 그래서 나도 그에게 한 수 배워보고 싶다. /아이비생각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
고 써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 「반성 16」/ 김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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