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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 - 종교, 믿음을 팔고 권력을 사다
김상구 지음 / 해피스토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라는 말처럼 마주 대하는 게 정말 껄그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빤히 보이는 일인데도 누구 하나 나서서 말하지 않는다. 그 불편한 것들이 내 앞을 당당하게 활개치는데도 그냥 흘깃거릴 뿐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그 의식이 점점 더 팽배해져가고 있는 걸 보면서 가끔씩 느껴지는 위기의식이 두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가끔씩은 목소리를 높여 외치고자 하는 사람이 있어 어쩌면 살맛나는 세상일런지도...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 우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씩은 이렇게 조목조목 따져보아야 할 때도 있다. 더구나 우리의 의식을 좀 먹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런 목소리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이미 그 불편함을 드러내놓고 있다.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 도대체 믿음이 왜 돈이 되어야 하는가? 내가 묻고 싶었다. 갈수록 비대해지는 교회의 몸집을 보면서 그 안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믿음이라는 게 나는 궁금했었다. 어디를 가든 눈만 돌리면 자동적으로 시선에 잡히는 십자가들.. 유난히 뾰족하고 높은 십자가를 보면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저 십자가가 하나님 똥구멍을 찌르겠다! 똥구멍 찔린 하느님 엄청 아프겠다!
요즘 한창 화제가 되었던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시시비비는 정말 흥미로웠다. 이미 예견되어진 일이 눈앞에 펼쳐졌을 뿐인데 뭘 그렇게 떠들어대는 것인지.... 얼마전 나라를 대표한다는 대통령마저 공과 사를 구분짓지 못하는 행동으로 이미 도마위에 올랐던 일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아마 후대에도 종교앞에 무릎꿇은 대통령으로 길이 이름을 남기지 않을까 싶다. '종교인'과 '신앙인'은 다르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종교과 신앙은 무슨 차이일까? 내 짧은 소견으로 말해본다면 종교는 하나의 형식이며 틀일 뿐이다.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을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종교인이 아닌 신앙인이 되어야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마음을 잃어버린 채 종교인으로 살기를 원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뿐만이 아니라 이미 종교분리의 원칙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는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개신교 장로라는 위치는 개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 인한 마찰이 생겨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부 충성심 강한 자들의 소행이었다고는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일전에 사찰 입장료를 두고서 일반인들의 원성을 샀던 일로 비추어볼 때 이득이 생기지 않는 일이라면 우리는 그다지 크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성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 종교계에서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그 뒷모습을 들여다보면 '잇속챙기기'나 이미 가진 것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는 그림자가 분명하게 보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교회만을 위한 대출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신도수가 그 대출금액을 조정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을.. 그러다보니 믿음은 당연히 돈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고, 너나 할 것 없이 건물위로 십자가를 세우며, 앞다퉈 신도를 모집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차지한 면적이 좁아 별로 크지 않은 우리동네만 하더라도 건물위로 삐죽 올라선 십자가를 세어보니 열 개정도나 된다. 건물 몇 개만 건너뛰면 또다시 마주치는 게 교회라는 말이다.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이 교회 저 교회의 전도지를 받아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몇 미터 앞에서 또다른 교회의 전도지를 받아야 하는 우리동네의 현실만 보더라도 왠만한 대한민국 사람은 모두 천당갈 표를 사놓은 셈이다. 돈을 내고 사야하는 천당행표... 바로 그 표가 문제였을까? 금권선거가 난무하고 대형교회가 날로 늘어가는 이유를 따져보자고 한다면 간과할 수 없는 진실임엔 분명하다. 대한민국 은행에 교회만을 위한 대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책이 많은 도표와 실제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꼬집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암담하다. 권력화되어가는 개신교의 거대한 몸뚱이가 드리우는 그림자가 우리 사회를 잠식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는 명확하다. 종교계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논리적이다. 그냥 개인적인 의견만으로 그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글쓴이의 주장에 99%는 공감한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기 전에 우리의 종교계가 먼저 자성을 했어야만 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외면하는 정치계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주변을 끝없이 맴도는 만들어진 것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여기서도 만나게 된다. 종교인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에 대한 편협함은 극에 달하고 있다. 만들어진 영웅들의 모습에 화가난다. 물론 그 영웅들을 폄하하거나 부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단지 잘못되어진 오류를 말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그냥 덮어버린다는 것이다.
참고자료로 끼워넣은 일본의 '종교법인법' 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굳이 지면을 늘려가면서까지 그것을 알려주고자 하는 글쓴이의 절절함이 거기에 담겨 있다. 믿음이 왜 돈이 되어야 할까? 이러다가 중세의 면죄부가 다시 부활하는 건 아닐까? 팍팍한 현실속에서 작은 위안을 얻고자 선택한 사람들의 믿음을 돈의 가치로 여기는 세태가 서글프다. 성스러워야 할 이미지가 천박한 이미지로 변신하는 중이다. 책속에서 언급되어진 많은 것이 나를 놀라게 했다. 단지 개신교의 현실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우리의 종교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단순히 그들만의 '잇속챙기기'가 아니라 우리의 의식을 좀먹고 있다는 데 나는 공감한다. 이렇게 민감한 부분을 책으로 엮어내기까지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려움이 많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많은 사람이 제대로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사실 나는 이렇다할 종교를 갖지 못했다. 이제는 부적처럼 인식되어져가고 있는 개신교의 현실도 마음 아프고, 조용히 자아성찰을 하며 지내야 할 사찰들이 세속화되어가는 모습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정치속으로 뛰어들어 핏대를 세우는 카톨릭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물론 일부겠지만 그 소수로 인해 다수는 욕을 먹는 것이다. 그 모든 불편함을 우리가 만들어낸 것인데 누가 누구를 탓할까? /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