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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끝없는 도전 - 그들은 왜 교육개혁을 멈추지 않는가
파시 살베리 지음, 이은진 옮김 / 푸른숲 / 2016년 6월
평점 :
뭐든 그렇다. 그냥 만들어지는 것 없고, 거저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이 우스개소리 같아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말을 인정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교육은 중요하다.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를 키우는 것도 교육의 힘이요, 현재를 이끌어가고 있는 현세대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것 또한 교육의 힘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전국민을 교육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말이었다. 누구나 원하는 만큼 배울 수 있다는 말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昨今의 우리나라 현실을 보라. 교육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오죽했으면 부모교육이니 노인교육이니 하는 말이 생겨나고 있을까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릴때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표지에 그들은 왜 교육개혁을 먼추지 않는가, 라는 부제가 보인다.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하고, 그만큼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일터다.
물론 교육만 개혁한다고 현재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교육과 연계된 행정들이 함께 달라져야 한다. 핀란드의 개혁과정을 보면서 비빔밥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추장 팍팍 넣고 쓱쓱 비비는 그 비빔밥 말고 많은 재료를 넣고 비비지만 각각의 재료의 맛이 제대로 베어날 수 있도록 젓가락으로 비벼 먹는다는 그 비빔밥 말이다. 핀란드의 교육 개혁은 30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만큼 기다려줄 수 있었던 핀란드의 국민성에 탄복할 따름이다. 내실없이 그저 허울뿐인 우리의 행정체계가 과연 그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줄 수 있기나 할까?
세계는 치열한 경쟁구도로 치닫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의 교육현실은 평준화만을 외치고 있다고 한탄하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학교 지도의 목적은 시험 합격이 아니라는 말이 보인다. 오로지 대입 수능만을 위해 달려가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핀란드의 교육개혁은 너무나도 쉬워보였다. 적게 가르쳐야 많이 배운다, 시험이 적을수록 더 많이 배운다, 다양성을 확대해 형평성을 높인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핀란드의 교육자들은 많은 시간 수업을 하고, 숙제를 많이 한다고 더 잘 배우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불행하게도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가 지적으로 전혀 자극이 되지 않는 일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것이라는 말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제공하는 개인 과외나 보충 수업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그 시간에 무엇을 할까? 대개는 각 학교에서 저학년을 위한 방과 후 활동과 고학년을 위한 공부 모임이나 놀이 모임에 참석한다. 청소년 협회와 스포츠 협회는 청소년들의 학습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활동 기회를 제공한다. 정말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핀란드 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처럼 많은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평가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모든 교사는 학습 과정 평가가 있다. 또한 매 학기가 끝난 뒤에 학생들의 발달을 평가하는 종합평가가 있다. 그 다음으로 외부 평가가 있는데 3~4년 주기로 읽기, 수학, 과학, 그 밖의 다른 과목에 대한 학습을 평가한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성적표는 교사들이 함께 내리는 전문적인 평가라는 말이다. 그만큼 아이들을 향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일 터다. 그야말로 교사와 학생이 하나가 되어 배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핀란드는 전세계적인 평가기준에 그들을 맞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화를 이야기하며 정해놓은 잣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핀란드에서 필요한 시스템을 고민하고 생각하여 그것을 적용시킨다는 것이다. 핀란드 거주자의 약 4.7퍼센트가 외국 태생이라는 말은 더 놀라웠다. 핀란드 사회의 문화적 이질성을 이미 극복해냈다는 그들. 증가하는 다양성에 발맞춰 좀 더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을 보며 진정한 선진국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핀란드에서는 교사라는 직업이 상당히 상위에 속한다. 거기에 교사에 대한 사람들의 존경심 또한 높다고 한다. 물론 교사가 되는 길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교육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만큼 좋은 교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단순히 직업으로서의 교사가 아니라 도덕적 사명감에 고취되어 있는 교사라면 자연스럽게 존경심이 우러날 터다. 세상에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텝은 많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문제다.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와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멋대로 뜯어고친다면 안하니만 못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의 현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그 좋은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행태를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정부와 교육계의 엇박자로 삐걱거리는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그 와중에 희생되는 건 우리의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교사의 전문적인 역할, 학생들과의 관계 등 교육학의 전통적인 가치를 귀히 여기며 가르침. 과거의 경험으로 인증된 교육 관례를 학교 개선의 주요 원천으로 삼음.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판단함에 있어서 교사와 학교장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교육제도 안에서 책임과 신뢰의 문화를 구축해 나감. 실패하거나 뒤처질 위험이 있는 학교와 학생들을 지원하는데 재원을 투입함. 표본을 기반으로 학생을 평가함... 세계교육개혁운동이라는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교육정책을 실행에 옮긴 그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렇다고해서 핀란드가 세계교육정책과 전혀 관계없는 교육정책을 실시했다는 말은 아니다. 이러한데도 핀란드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된다... 문득 며칠 전에 읽었던 신문기사가 생각난다. 우리나라의 대학 총장들이 자율권을 주장하며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정부의 정책이 너무 깊게 관여한다면 지금까지처럼 보여주기식으로 끝날 확률은 높다. 그들의 도전이 제대로 된 도전이기를 바랄뿐이다. 우리의 교육, 이대로는 안된다. 우리에게도 도전이 필요하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