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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
마크 월린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6년 11월
평점 :
부모의 트라우마가 그대로 아이의 트라우마가 되고 아이의 행동이나 정서 문제는 부모의 문제를 거울처럼 반영한다.( -63쪽)
책의 제목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트라우마가 유전된다고? 설마! 책을 읽으면서 왜 저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늘 들어왔던 말인데 뭔가 다른 게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제목이기는 했다. 심리분야에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누구나 자기 안에 아이를 품고 있다고. 그 아이와 화해를 하고 그 아이와 함께 할때 마음속의 어둠과 불안이 어느정도는 해소될 수 있는거라고. 그렇다면 그 아이의 존재는 누구일까? 바로 자기 자신이다. 어린시절의 자아다. 어린시절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상처를 입고 숨어버린 자아의 내면이라는 것이다. 가슴 깊숙히 숨겨놓은 자아와 마주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건 많은 사람에게 아마도 생각보다 힘겨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오래전 내 부모, 조부모로부터 시작되어져 내게로까지 전이되어져 온 것이 지금의 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다지 틀린 말도 아닌 듯 하다. 너무 깊이 각인된 트라우마를 가슴에 안고 사는 내 자신과 마주서고 싶어 관심을 갖게 된 책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다가오는 느낌이 없어 당혹스러웠다. 내내 공감한다고 생각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도 끝내 그 답답함을 풀지 못했다. 아무래도 좀 더 신중하게 다시한번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트라우마 반복'이 언제나 원래 사건을 정확히 복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컨대 어느 집안에서 누군가가 범죄를 저질렀는데 후대에 태어난 사람이 스스로 깨닫지도 못한 채 죗값을 대신 치르기도 한다. ( -82쪽)
우리는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생기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 "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 아이구,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라고. 주변에서, 아니 나조차도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 중의 하나다. 부모가 덕을 쌓으면 자식대에 복을 받는다거나, 부모가 못된 짓을 하면 자식을 생각하면 저러면 안되지, 라는 말도 심심찮게 하곤 한다. 그렇다면 정말 그런 일이 생겨날까? 복을 받았다는 말보다는 자식이 죗값을 대신 치루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다. 그만큼 착하게 살라는 말인 줄 알았더니 과학적으로 증명되어진 사실이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실례를 이 책속에서 볼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先代의 경험인자가 후손에게까지 그대로 유전된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더구나 그것으로 인해 후대의 행복이나 불행까지도 좌우될 수 있다니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탓이라는 말이 느닷없이 떠오른다. 왜지?
우리는 무의식의 영역에 놓아 둔 자기 상처를 건드리는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 -287쪽)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아픔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린다. 어린시절에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정에 약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어린시절에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을 주고받는 것에 서툴다. 그렇게 따지고보면 상처를 건드리는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한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그러나 그 반대로 생각할수도 있다. 상처를 준 사람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과는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어느쪽이 더 나은지는 알 수 없겠으나 책속에서는 상처를 건드리는 사람을 선택함으로써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으니 전자를 그다지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혹여 그 상처가 덧날까 걱정스러운 까닭이다. 그렇다면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새로운 경험을 몸에 새기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치유의 문장을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트라우마의 원인부터 그것을 알아내고 치유하기 위한 노력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지만 그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개선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음~ 역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듯하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