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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없는 삶 - 타인의 욕망에서 벗어날 용기
고명한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5년 4월
평점 :
세상에 브랜드 없는 삶은 없다. 이름이 브랜드인 까닭이다. 단지 유명하다, 유명하지 않다로 달라질 뿐이다. 저자의 말처럼 소유하고 있는 것들의 몇 퍼센트가 유명 브랜드 제품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을 영위하고 나의 가치를 설명하는데 있어 브랜드가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느냐가 중요하다.(-9쪽) 살펴보니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워지는 것들은 없어도 그런데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제품들이 제법 있다. 동네시장에서 사지 않는 한 어느 정도는 이름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제품의 이름보다는 그것을 만든 기업의 이름을 우리가 알고 있는 까닭이다. 명품을 잘 모르기도 하지만 그런 것에 그다지 많은 의미를 두지 않는다. 어쩌면 어떤 게 명품인지 잘 모른다는 게 더 솔직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이름난 제품들을 보기는 했지만 쓸데없이 비싸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다. 유행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기 때문인지 트렌드라는 말에도 심드렁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트렌드라는 말이 감춰둔 속뜻이 변덕이라는 말에 웃음이 났다.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유행은 돌고 돈다. 시대의 상황에 맞게 변한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말장난일 뿐이다. 한마디로 말해 소비를 추구하며 사는 현대사회에 휘둘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말일 게다. 누군가에게 유행을 따르라고 강요받은 적 없을 것이다. 단지 자신이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며 휘둘릴 뿐. 소확행을 추구해본 적도 없고, 미니멀리스트가 되자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저 세상을 떠도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인데 더러는 특이한 사람이라느니, 혼자 잘났다느니 하는 말들을 들을 때가 있었다. 어쩌면 유행을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물질에서 벗어나 내면에 집중하자는 행복론이 도대체 어떻게 물질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자본주의 시장의 목표물이 될 수 있었을까? 행복을 위한 삶의 방법은 무척이나 다양하고 주관적이며, 열거한 행복론은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두가 대중의 관심을 얻어 트렌드가 되면서 극단적으로는 웰빙과 미니멀리즘, 소확행, 욜로의 방식대로 살지 않으면 행복을 얻을 수 없다고 여기게 되었다.(-103쪽)
이 책의 말처럼 옷으로 경쟁하고 차로 이겨서 행복하다면 그렇게 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옷이나 차로 경쟁하고 이긴다 한들 그것은 결코 행복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갈 필요도 없다. 그들이 내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나 힘들 때 도움을 주지도 않는다. 그리고 잘 알고 있듯이 타인들은 내게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알맹이 없는 관심을 잠깐 받아봤자 남는 건 공허뿐이다.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경쟁을 믿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영화와 다른 역할에서의 승리자예요. 우리는 각자 다른 역할을 했을 뿐이에요.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경쟁할 수 없습니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