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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이 알고 있다
모리 바지루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평점 :
이야기의 형식도 다르고, 주인공도 다른 다섯 개의 이야기가 서로 얽혀 있다는 구성이 이채롭기는 했다. 사건의 의뢰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범인을 찾아주겠다면서 폭력단의 넘버3에게 말도 안되는 금액을 제시하는 여성 탐정의 이야기 <아오카게 탐정의 현금 출납장>은 추리 소설의 형식을 띠고, 사투리가 맘에 든다면서 처음 만난 친구에게 함께 짝을 맞춰 만담을 하자고 다짜고짜 제안하는 고등학생의 이야기 <최고 반응!>은 청춘들의 도전과 사랑을 그렸고, 목숨을 위협하는 '미래인'과 목숨을 구해주는 '미래인'을 동시에 만나게 된 여고생이 궁금했던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는 세 번째 이야기 <FUTURE BASS>는 SF소설이다. 살인자가 되어버린 이세계인을 찾아 나서는 추방된 마법사와 기억을 잃은 채로 마법사에게 소환된 어떤 영혼이 등장하는 <라쿠아 브레즈노와 죽은 자의 기억>은 판타지 형식이고 , <사랑과 질병>은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자신의 병을 고백하면서 실연을 반복하다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된 30대 여성의 이야기다. 이렇게 각각의 장르로 만난 이야기들의 밑바탕에는 하나로 합쳐지는 흐름이 있다. 제목만 봐서는 일종의 추리 소설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냥 단편 소설의 묶음집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일본 소설을 좋아하지만 이세계의 이야기를 그린 SF나 판타지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인지 세 번째와 네 번째 이이야기에서는 몰입이 되지 않아 읽는 시간을 좀 허비한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서로 다른 다섯개의 이야기를, 현실적인 이야기와 환상을, 하나로 멋지게 연결지었다는 것에 놀랐다. 단행본 데뷔작으로 상을 받았다는 소개글이 보인다. "이 세상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알 때까지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든 아는 척일 뿐이야."(-180쪽)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 해 본 적이 있었나? 쉽지 않은 생각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우리네의 삶이 서로 얽혀 있다는 말일 것이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고 나서야 책의 제목을 이해하게 된다. 모든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아는 것은 이 책을 읽은 사람 뿐이라는 걸.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