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네이션 아트 - 전 세계 505곳에서 보는 예술 작품
파이돈 프레스 지음, 이호숙.이기수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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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쪽에 나갈 일이 있으면 항상 보고 오는 작품이 하나 있다. 햄머맨이다. 건물높이의 크기를 가진 사람모형의 작품인데 35초마다 한번씩 햄머를 움직인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시간과 겹쳐지기도 하지만 힘겨운 일상을 담아낸 듯 보여 많은 느낌을 전해받곤 한다. 책속에서 그 작품을 보게 되니 반가웠다. 또 하나,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덕수궁 뒷쪽 담장 아래에 찌그러진 형상의 사람들이 서 있다. 그 작품 역시 이채로운 느낌을 준다. 전세계의 예술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유명하다는 작품들을 보기 위해 세상의 여러곳을 모두 가볼 수는 없는 일이니 그런 기회가 있다면 선택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유명하다는 작가들의 이렇다 한 작품들을 도록처럼 모아놓았다. 정성 가득한 귀한 책이다. 미술에 문외한인 까닭으로 책에 실린 작품들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는 않았다. 특히나 현대미술은 직접 봐도, 혹은 설명을 들어도 그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게 그리 쉽지않다.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건 정말 어렵다고 하니 그냥 보고 느끼면 된다던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작품들을 만날 때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이안 대번포트라는 작가의 <쏟아져내리는 선들>이라는 작품이다. 사진을 보면서 살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편견속에서 허덕이는가 되묻게 된다. 많은 사람이 예술작품이라고 보기에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 알 수는 없어도 작가만의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거라고 믿고 싶어지는 작품이 아닌 까닭이다. 어쩌면 일상의 단순함을 담은 작품일수도 있는 일이지만. 경기도 안양의 안양예술공원에도 세계의 작가들이 만든 조형물들이 많다. 도슨트를 따라 작품의 설명을 들으며 한번 돌아본 적이 있었는데 저마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걸 알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었다. 일본 나오시마에 설치되었던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노란 호박' 조형물도 설명을 들으면 이해하게 될까?



이런 저런 이유를 댄다해도 역시 현실적인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는 건 사실이다. 아르망이라는 작가의 두 작품을 보면서 무서운(?) 생각을 한다. 왼쪽의 작품명이 '장기주차'다. 우리 동네 무개념으로 세워둔 자동차들을 이런 방식으로 장기주차를 시키면 어떨까 하고. 오른쪽 작품명은 '평화를 향한 희망'이다. 레바논의 15년 내전 종식을 축하하는 의미로 만들었다는데 콘크리트에 갇혀 있는 전차들의 모습이 살풍경하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무제'라는 작품인데 미술관에 설치되었다는 게 왠지 이채롭게 다가온다. 전통적인 작품들과 불경스러운 조화을 이루고 있다는 이 작품이 미술관과 어떤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곳 저곳에 흩어진 세상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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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개인주의자 - 온전한 자기 자신을 발명하는 삶의 방식
정수복 지음 / 파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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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생물학적 욕구, 습관과 관습, 광고가 만든 트렌드에 따라 살면서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산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나의 욕망은 조작된 욕망일 수 있다. 나의 욕망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일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뜻대로 사는 것 같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함정과 덫에 걸려 있을 수도 있다. 인형극 공연자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살아가면서 자기의 의도대로 산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인형을 움직이는 줄은 눈에 보이지만, 오늘날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과 의식을 조작하는 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줄의 존재를 인식하고 외부의 힘에 의해 조종된 삶을 벗어나기가 그만큼 어렵다. 개인주의자는 그 줄의 존재와 모습을 투명하게 인식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쓰는 존재다. (- 170~171쪽)

개인적으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현대는 몰개성의 시대라고. 각자가 개성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기만의 특색이 없다. 유행에 민감한 시대에 살면서 자기 자신만의 특색을 강조하기가 쉽지는 않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작금의 사회는 소위 '튀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 까닭이다. 은근함과 암묵적인 방법으로 다수를 위해 '희생'과 '헌신'을 바라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개인주의가 없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도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주의는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기주의와 상통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다보니 개인주의라는 말을 호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배움의 시작이다. 모든 것을 전에 있었던, 혹은 행해왔던 것들에 대해 배운다. 그것의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 역시 이미 있었던 것들이 기초가 된다. 모든 것은 만들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저렇게 해야 네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거라고 세뇌당한채 우리는 어른이 된다. 이미 배워왔던 것들이 나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서 자기 자신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해 보인다. 석가가 태어났을 때 외쳤다는 "天上天下唯我獨尊"은 세상에 오직 나만 있다는 뜻이 아니라 우주 가운데 자기自己보다 더 존귀한 이는 없다는 뜻이다. 책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는 진정한 개인주의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한다. 개인주의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인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인주의를 이기주의(egoism) 같은 것으로 본다. 그러나 자유로운 개인주의자(individualist)를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자와 명확하게 구별해야 한다. 이기주의자와 개인주의자는 우선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가 다르다. 이기주의자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는 자기 밖의 이익이 될 만한 것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자기 자신과의 진실한 관계를 중시한다. 이기주의자는 ‘자기 이익(self-interst)’을 우선적으로 추구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진정한 자아(authentic self)’를 추구한다. 이기주의자는 세상의 쾌락과 재화를 추구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자기 안에 들어 있는 자기다움을 실현하려고 한다.(- 41쪽)

'이타적 개인주의자'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우리는 개인주의자라고 하면 보통은 이기주의를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분명 다르다. 전통사회에서는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우선이었다. 개인의 존재를 거부하고 사회의 부속물처럼 살아야했던 시대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유를 원했고 개인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자유민주주의가 탄생했다고 한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개인의 완전한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 듯 하다. 어쩌면 과도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작금의 현실이 자유방임주의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이 시대를 살면서 과연 우리에게 진정한 개인주의자를 인정할 수 있는 시절이 오기는 할까? 이런 생각이 앞서기도 한다.

개인주의자는 전통과 관습을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고 대세나 다른 사람의 생각에 쉽사리 동조하지 않는다. 그는 많은 사람이 무심코 따르는 관습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주류의 지배적 의견을 따르지 않고 비판적 소수 의견을 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타당한 의견을 주장하면 그것을 경청하고 수용해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개인주의자는 무엇보다도 독자적으로 사유하는 생각의 주체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개인주의자는 없다.(- 37쪽)

요란한 세상의 방울소리를 한쪽 귀로 흘려들으며 살려고 노력한다.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나만의 삶에 충실하고 싶은 까닭이다. 주변인들은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않는다고 이상한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 아직까지 완전한 개인주의자는 아니지만 개인주의를 지향한다. 온갖 것들이 쏟아지는 물결에 휩쓸리지 않으며 살고싶을 뿐이다. 저들이 내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니. 이 책을 읽고나니 왠지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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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의 말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 성공의 주도권을 잡는 12가지 대화의 법칙
아다치 유야 지음, 황국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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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아지면서 말의 중요성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말을 잘해서 천냥 빚을 갚고 싶은 게 아니라 말을 잘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별 것 아닌 말로 상처를 받고 또 상처를 주는 경우가 허다한 까닭이다. 뒷말을 싫어하는 성격탓에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화법을 사용하곤 했는데 그게 또 그 사람에게는 하나의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은 나이가 든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내가 뒷끝이 없다는 말은 곧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제사 알게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각각의 취향이 있고 살아가는 방식 또한 제각각이다 보니 상대해야 하는 일에 따라 말도 달라져야 한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까닭으로 이 책에 욕심이 났다. 나이 들면서 좀 더 유연하고 포용하는 말투를 배우고 싶다는 그런 욕심.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대를 접었다. 이런 주제의 자기계발서가 너무나도 많았었기에. 어찌되었든 모든 것은 자신이 얼만큼 실천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한갑자를 넘게 살아보니 '경청'이라는 말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하지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게다가 대화를 나누게 되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이입이 되어 버려 어느새 목소리가 높아져 있음을 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두가 좀 더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하는 욕심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화법은 새겨둘 만 하다. 책의 소개글에서도 보여주고 있는 말이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① “일단 반응하지 마라.”

② “일을 잘한다는 것은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

③ “사람은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을 신뢰한다.”

④ “사람과 싸우지 마라, 과제와 싸워라.”

⑤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말하는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⑥ “지식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할 때 비로소 지성이 된다.”

⑦ “인정 욕구를 채워 주는 쪽이 되어라.”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통해 들어왔던 말이다. 하지만 말처럼 그리 쉽지 않기에 지금까지도 이렇게 강조하고 있는 것일 게다. 위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가 실천하며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일단은 ①번, ②번, ③번, ⑦번을 실생활에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반응하지 말라는 말은 피드백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일단 들어야 한다는 말일 터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제대로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타인에 의해 일을 잘하고 못함이 결정된다는 말에도 이의를 내세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사람은 진심이 없는 말과 행동은 금방 눈치챈다. ③번의 말처럼 상대방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생각해 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⑦번에서 말하고 있는 '상대방을 인정하기'에 해당하는 것일 것이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반성하게 된다. 더 나이 들기전에 좀 더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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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판 사나이 열림원 세계문학 5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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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판 사나이'라는 제목을 보면 이 책속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 뻔한 주제를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했다. 동화처럼 순수하게 그렸을까? 악마에게 그림자를 팔아버린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라는 저자의 이름이 낯설어 찾아보니 프랑스 출신의 독일 작가라고 한다. 책의 소개글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이 소설은 환상소설이다. 페터 슐레밀이라는 남자는 회색빛 코트를 입은 사람이 주머니에서 무엇이든지 꺼내는 것을 보게 된다. 망원경부터 양탄자, 심지어 말까지.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꺼내는 모습이 처음엔 신기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두려움이 느껴져 페터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회색빛 코트를 입은 사람이 어느새 자신의 뒤에 서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페터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자신의 주머니안에 있는 모든 것을 줄 수 있으니 그 대신 당신의 그림자를 팔라고. 그의 제안에 페터가 선택했던 것은 마법의 돈주머니였다. 그림자를 판 대가로 엄청난 재물을 갖게 된 페터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면 살게 된다. 그러나 그림자가 없는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으로 인해 그는 당당하게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사회로부터 소외되었던 것이다. 돈은 많지만 단지 그림자가 없다는 이유로 고통속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자 그는 다시 그림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색빛 코트를 입은 사람을 기다린다. 그림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여인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페터.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나게 된 그 사람에게 페터가 묻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정말 제가 누군지 모르시나요? 저는 보잘것없는 악마입니다. 탁월한 기예를 주어도 친구들로부터 배은망덕만을 되받는 학자이자 물리학자처럼 보이는 그런 악마 말입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약간의 실험을 즐기는 것 이외에는 이 지구상에서 다른 어떤 것도 즐기지 않는 악마입니다." 그리고 그 악마는 페터에게 다시 제안을 한다. 어쨌든 당신의 그림자를 돌려드릴테니 여기에 서명을 하시겠습니까? 페터는 두번째 악마의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소설은 페터의 두가지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고뇌에 대한 성찰을 담아냈다는 것, 그리고 삶의 가치에 대한 물음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두번째 삶을 보면서 환상적이라기보다는 조금은 뜬금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살짝 당황스러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자의 이름을 검색해 보고나서야 어쩌면 그의 자전적 소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샤미소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귀족의 특권을 박탈당해 베를린에 정착하게 된다. 그 후, 아버지는 프랑스로 돌아갔지만 아들은 독일인으로 남았다. 나폴레옹 전쟁에서 포로가 되었던 샤미소는 포로에서 풀려나 프랑스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부모는 죽고 그의 성은 폐허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독일인으로 대했다.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간 샤미소는 자연과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당시 <그림자 없는 사나이>의 원고를 친구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몇년 후, 샤미소는 러시아 북극 탐험선에 승선하여 대항해에 나선다. 그때의 모든 일정들이 페터의 두번째 삶에 그려지고 있다. 날아다닐 수 있는 장화를 얻게 된 페터의 바쁜 일상으로. 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자신의 원고가 책으로 출판되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식물학 연구에 몰두하기도 했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어찌되었든 뻔한 주제라고 생각했지만 조금이 이채롭게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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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 - 꽃쟁이 혁이삼촌이 들려주는 풀꽃들의 새로운 비밀
이동혁 지음 / 이비락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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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봄이 오면 괜시리 흥얼거리게 된다. 좋아하는 색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이기도 하고.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연녹색을 엄청 좋아한다. 이제 막 움트는 새잎의 색깔, 그 연녹색을 보면 알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들 때도 있다. 잎이 그런데 하물며 꽃이야 말해 뭐할까. 계절에 맞게 피는 수많은 꽃을 보면서 저마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는 생각, 한번쯤은 누구나 해보지 않았을까? 한때는 산에 들에 피는 꽃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서 식물도감을 옆에 끼고 살기도 했었다. 다만 우리가 그 이름을 모를 뿐이지 세상에 잡초는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책을 받고 잠깐 품에 안아보았다. 너무나 좋아하는 풀꽃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벅차올라서. 이 책속에는 산에서 만나는 풀꽃, 들에서 만나는 풀꽃, 물가와 바닷가에서 만나는 풀꽃, 그리고 마당에서 만날 수 있는 풀꽃들의 이름이 가득하다. 또한 풀꽃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까지 알려주고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어쩌면 한번씩은 스쳐갔을지도 모를 풀꽃의 얼굴을 보면서 그 때 내가 너의 이름을 알고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꽃보다 잎이 노루를 닮아서 노루귀, 꽃보다 꽃봉오리가 족두리를 닮았다는 족도리풀, 한국의 에델바이스라는 산솜다리는 산에서 만나는 풀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특산식물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소중한 한국식물임에도 일본인에게 이름을 빼앗겨 버린 금강초롱꽃의 아픈 역사를 보면서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앞서기도 한다. 옛날에 임금이 죄인에게 내렸던 사약의 원료가 투구꽃이었다. 보통 우리는 死(죽을 사)藥으로 알고 있지만 賜(줄 사)藥이 맞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뚱딴지라는 풀꽃의 이름을 보면서 그에 못지 않게 특이한 개불알풀꽃이라는 이름이 떠올라 슬그머니 웃어본다. 세상에 들국화라는 꽃은 없다.

이제 벚꽃 시즌이 끝나고 철쭉이 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산책하기 좋은 날, 천천히 걸으면서 눈을 맞추며 이름 불러 줄 친구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민들레, 제비꽃, 애기똥풀, 달개비, 괭이밥, 마타리.... 여기저기서 보라색 제비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제비들의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가끔은 부르지 않아도, 가라고 하지 않아도 때맞춰 오고가는 계절이 신비롭기도 하다. 산책을 하면서 많이 볼 수 있는 가시박은 더이상은 어떻게도 할 수 없이 번져버린 외래식물이라고 한다. 단풍잎 돼지풀과 막상막하라는데 돼지풀보다 더 강한 놈이라 아주 골치 아프다고 하니 생태오염이 아닐 수 없다. 7월 중순쯤이면 물가를 화사하게 수놓는 연꽃들. 연꽃 구경을 그리 많이 다니면서도 대부분이 미국연꽃이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저자가 소개하는 사진을 통해 한국연꽃을 보았다. 저리 예쁜 꽃을 볼 수 없다니. 게다가 한국연꽃을 아예 볼 수 없다는 말에 서글픔이 앞선다.

저자는 국립수목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학 재학 중 안도현 시인에게 ‘시 쓰기와 시 읽기’ 수업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풀꽃, 나무 이름을 공부하다가 본격적으로 식물 공부 및 사진 촬영 길을 걷게 되었다는 말도 보인다. 역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시를 사랑하는 마음은 일맥상통하나? 작품도 많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야생화 바로 알기>, <한국의 나무 바로 알기>는 한번 보고 싶다. 수목원과 식물원을 많이 찾아다니고 있지만 더 많이 찾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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