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판 사나이 열림원 세계문학 5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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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판 사나이'라는 제목을 보면 이 책속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 뻔한 주제를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했다. 동화처럼 순수하게 그렸을까? 악마에게 그림자를 팔아버린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라는 저자의 이름이 낯설어 찾아보니 프랑스 출신의 독일 작가라고 한다. 책의 소개글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이 소설은 환상소설이다. 페터 슐레밀이라는 남자는 회색빛 코트를 입은 사람이 주머니에서 무엇이든지 꺼내는 것을 보게 된다. 망원경부터 양탄자, 심지어 말까지.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꺼내는 모습이 처음엔 신기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두려움이 느껴져 페터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회색빛 코트를 입은 사람이 어느새 자신의 뒤에 서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페터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자신의 주머니안에 있는 모든 것을 줄 수 있으니 그 대신 당신의 그림자를 팔라고. 그의 제안에 페터가 선택했던 것은 마법의 돈주머니였다. 그림자를 판 대가로 엄청난 재물을 갖게 된 페터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면 살게 된다. 그러나 그림자가 없는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으로 인해 그는 당당하게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사회로부터 소외되었던 것이다. 돈은 많지만 단지 그림자가 없다는 이유로 고통속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자 그는 다시 그림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색빛 코트를 입은 사람을 기다린다. 그림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여인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페터.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나게 된 그 사람에게 페터가 묻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정말 제가 누군지 모르시나요? 저는 보잘것없는 악마입니다. 탁월한 기예를 주어도 친구들로부터 배은망덕만을 되받는 학자이자 물리학자처럼 보이는 그런 악마 말입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약간의 실험을 즐기는 것 이외에는 이 지구상에서 다른 어떤 것도 즐기지 않는 악마입니다." 그리고 그 악마는 페터에게 다시 제안을 한다. 어쨌든 당신의 그림자를 돌려드릴테니 여기에 서명을 하시겠습니까? 페터는 두번째 악마의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소설은 페터의 두가지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고뇌에 대한 성찰을 담아냈다는 것, 그리고 삶의 가치에 대한 물음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두번째 삶을 보면서 환상적이라기보다는 조금은 뜬금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살짝 당황스러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자의 이름을 검색해 보고나서야 어쩌면 그의 자전적 소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샤미소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귀족의 특권을 박탈당해 베를린에 정착하게 된다. 그 후, 아버지는 프랑스로 돌아갔지만 아들은 독일인으로 남았다. 나폴레옹 전쟁에서 포로가 되었던 샤미소는 포로에서 풀려나 프랑스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부모는 죽고 그의 성은 폐허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독일인으로 대했다.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간 샤미소는 자연과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당시 <그림자 없는 사나이>의 원고를 친구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몇년 후, 샤미소는 러시아 북극 탐험선에 승선하여 대항해에 나선다. 그때의 모든 일정들이 페터의 두번째 삶에 그려지고 있다. 날아다닐 수 있는 장화를 얻게 된 페터의 바쁜 일상으로. 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자신의 원고가 책으로 출판되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식물학 연구에 몰두하기도 했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어찌되었든 뻔한 주제라고 생각했지만 조금이 이채롭게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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