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개인주의자 - 온전한 자기 자신을 발명하는 삶의 방식
정수복 지음 / 파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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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생물학적 욕구, 습관과 관습, 광고가 만든 트렌드에 따라 살면서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산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나의 욕망은 조작된 욕망일 수 있다. 나의 욕망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일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뜻대로 사는 것 같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함정과 덫에 걸려 있을 수도 있다. 인형극 공연자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살아가면서 자기의 의도대로 산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인형을 움직이는 줄은 눈에 보이지만, 오늘날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과 의식을 조작하는 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줄의 존재를 인식하고 외부의 힘에 의해 조종된 삶을 벗어나기가 그만큼 어렵다. 개인주의자는 그 줄의 존재와 모습을 투명하게 인식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쓰는 존재다. (- 170~171쪽)

개인적으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현대는 몰개성의 시대라고. 각자가 개성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기만의 특색이 없다. 유행에 민감한 시대에 살면서 자기 자신만의 특색을 강조하기가 쉽지는 않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작금의 사회는 소위 '튀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 까닭이다. 은근함과 암묵적인 방법으로 다수를 위해 '희생'과 '헌신'을 바라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개인주의가 없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도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주의는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기주의와 상통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다보니 개인주의라는 말을 호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배움의 시작이다. 모든 것을 전에 있었던, 혹은 행해왔던 것들에 대해 배운다. 그것의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 역시 이미 있었던 것들이 기초가 된다. 모든 것은 만들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저렇게 해야 네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거라고 세뇌당한채 우리는 어른이 된다. 이미 배워왔던 것들이 나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서 자기 자신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해 보인다. 석가가 태어났을 때 외쳤다는 "天上天下唯我獨尊"은 세상에 오직 나만 있다는 뜻이 아니라 우주 가운데 자기自己보다 더 존귀한 이는 없다는 뜻이다. 책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는 진정한 개인주의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한다. 개인주의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인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인주의를 이기주의(egoism) 같은 것으로 본다. 그러나 자유로운 개인주의자(individualist)를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자와 명확하게 구별해야 한다. 이기주의자와 개인주의자는 우선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가 다르다. 이기주의자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는 자기 밖의 이익이 될 만한 것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자기 자신과의 진실한 관계를 중시한다. 이기주의자는 ‘자기 이익(self-interst)’을 우선적으로 추구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진정한 자아(authentic self)’를 추구한다. 이기주의자는 세상의 쾌락과 재화를 추구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자기 안에 들어 있는 자기다움을 실현하려고 한다.(- 41쪽)

'이타적 개인주의자'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우리는 개인주의자라고 하면 보통은 이기주의를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분명 다르다. 전통사회에서는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우선이었다. 개인의 존재를 거부하고 사회의 부속물처럼 살아야했던 시대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유를 원했고 개인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자유민주주의가 탄생했다고 한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개인의 완전한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 듯 하다. 어쩌면 과도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작금의 현실이 자유방임주의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이 시대를 살면서 과연 우리에게 진정한 개인주의자를 인정할 수 있는 시절이 오기는 할까? 이런 생각이 앞서기도 한다.

개인주의자는 전통과 관습을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고 대세나 다른 사람의 생각에 쉽사리 동조하지 않는다. 그는 많은 사람이 무심코 따르는 관습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주류의 지배적 의견을 따르지 않고 비판적 소수 의견을 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타당한 의견을 주장하면 그것을 경청하고 수용해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개인주의자는 무엇보다도 독자적으로 사유하는 생각의 주체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개인주의자는 없다.(- 37쪽)

요란한 세상의 방울소리를 한쪽 귀로 흘려들으며 살려고 노력한다.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나만의 삶에 충실하고 싶은 까닭이다. 주변인들은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않는다고 이상한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 아직까지 완전한 개인주의자는 아니지만 개인주의를 지향한다. 온갖 것들이 쏟아지는 물결에 휩쓸리지 않으며 살고싶을 뿐이다. 저들이 내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니. 이 책을 읽고나니 왠지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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