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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 - 꽃쟁이 혁이삼촌이 들려주는 풀꽃들의 새로운 비밀
이동혁 지음 / 이비락 / 2024년 3월
평점 :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봄이 오면 괜시리 흥얼거리게 된다. 좋아하는 색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이기도 하고.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연녹색을 엄청 좋아한다. 이제 막 움트는 새잎의 색깔, 그 연녹색을 보면 알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들 때도 있다. 잎이 그런데 하물며 꽃이야 말해 뭐할까. 계절에 맞게 피는 수많은 꽃을 보면서 저마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는 생각, 한번쯤은 누구나 해보지 않았을까? 한때는 산에 들에 피는 꽃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서 식물도감을 옆에 끼고 살기도 했었다. 다만 우리가 그 이름을 모를 뿐이지 세상에 잡초는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책을 받고 잠깐 품에 안아보았다. 너무나 좋아하는 풀꽃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벅차올라서. 이 책속에는 산에서 만나는 풀꽃, 들에서 만나는 풀꽃, 물가와 바닷가에서 만나는 풀꽃, 그리고 마당에서 만날 수 있는 풀꽃들의 이름이 가득하다. 또한 풀꽃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까지 알려주고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어쩌면 한번씩은 스쳐갔을지도 모를 풀꽃의 얼굴을 보면서 그 때 내가 너의 이름을 알고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꽃보다 잎이 노루를 닮아서 노루귀, 꽃보다 꽃봉오리가 족두리를 닮았다는 족도리풀, 한국의 에델바이스라는 산솜다리는 산에서 만나는 풀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특산식물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소중한 한국식물임에도 일본인에게 이름을 빼앗겨 버린 금강초롱꽃의 아픈 역사를 보면서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앞서기도 한다. 옛날에 임금이 죄인에게 내렸던 사약의 원료가 투구꽃이었다. 보통 우리는 死(죽을 사)藥으로 알고 있지만 賜(줄 사)藥이 맞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뚱딴지라는 풀꽃의 이름을 보면서 그에 못지 않게 특이한 개불알풀꽃이라는 이름이 떠올라 슬그머니 웃어본다. 세상에 들국화라는 꽃은 없다.
이제 벚꽃 시즌이 끝나고 철쭉이 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산책하기 좋은 날, 천천히 걸으면서 눈을 맞추며 이름 불러 줄 친구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민들레, 제비꽃, 애기똥풀, 달개비, 괭이밥, 마타리.... 여기저기서 보라색 제비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제비들의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가끔은 부르지 않아도, 가라고 하지 않아도 때맞춰 오고가는 계절이 신비롭기도 하다. 산책을 하면서 많이 볼 수 있는 가시박은 더이상은 어떻게도 할 수 없이 번져버린 외래식물이라고 한다. 단풍잎 돼지풀과 막상막하라는데 돼지풀보다 더 강한 놈이라 아주 골치 아프다고 하니 생태오염이 아닐 수 없다. 7월 중순쯤이면 물가를 화사하게 수놓는 연꽃들. 연꽃 구경을 그리 많이 다니면서도 대부분이 미국연꽃이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저자가 소개하는 사진을 통해 한국연꽃을 보았다. 저리 예쁜 꽃을 볼 수 없다니. 게다가 한국연꽃을 아예 볼 수 없다는 말에 서글픔이 앞선다.
저자는 국립수목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학 재학 중 안도현 시인에게 ‘시 쓰기와 시 읽기’ 수업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풀꽃, 나무 이름을 공부하다가 본격적으로 식물 공부 및 사진 촬영 길을 걷게 되었다는 말도 보인다. 역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시를 사랑하는 마음은 일맥상통하나? 작품도 많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야생화 바로 알기>, <한국의 나무 바로 알기>는 한번 보고 싶다. 수목원과 식물원을 많이 찾아다니고 있지만 더 많이 찾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