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맛있다는 후배의 말에
몇번을 찾아갔으나
그 진미를 맛보지 못하고
오늘,
아, 문 열려있네
아뿔사
달랑 여덟개 밥상엔
사람이 꽉 차 있고
문 밖에서 자리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런,
날씨는 쌩한데
형, 어떡할까
은근히 화가 났다
얼마나 맛있길래,
아, 뭘 어떡혀 기다려보자고
그렇게 떨며 기다린 2,30여분
아싸, 우리 차례다

뚝배기 가득 메기매운탕이 나오고
조심스레 한 모금 떠넣어본다
혀에 감기는 감칠맛에
매콤한 국물이 넘어가자
얼었던 몸이 지레 녹아버린다
아, 뭐혀 한잔 하자고
평일엔 8시면 재료가 없어 문 닫고
여유있게 먹으려면
6시전엔 와야 한다니
맛집은 맛집인가보다
규모는 작지만 맛은 알차다
형, 돈 좀 있수
그건 왜,
직장 때려치고 우리 이 가게 인수해볼까,
ㅋ 이런, 건배 쨍! (그래볼까)

그렇게 매운탕으로 배 채우고

형, 오백 한 잔만 더. OK?
그려, 가자고
해서 들어간 알바트로스
나온 맥주를 맛본 녀석,
형, 영 물맛이네
어라, 정말 그러네
이런 된장, 맥주는 영 알바네 그랴,
ㅎㅎ,
다행히 뒤이어 나온 안주는
알바가 아니였기에
2차에서의 대화는 해피투게더의
도전 암기송 찜질방 버전

아, 뭐혀
다 마셨으면 일어들 나자고

싸하게 휘감기는 매서운 바람에
묻어오는 알싸한 행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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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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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참, 내용에 안성맞춤인, 입에 착 감싸도는 제목이다.

머리속에서 떠올려, 생각되고 정리되어
입으로 표현되는,
하지만 실상엔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서부터
걸리고 걸러져서 표현되는
마음의 표현인 말들의,
비슷하지만 다른, 그 미묘한 어감의 차이를
작가는 예리하게 끄집어내어 읽는 이로 하여금
아, 라는 역시 미묘한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같지만, 비슷하지만 다른 그 표현에 이러한
차이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본문에서 작가는
다가가다/기다리다/지켜보다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다가가다가 관계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태라면
기다리다라는 의미는 관계란 개념속에서의 갈등이 내포된
의미이며 한층 더 나아가 지켜보다란 의미는 다가갔다 기다리는
상태를 지나 관계의 상처를 겪은 일종의 현실적인 비애의
감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흔히 쓰던 마음의 표현에 이러한 미묘한 차이가
있었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단어 하나, 하나의 사용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구나 생각을 해본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리도 아름답고 다양한
우리말의 표현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이 책이 주는 또다른 부록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별미.
책 뒷부분의 '틈'에 주목해보자.
경이- 새삼스럽게 혹은 비밀스럽게 목도되는 놀라움.
작가는 경이란 단어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인 국어사전에서의 정의와는 또 다른
경이를 이 책을 읽고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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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 네 남자가 있다.

유명한 작곡가인 클라이브, 한 일간지의 편집극장 버넌, 영국의 외무장관 가드너,

출판재벌 조지.

그리고 그 중심에 이들이 사랑했던 여인 몰리가 있다.

제각각 몰리를 소유했던 그들이 몰리의 느닷없는 죽음으로 암스테르담에

모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절친한 친구사이기도 한 클라이브와 버넌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여기서 가드너의 개인적 취향을 반영한 몰리 소유의 사진이 조지에 의해

버넌에게 전달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그 결말은 비극으로 끝난다.

한 여자에 대한 집착이, 타인에 대한 증오로 치달아 오르면서

작가는 한 인간의 집착과 증오가 어떤 파국으로 끝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것도 마약과 동성애 등 그 모든 것들이 자유로운 도시인 암스테르담이란

공간에서 네 남자의 얽히고 얽힌 서로간에 대한 질시와 반목의 결과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독자는 한 개인의 도덕성이나 개인적인 문제가 어디까지 보호되야

할 것인지, 그 한계가 어디이며 그 기준은 누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일종의 정치적 스캔들이랄 수 있는 내용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연예인들의

사생활 침해와 연관돼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공인이기 전에 한 개인으로서의 사생활 보호가 우선인지,

대중의 알 권리가 우선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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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명절 후유증..

거창하게 주부로서 겪는 그런 것도, 아님 가장으로서 또는 자식으로서

명절 뒤에 남는 그런 후유증도 아니다.

반대로 그것도 이것도 아님으로써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그런 후유증.

매번 명절이 지난후에는 며칠씩은 가는 늘상의 후유증이겠지만,

이번 설 후유증은 좀 더 오래갈 듯하다.

현실적으로 다가온 느낌이 그렇다.

결국은, 개인의 몫이 되겠지만

내부적인, 외부적으로서의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

그런 후유증..

언제쯤이면 이 고질적인 후유증을

느끼게 되지 않을지..

명절은, 그래서..

누구, 누구에게는 힘든 고역의 날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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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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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편향이겠지만,

일본작가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내가 신작이 나올때마다 찾아 읽는

몇 안되는 일본작가중의 하나다.

개인적으로도 단편을 즐겨 읽는 내게

'차가운 밤에'는 짧은 내용임에도 구성도 치밀한

최근 읽은 단편중에서도 간결하고 산뜻하게 다가온

책이기도 하다.

짧지만 일상생활이 주는 가벼움과 그 속의 치밀함이

함께 내포된, 예를 들면 죽어서도 주인공을 지켜주고 있다는

글에서는 어쩌면 우리 한민족이 가지고 있는 내세 사상같은 것도

엿보여 부담감 없이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가볍게, -사실은 그만큼 풍부한- 출퇴근길 오가며 읽을수 있는,

그리고 더더욱 가벼운 미소 한자락 지을 수 있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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