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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평점 :
히데오의 <공중그네>의 연작시리즈들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그 작품들의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간호사 마유미.
보기에도 참 어이없는 이라부의 활약상이 사실은 인간 본연의
순수함에서 기인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신작에선 새로운 주인공들의 등장이다.
공부와는 담 쌓고 짝짓기 파티업체를 운영하는 일개 건달 요코야마 겐지,
전형적인 인텔리 야쿠자 후루야 데쓰나가, 명문 게이오 대학 출신의 대기업
사원이지만 한 몫 잡으면 튈 생각만 하는 자칭 고문관 미타 소이치로,
모델 출신의 사기꾼인 아버지에 대한 복수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구로나와 치에.
이 네 사람이 치에의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위한 과정에 말려들면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유쾌한 사건 전개가 이번 작품의 이야기이다.
역시 히데오다.
재밌고 유쾌하면서도 사건의 전개가 흥미진진하게 빠르다.
또한 전작의 시리즈를 관통하는 인간 본연의 순수함에 대한 추구 역시 그대로다.
건달인 겐지나 야쿠자인 후루야나 세상에선 고문관이지만 번뜩이는 기억력으로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미타, 역시 세상사엔 무관심하고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있지만 치에 역시 기본적으로 순수한 사람들이다.
이야기 중간 중간, 엿볼 수 있는 어이없는 장면들에선
얘, 야쿠자 맞아, 명문대 출신 맞아? 하는 허탈한 웃음속에서 읽고나서
느껴지는 뭔가가 있다.
천생 악인은 없다는 사실.
마지막 부분의 미타가 키리바시 공화국에서 치에에게 보낸 편지와 답장을 보내나
마나 고민하다 간단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 치에의 장면이 압권이며 아마도
이 작품의 주제가 아닌가 싶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가 또 계속 될 진 모르겠지만
네 인물 모두 전작의 이라부 못지 않은 범상한(?) 인물들이다.
그들의 행진이 계속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