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어머니의 깨우는 소리에 잠을 깨곤 얼결에 핸드폰을 받아든다.

형일이다. 갑자기 저녁을 먹으러 나가잔다.

선잠을 깬 내 목소리가 시큰둥했나보다.

왜, 싫어. 수술후엔 개고기가 최고잖아. 바람도 쐬게 할겸 밖으러 나가게.

그제서야 정신이 좀 깬거 같다. 상우, 퇴원했냐

그래, 도착함 전화줘.

일요일이면 오전에 교회갔다 점심먹고서는 보통 책을 보는데 그만 잠이 들었나보다.

처음엔 벌써 하루가 지나서 출근알람을 못 들어 출근하라고 깨우시는지 알았다.ㅋ

잠시후 녀석의 전화가 와서 녀석 차를 타고 상우를 태우고 마지막으로 한 녀석을

더 태운 차는 고산동이라는 데로 향한다.

의정부에서도 끝이다. 한적한 동넨데 최근에 수용됐다는 그곳인가보다.

곳곳에 보기에도 무서운 수용 결사반대의 현수막들이 붙어있었다.

네명이서 수육 2인분에 전골1인분, 밥 두공기를 순식간에 비우고

다들 배고팠었나보다. 더구나 술도 안 마시니.

일요일 늦은 술은 다들 아무래도 좀 꺼려지니까.

커피 한 잔 하고 출발한다.

주변 한번 둘러볼까. 형일이 녀석은 이곳이 첨이 아닌가보다.

아니나다를까.

한적한 아스팔트길 양 옆 좌측으론 하얀 배꽃이, 우측으론 복사꽃이 만발.

오길 잘했지. 그러네.

야, 저 해 좀 봐.

녀석의 손길을 따라 좌측 저 쪽 산 너머로 시뻘건 해가 멈춰서 있었다.

시간은 7시를 좀 넘어있었고 지는 석양의 끝, 어스름한 산그늘이 떨어지고 있었다.

20여년이 넘은 관계, 서로 별다른 얘긴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이해되는 분위기.

장맛이 그렇듯이 친구관계도 오래될 수록 잘 익어 대화없이도 소통되어지는 느낌.

하얀 배꽃과  연분홍 복사꽃 사이, 벌건 석양을 가슴에 담고 들어가는 길.

봄이 익어가는 어느 저녁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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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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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미- 타인과 담쌓기, 맘에 안드는 사람 무작정 패기
2. 특기- 기도하기. 제목은 맘에 안드는 사람 죽여달라는 환상적인 내용임.
3. 가족관계- 난장이 아버지, 있는지도 몰랐던 베트남 어머니, 머리가 좀 모자란 삼촌
4. 교우관계- 떠오르는 친구 없음. 최근에 윤하라는 아이와 엮이기 시작함.

이름 완득이. 어쩜 이리 성격과 딱 맞는 이름을 있을까.
주인공 완득이는 세상과는 담을 쌓고 사실 별 인생의 목표 하나 없는
요즘 잣대로 본다면 문제아다.
자신의 약점을 집어내는 이에게는 생각보다 먼저 몸이 달려가 거침없이 폭력을 행사하지만
사실 마음은 여리디 여린 고등학생에 불과하다.
다만 자신의 처한 환경으로 인한 피해의식에 세상과의 마음의 문을 닫았을 뿐이다.
올해 읽은 한국소설중 재미로 치자면 단연 으뜸이다.
어찌 이리 통쾌유쾌 짠한 캐릭터들이 있을까.
주인공 완득이는 물론이거니와 말마다 욕을 담고 사는 또라이 선생 똥주선생에
완득이와 똥주선생사이에서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앞집아저씨.
완득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는 난장이 아버지, 그리고 지적장애인인 삼촌.
완득과는 달리 삶의 뚜렷한 목표가 있는 모범생 윤하, 그리고 완득의 어머니.
가볍게 본다면 완득이의 성장소설 하나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는 많은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통랄한 비판과 이에 대한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거기에는 외국인 노동자나 장애인에 대한 우리들의 편견들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거니와
일반적인 선생님상에선 벗어난 똥주선생을 통해 현실의 성적위주의 교육정책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들어있다.
70년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후 난장이가 소설속 인물로 등장한 적이 있었던가.
완득이의 삼촌을 통해선 요즘 인기인 드라마 온에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떠한 목표의식도 없었던 완득이가 킥복싱에 심취하게 되면서 자신의 주변인물들을 통해
세상과의 마음의 문을 열어나가는 과정에 대한 심리묘사도 거침없지만 따스하게 젖어들어온다.
상상이지만 과연, 완득이가 이 모순덩어리인 세상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 지 궁금해진다.

책을 읽고나서
어디 진짜 완득이 같은 동생하나 생긴다면 매수해서라고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면 세상 어느 놈 무서울게 없을거라는 생각에서다.ㅋ
아울러 똥주선생님같은 멘토하나 있다면…
아무리 험난한 세상이라도 거침없이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참에 나도 기도 한자락 올려야겠다.
그녀석 도대체 왜 그러는지 하나님, 아시면 빨리 예전으로 돌려보내달라고.ㅋㅋ

작년 청소년문학상을 석권할 만한 자질이 충분한 작가다. 
이첵을 통해 맘에 쏙 들어서는 욕 한가질 배웠다. ㅋ
세상이 그리 만만한지 알아, 이 씨불놈아!
모름지기 들어가서 치고박고 싸워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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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퇴근 후 친구녀석 문병을 갔다 왔다.    
작년 1차수술 후의 재수술.        
가뜩이나 큰 키에 평소에도 말랐던 녀석은 더욱 비쩍 말라 있었다.  
정은누나가 곁을 지키고 있었다.      
누나결혼식때 보곤 첨이니 4년여만의 만남이다.    
이게 누구야, 정말 오랜만이네 하며 반갑게 맞으신다.    
어젠 혈관을 찾느라 생쇼를 했단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의 손목은 온통 멍투성이다.    
대장을 절제하고 이제는 평생을 인공항문을 달고 살아야 하는 녀석.  
녀석도 나도 별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도 사실, 모르겠다.  
손바닥 좀 마사지해달란다.        
녀석의 손을 마사지하면서 녀석과 나는 서로의 얼굴만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이런저런 얘길 누나와 나누다 누나의 가족이니까 이렇게 해주지하는 말에  
그런 얘기 함부로 하지마하는 녀석의 대답에 순간, 당황한 나.  
놀라 누나를 봤다. 누나의 눈에 언뜻 눈물이 비치는 모습이 보인다.  
2시간여를 그렇게 있었나보다.      
가야지하는 누나의 말에 그래야죠,하며 일어선다.    
조만간 퇴원할 것 같다니 그때 다시보자하고 일어서는 날 배웅하러 따라일어서는 누나.
녀석의 너도 건강조심하라는 말이 절실하게 와 닿는다.    
           
잠깐 얘기 좀 하자며 벤취에 앉았다.      
그때부터 봇물터지듯 쏟아지는 누나의 얘기들.    
그동안의 가족들의 힘들었던 얘기며      
녀석이 자신이 그렇게 된 걸 어머니 탓으로 돌린다며 어머니는 오시지도  
못하게 해서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하신다는 것,    
그래서 누나가 대신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자신도 결혼생활이 있는데 누가 그런 누나를 이해해주겠냐고..  
사랑하는 동생이니까 지금은 와 있지만 퇴원하면 안 그럴거란다.  
뭐라고 위로를 해줘야 할지, 애궂은 하늘만 본다.    
지금은 녀석의 고통이 더 커서 다른 게 안 보여 그런 것 뿐이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예요.      
부모님은 지금 당장 어떻게 되실지도 모르는데 나중에 그 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누나가 또 울려고 한다. 막막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 말. 가족중에서도 큰언니 말곤 모른다는 그 사실을.  
누나는 왜, 나에게 했을까.        
내가 니가 편하네보다, 이런 얘길 너한테 하는 걸 보면 하던 누나의  그 말이
더 막막하게 한다.        
이런저런 얽히고 설킨 생각들이 제 갈길을 못 찾고 헤맨다.    
들어가봐야겠다, 조금만 안 보여도 찾거든하고 누나가 일어선다  
일어서서 누나 내가 누나 한번 안아줄게요, 하고 안아주면서  
그래도 녀석 옆에 누나가 있어서 안심이 되요라는 말을 건넸다.  
누나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위로는 그말밖엔 없었다.    
전철 안, 누나에게서 문자가 왔다.      
얘기들어줘서 고맙고 문병와줘서 고맙고 조심히 잘 들어가고 시간남  
한잔하자는...          
           
< 이해는 가장 잘한 오해, 오해는 가장 적나라한 이해 >    
분명, 녀석의 지금 모습이 잘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내가 알 수 없는 녀석만의 고통과 아픔이 또 있겠기에 지금은  
입밖에까지 나오는 말을 해줄 수는 없다.      
오로지 시간만이, 녀석의 아픔을 치료해주고 위로해줄 수 있겠지하는 희망외엔.
이해와 오해의 그 간격, 그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누나가 내게 한 그 얘긴.        
안 들으니 못했다, 어디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보기라도 하고싶은.
가장 가깝다는 가족간에도 이럴진데      
사람과 사람사이에 일어나는 이해와, 오해사이엔 더 무수히 많은  
이해와 오해가 존재하겠구나 하는 생각.      
4월의 중반인데 벌써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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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 피어싱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작가의 책을 평소 좋아하지는 않지만 언제부턴가부터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라면 읽어볼만 하다라는 믿음이 생긴후 틈틈히 눈에 뜨일때마다 찾아보는 편이다.

가네하라 히토미도 그렇게 알게 되었는데 일단은 작가가 무척 어리다는 것.

83년생이니 그리 말해도 무방하겠지. 또한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않고 독학으로

데뷔작인 '뱀에게 피어싱'으로 스바루상을, 다음해에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는데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도대체 어떤 글이기에, 무라카미 류의 적극 추천까지...

내용은 피어싱에 관한 이야기.

세 주인공 루이, 아마, 시바의 이야기이다.

나로 말하면 귀고리는 커녕 피어싱은 당연히,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사실을 말하자면 펑크족? 가까이하고 싶지도 않다.

스플릿텅? 갸르? 그런말이 있는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거기에 문신까지... 헉, 이런 애들이 실제 있기는 하는가하는 생각이 들정도니까.

정말 상상 이외의 내용이다. 작가의 이력이 궁금해질 정도로..

역시나..초등4년부터 등교거부, 고등학교때부터 동거생활, 그리곤 독학으로 책만 보았다는데

설마, 본인의 이야기는 아니겠지..

내겐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어디엔가 이런 사람들도 존재는 하겠지하는 생각.

피어싱이라는 상상외의 소재로 19살의 나이에 이 정도의 글을 쓰다니

내가 보기에 히토미는 천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분량이 짧기도 하지만 흐름 자체가 감각적이고 빠르게 읽힌다.

거기에다 독자의 상상력을 유발시키는 결말도 그렇다.

아마는 시바가 죽인걸까? ㅋㅋ

오랜만에, 참 끔찍하고 감각적인 책 한편을 읽었지만 다시 보기에는 꺼려지는.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이나 문체의 감각적인 서술 자체에는 박수를 보낸다.

정말, 대단한 애다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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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서커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겐 <진주귀고리 소녀>로 친숙한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신작이다.
전작의 배경이 북구의 모나리자로 알려진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베르의
동명작품에 대한 상상이였다면 이번 작품의 배경은 영국 조지왕조 치하의
런던이라는데에 그 차이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의 혼란시기의 영국의 런던을 배경으로
작가는 동시대 인물인 낭만주의 시인인 윌리엄 브레이크와 현대식 서커스의
창시자라는 필립 애스툴리를 복원시킨다.
캘러웨이가가 런던으로 이사와서 서커스단에서 일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젬과 누나인 메이지 그리고 젬의 친구가 되는 매기의 시각을 통해 서술한다는 점에서는
어떻게 보면 성장소설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치밀한 고증을 통해 당시대의 런던골목, 빈민가, 창녀촌등 그 시대의 모습과
생활상들을 생생하게 그려내가고 있다.
작품 중간중간 브레이크의 시도 실으면서 작가는 브레이크와 애스툴리와의
논쟁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반영시킨다.
시인과 서커스라는 어찌보면 하등 상관이 없을 수 있는 그 대상이 사실은
같은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시인이 머리속의 생각들을 구체화하는 것이라면 서커스는 구체화된 말이나 무용수,
곡예사들을 통해 사람에게 꿈을 심어준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젬과 매기와 메이지의 변화되는 모습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번 읽고 그 당시의 생활상을 한번에 그려내는 것은 힘들겠지만 작가의 치밀한
묘사력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시대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생생하다.
당시의 소수파였던 프랑스 혁명 옹조자들과 조지왕에 대한 충성을 지키려고 하는 다수파와의
대립 등 정치적인 쟁점에 대한 작가의 묘사도 탁월하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한 의도는 뭐였을까.
작가는 말한다.
매기는 순수를 얻고 메이지가 순수를 잃었다면 젬은 경험을 얻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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